[펌]'판도라의 상자'를 연 소프트맥스(스압)

버럭스타일 작성일 09.10.13 10:3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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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전이 각별한 이유


1995년부터 2000년까지 약 6년의 시간 동안 두 편의 외전, 세 편의 본편, 그리고 총 여섯 개의

 

게임 타이틀을 통해 대한민국의 게임계에서 게임 타이틀의 위치를 넘어 '브랜드'로서 그 당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던 롤플레잉 게임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게임팬이

 

라면 게임을 하지 않았어도 이름을 적어도 한 번은 들어봤을 <창세기전>입니다. 창세기전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유명한 롤플레잉 게임 시리즈라는 점만 놓고 봐도 매우 큰 가치가 있지만, 그

 

당시는 물론이고 지금 봐도 창세기전이 대한민국 게임사에서 자리잡고 있는 의미는 단순한 게

 

임 시리즈 이상의 의미입니다. 단어로 표현한다면 '각별함' 그 자체입니다.


일단 창세기전 시리즈는 가혹한 패키지 게임 시장에서 꿋꿋이 살아남은 '생존자'이기 때문입니다.

 

창세기전이 출시되던 시기를 되돌아보면, 어떤 의미에서는 한 해에 세자리수 이상 쏟아지는 신

 

작 온라인 게임이 기존의 강자들과 경쟁해야 하는 지금의 온라인 게임 시장 못지 않게 가혹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1995년 <워크래프트 2> - 1997년 <디아블로> - 1998년 <스타

 

크래프트> - 2000년 <디아블로 2>로 이어지는 블리자드의 융단폭격이 있었습니다. 잘 아시다

 

시피 이 라인업으로 블리자드는 굳건한 얼음왕관 성채처럼 대한민국 게임시장 불패의 신화를

 

쌓아나갔고 이 시기에 블리자드 게임을 벤치마킹했거나, 그 수준이 한눈에 봐도 떨어지는 게임

 

들은 시장에 나와 봤자 '국산 게임 수준이 다 이렇지 뭐', '디아블로 짝퉁', '스타크래프트 베꼈

 

냐?'라는 소리를 듣고 물을 먹어야 했습니다. 설령 양질의 게임이라 해도 블리자드 게임과 정면

 

대결을 하는 것은 자살행위였죠. 하지만 창세기전 시리즈만은 그런 와중에도 게임의 인기와 관

 

심에 걸맞은 판매고를 올렸습니다.


또한 1998년 출시된 <리니지> 이후, 게이머들이나 게임사들이나 '돈 되는 게임'을 찾기 시작하

 

면서 온라인 게임으로 차츰 눈길을 돌리기 시작하며 패키지 게임을 만드는 이들, 즐기는 이들

 

이 모두 줄어들면서 패키지 게임 시장은 해가 가면 갈수록 점점 좁아지고 있었습니다. pc방에

 

서 네트워크 게임을 즐길 때 별도로 패키지를 살 필요가 없었던 것처럼, pc방에서 온라인 게임

 

을 즐기면(물론 pc방과 협약이 되어 있지 않은 온라인 게임은 계정비를 내야 했을 테지만) 별

 

도의 이용료를 물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당연히 돈 내고 패키지를 사는 개인사용자보다는 pc

 

방으로, 온라인 게임으로 많은 이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었죠. 이렇게 블리자드의 광풍, 1998년

 

부터 <리니지> 등의 등장으로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한 온라인 게임 시장, 그리고 굳이 이야기

 

할 필요가 없는 꾸준히 패키지 게임 시장을 갉아먹은 불법복제나 게임 전문지간에 난립한 번들

 

경쟁 등과 같은 수많은 저해 요소로 인해 다른 패키지 게임들이 픽픽 쓰러져나가던 상황에서

 

도 창세기전 시리즈의 판매고는 그다지 큰 변동이 없었습니다.


아무리 게임이 어쩌니 저쩌니 해도 게임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

 

품'의 측면을 전면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상품이라는 측면이 모든 것일 수

 

도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한 사실은 창세기전이라는 브랜드의 게임이 있던 시기에, 창세기전만

 

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은 '국산 게임 상품'은 없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소프트맥스가 창세기전이라는 게임, 그리고 브랜드에 대해 가지는 각별한 애착입니다.


뭐 정영원 대표님이나 최연규 이사님을 비롯하여 많은 분들이 창세기전에 대해 언급하는 이야

 

기를 들어 보면 들을 때마다 그 분들에게 창세기전이 얼마나 각별한 게임인지 알 수 있기에 구

 

구절절 다 써놓을 필요가 없을 정도이니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알 만한 분들만

알기 쉬운 이야기보다는, 게임 전문지의 '번들' 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편이 이해가 좀더 쉽

 

겠네요. alan_baxter님이 유머게시판에 써 주신 pc게임 번들 목록이라는 글에서도 알 수 있

 

듯이 당시 게임 전문지들은 판매부수를 늘리기 위해 번들을 제공했는데, 처음엔 몇몇 전문지에

 

서 데모버전을 제공하던 수준을 넘어 점점 정품 게임을 번들로 제공하기 시작했고, 나중엔 출

 

시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신작 게임들까지 번들로 제공하는 과당 경쟁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번들 경쟁은 게임사와 게임전문지 출판사들이 사이좋게 손잡고 헬게

 

이트로 빠지는 '공멸'로 이어졌지요.


사실 소프트맥스표 게임이 게임 전문지의 번들로 전혀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소프트맥스

 

는 회사 설립 초기, 자체개발을 하기 전에 일본 게임을 들여와 한글화 작업을 거쳐 국내에 출시

 

했던 적이 있었는데, 소프트맥스 이름으로 국내에 출시한 <탄생>(debut)이 pc플레이어의 번

 

들로 제공되었죠. 그러나 창세기전 시리즈는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 초까지 난립했던 게임

 

전문지들의 끈질긴 번들 요청에도 게임 전문지의 번들로 끝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그 당시 우연한 기회에 만났던 pc파워진의 조신 편집장님조차 '어휴, 소프트맥스는 번들

 

안 낸대. 절대'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 다한 것이죠. 당시 pc파워진은 게임 전문지 시장의 번

 

들 출혈경쟁 속에서도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시장지배적 위치였습니다. 그런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언론의 번들 제의를 거절할 정도라는 것은 소프트맥스가 창세기전이라는 게임, 그

 

리고 브랜드에 대해 가지고 있는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척도라고 봅니다.


'각별함'의 세 번째 이유는, 창세기전 시리즈를 대표 브랜드로 가진 소프트맥스는 다른 게임사가 가지지 못한 유산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 <포가튼 사가> - <강철제국> - <악튜러스

 

> - <화이트데이>라는 라인업을 갖춘 영원한 맞수, '손노리'도 소프트맥스와 동일한 범주에 포

 

함시켜야겠죠. 손노리와 소프트맥스, 소프트맥스와 손노리는 다른 어떤 대한민국 게임사도 가

 

지지 못한 전설적 유산을 가진 게임사입니다. 그 전설적 유산이 무엇이냐면, 바로 게임사에

 

 

대한 게이머들의 '팬덤'입니다.


'겨우 '팬덤'이 무슨 전설적 유산이냐'라고 하실 분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

 

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예나 지금이나 국내 게임 순위를 보면 블리자드의 게임을 제외하고 거

 

의 전 부문에서 국산 게임이 최고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많은 이들이 국산 게

 

임들을 매일 즐기고 있겠죠.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런 최고의 인기, 최고의 흥행을 기록하는

 

국산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게이머들이 그 게임 자체의 팬을 넘어 그 게임을 만든, 그리고 서

 

비스하는 대한민국 게임사의 팬이 되는 경우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을 '리

 

니지빠', '아이온빠'로 소개하는 이들에 비해 'nc빠'라고 칭하는 경우는 많이 드물며, '마비

 

빠'라고 칭해도 '넥슨빠'라고 말하면 자신을 모욕하는 것으로 여겨 싫어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nc빠', '넥슨빠'는 온/오프라인에서 이야기할 때 팬이라기보다는 다분히 모욕

 

의 뜻이 담긴 말로 쓰이기도 합니다) 예외가 있다면 블리자드겠지만 블리자드는 대한민국 게임

 

사가 아니니 넘어가고요.


약 10년 전인 2000년 말,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3 part ii>와 손노리-그라비티의 <악튜러스>

 

가 정면 충돌했을 때, 저는 두 게임사의 공식 게시판을 비롯한 인터넷과 커뮤니티 등에서 벌어

 

진 팬덤의 뜨거운 화학반응을 기억하고 체험했고 그 속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시기

 

를 "대한민국 게임사 간의 경쟁에서 '팬덤'이 충돌한,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회고합니다. 여담

 

이지만 이와 비슷한 충돌 양상을 보인 일을 굳이 비교하자면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치왕의 분노>와 <아이온>간의 충돌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리치왕의 분노>와 <아이온>의 충돌을 블리자

 

드 - nc 간의 팬덤 충돌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이니, '모양만' 그렇다고 생각합니

 

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각별함'의 이유는 창세기전에 대한 식지 않는 관심입니다.


물론 커뮤니티나 인터넷상으로 '드러난 인기'는 지금 흥행하고 있는 다른 게임 콘텐츠와 비교

 

할 바는 아니겠지요. 그러나 창세기전으로 인해 게임의 재미를 알고, 감동을 받고, 흑태자, 이

 

올린, 시라노, 크리스티나, 샤른 호스트, 살라딘, 세라자드 등의 살아 숨쉬는 이야기 속에서 움

 

직였던 주인공과 그 주인공들을 위시한 수많은 개성 있는 인물들, 그리고 그 인물들이 만든 '안

 

타리아'라는 가상 세계가 게이머들에게 새긴 '각인'은 지금까지 대한민국에 나온 그 어떤 게임

 

의 선점효과와 인기, 그리고 감동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게이머들에게 남긴 그 '각인'은 패키지 게임 시장이 멸망의 길로 타이타닉처럼 빠져들어가고,

 

<창세기전 3 part ii>로 시리즈가 공식적으로 종결되고, 창세기전의 뒤를 이은 <마그나카르타>

 

가 '버그나깔았다'등으로 불리며 소프트맥스를 메인 무대에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등의 일이

 

발생한 뒤 거의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불구하고 거의 식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창세기전이 공

 

식적으로 종료된 뒤에도 게이머들은 창세기전 시리즈의 - 그 중에서도 창세기전의 백미라고

 

일컬어지는 <창세기전 2>에 대한 - 리메이크나 재발매에 대한 건의를 그치지 않았고, 온라인

 

게임이 주류가 된 뒤에는 창세기전 리메이크 및 재발매 건의 목소리의 상당 부분은 창세기전

 

의 세계관을 모티브로 한 온라인 게임을 만든다면 지금의 온라인 게임들보다 훨씬 즐길 만한

 

온라인 게임이 나올 것이라는 건의로 대체되기도 했습니다.


어쨌거나 그것이 단순한 건의이든, 아련한 회색의 잔영이든, 뫼비우스의 우주처럼 꼬리에 꼬리

 

를 물듯 안타리아에, 그리고 게이머들의 머리 속에 머물러 있는 생각이든 예전부터 게임을 즐

 

겨 온 게이머들에게 있어 창세기전은 대한민국 게임들 중 게임을 정말 좋아했던 시절의 마지

 

막 남은 로망이자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되었지요. 그래서 10년이라는 세월을 넘어 다

 

시 등장한 '창세기전'이라는 이름에 게이머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 '각별함'때문이라도 당

 

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세기전에 대한 의미는 이쯤 설명하고, 다음은 소프트맥스가 <코드 g 프로젝트>를 만들기까

 

지의 과정을 창세기전의 종료 시점 이후부터 써 보기로 하겠습니다. 단, 소프트맥스의 연혁이

 

나 역사를 자세히 서술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니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만 이야기

 

할 것입니다.


창세기전 이후의 소프트맥스, 그리고 <코드 g 프로젝트>



다들 아시는 대로 2000년 12월 <창세기전 3 part ii>를 출시하고 난 뒤 창세기전에서 그려진 안

 

타리아의 이야기는 완결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후 모바일로 모바일 창세기전 3을 비롯하여 창

 

세기전이라 명명한 여러 게임들이 나오기는 했으나 그 게임들이 창세기전의, 안타리아의, 팬드

 

래건 왕국과 게이시르 제국의, 그리고 아수라를 이어받고, 안타리아를 수호하기 위해 나선 시

 

대의 영웅들의 이야기를 계승, 발전시키는 의미의 게임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소프트맥스

 

가 생계를 위하여 창세기전의 이름을 이용하여 만든 파생상품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게임들이라

 

고 봐야겠죠.


소프트맥스는 창세기전 이후 새로운 게임의 브랜드화를 꿈꿉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죠.

 

 

대외적으로 창세기전이라는 브랜드의 완결을 공표한 마당에 창세기전의 새 제품을 만들어 추

 

가 수익을 얻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게임 환경 역시 변화한 마당에 당연히 다른 수익 모델

 

을 만들어 낼 필요성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런 배경에서 2001년 12월 다 아시는 <마그나카

 

르타>가 출시됩니다. 그리고 소프트맥스에게 - 어쩌면 대한민국 게임계에 있어 - <마그나카르

 

타>의 의미는 매우 잔혹하게 다가오는데, 제가 생각한 <마그나카르타>의 의미는 단 두 글자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바로 '자멸'입니다.


알려진 바와 같이 <마그나카르타>는 득실거리는 버그와 설치문제 등으로 전량 리콜사태를 빚

 

으며 많은 소프트맥스 팬들을 비롯한 대한민국 게이머들을 배신감에 떨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

 

라 소프트맥스를 게임계의 메인 무대에서 천길 나락으로 떨어뜨려버린 게임입니다. 패키지 게

 

임의 몰락이라는 측면에서 <마그나카르타>는 비슷한 시기에 <화이트데이>를 냈다가 실패한

 

손노리의 경우와 많이 비교되는데, <화이트데이>는 불법복제로 큰 피해를 받으며 1만 5천 카

 

피 정도의 판매고를 기록해 6억의 제작비조차 제대로 뽑지 못하고 손해를 본 게임이라 비운의

 

게임이라는 동정 여론이 어느 정도 정당성을 얻을 수 있겠지만 <마그나카르타>는 그런 비운 같

 

은 것을 이야기하며 동정할 이유도 정당성도 없습니다.


당시 게이머들은 패키지 게임 시장이 임종 직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마그나카르타>의 출시

 

소식이 들리자 예약판매 3일 만에 1만 카피가 넘는 패키지를 예약했고 거듭된 출시연기 후 12

 

월 말에 출시되었을 때 8만 카피까지 <마그나카르타>를 사 줬죠. 그러나 소프트맥스는 그 은혜

 

를 원수로 갚았습니다. 3년 전에 <템페스트>에서 그만큼 사고를 쳤으면 교훈을 얻었어야 할 일

 

을 또 되풀이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자멸'인거죠. 아무리 제가 소프트맥스에 대해 우호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그들을 오랜 친구처럼 여긴다 해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소프트맥스를 단

 

한 줄도 변호해 주고 싶지 않을 정도입니다. 여담이지만 소프트맥스 홈페이지의 회사 연혁에

 

는 2001년 12월의 <마그나카르타> pc판 출시가 누락되어 있는데 자신의 흑역사를 다른 사람들

 

이 기억해 주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은 이해하나 공식 홈페이지의 연혁을 그런 식으로 관리하

 

는 것은 돌 맞을 짓이라 생각됩니다.


소프트맥스는 <마그나카르타>의 처참한 실패 이후 창세기전 시리즈로 얻은 영광을 모두 잃어

 

버리고 철저히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pc 패키지게임 사업을 완전히 철수하고 온라인게임과

 

콘솔에 진출해 온라인게임으로는 <테일즈위버>와 <젤리삐워즈>, <sd건담 캡슐파이터> 등을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았고 콘솔로는 <마그나카르타: 진홍의 성흔>을 출시했으나 잘 아시는 바

 

와 같이 그다지 신통하지 않습니다. 그나마 최근 <마그나카르타 2>의 선전으로 실추된 명예와

 

수익을 회복하고 있지요. 지난 8월에 공개된 소프트맥스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반기 매출

 

액이 약 30억 정도이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억도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실적

 

이 최근 몇 년 새에 나온 재무제표 중 가장 나은 재무제표입니다. 실제로 공시된 재무제표를 보

 

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간 소프트맥스의 영업이익은 적자였고(2008년 -18억 3900만원,

 

2007년 -13억 6백만원, 2006년 -4억 5700만원) 이 시기에 자금난을 겪고 있던 소프트맥스에 대

 

해 인수의사를 타진하며 협상을 벌인 회사들도 있었습니다. 물론 인수협상은 무산되었고요.


(사실 소프트맥스가 인수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이야기 자체가 대단히 조심스럽습니다. 왜

 

냐하면 게이머들 중에서는 자신이 한때 즐겼던 게임을 만든 회사가 인수된다는 소리를 들으

 

면 '나의 ●●●는 누군가에게 인수될 만한 회사가 아니라능!!'식의 알레르기성 과민반응을 보

 

이며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을 다짜고짜로 타 회사 알바 등으로 모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입

 

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저는 실제로 소프트맥스와 인수협상을 벌인 업체의 관계자 분을 알

 

고 있고, 그 분에게 아주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글에 언급한 것입니

 

다. 단, 이미 무산된 협상이기도 하고, 업체명이나 그 관계자 분과 저의 관계는 기업비밀에 해

 

당하니 밝힐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런 도중에 이번에 창세기전 온라인, 정확하게는 <코드 g 프로젝트> 관련 소식이 나

 

오게 된 것입니다.(따라서 이후의 대목에서는 가급적 <코드 g 프로젝트>라는 용어를 사용하도

 

록 하겠습니다. '창세기전 온라인'이라는 제목이 확정된 것이 아니니까요.) 최근 3년간 수익 적

 

자에, 마그나카르타의 브랜드화는 그것만으로 회사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러운 수

 

익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으며 온라인 게임 역시 지지부진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프로젝

 

트를 진행한다 한들 그것이 시장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팔리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 없는 일이

 

고, 그 동안 누적된 적자폭이 적은 것도 아닌 만큼 소프트맥스 자체가 파산하지 말라는 법도 없

 

는 것입니다. 게다가 패키지 게임 시장이 멸망한 상황에서 창세기전 마니아들이 주장하는 창세

 

기전의 리메이크 혹은 재발매로는 수익을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지금 소프트맥스로서는 <코드 g 프로젝트>, 즉 '창세기전 온라인'을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죠.


자. 이제 <코드 g 프로젝트>가 무엇인지에 대해 공개된 공식적인 정보가 어떤 것인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론의 보도는 다들 읽어보셨을 것이니 제가 딱히 소개하지는 않을 것이

 

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dart.fss.or.kr/)에서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맥스가 공시

 

한 <코드 g 프로젝트>에 대한 부분을 발췌하여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2008.12.30] 단일판매ㆍ공급계약체결 건

1. 판매ㆍ공급계약 내용 : 프로젝트 용역 개발 계약  
2. 계약내역 : 계약금액 (원)  6,000,000,000원 / 최근 매출액 (원)  3,354,465,708원, 매출액 대비 178.87% 규모
3. 계약상대방 :  (유)게임허브문화산업전문회사  
4. 판매ㆍ공급지역 : 국내외 서비스 전지역  
5. 계약기간 : 시작일  2008-10-01  / 종료일  2011-09-30
6. 주요 계약조건 : "코드_g" pj(가칭) 온라인게임 개발 및 사업을 주요 골자로 함.  
7. 판매ㆍ공급방식 : 자체생산  
8. 계약(수주)일자 : 2008-12-30


[2009.05.18] 기타 주요경영사항

1. 제출사유 : 프로젝트 투자 계약 체결  
2. 주요내용

계약자 : (유)게임허브문화산업전문회사
투자대상 : 온라인게임 코드g pj 개발 및 서비스에 관한 프로젝트 투자
총투자금액 : 4,000,000,000원(자기자본 대비 30%)

※ 자기자본 : 13,322,917,049 - 최근사업연도(2008년말) 자기자본

투자기간 : 프로젝트 종료시까지
  
※ 프로젝트의 개시일은 2008.10.01이며 상용화는 2011.09.30 예정하고 있으나
내외부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상용화 시점은 변경 가능함.

계약의 내용 : (주)소프트맥스와 (유)게임허브문화산업전문회사는 게임 개발비 및 퍼블러셔 비용에 투자하며,
프로젝트 수익에 따라 수익분배를 함.
  
3. 결정(발생)일자 :  2009-05-18  

그외 - 진행사항에 대한 공시 : 2010.6.30 예정


[2009.08.14] 반기보고서

x. 그 밖에 투자자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사항

2. 우발채무 등

나. 기타 우발채무 등

(4) 당사는 2008년 12월 30일자로 (유)게임허브문화산업전문회사와 '코드 g(가칭)'를 개발하여 납품하는 6,000,000천원(60억 원)의 위탁개발계약을 체결하였으며, 동 계약에 따르면 개발용역의 개시일은 2008년 10월입니다. 동 계약과 관련하여 당사는 진행율 기준에 의하여 수익을 인식하고 있는 바, 당반기중 인식한 용역수익은 599,604천원(약 6억 원)입니다.


자. 매우 복잡한 이야기입니다만, 공시된 사실들에서 몇 가지 알 수 있는 것들을 요약하자면,

- <코드 g 프로젝트>의 공식적인 개시일은 2008년 10월 1일이며, 상용화는 2011.09.30 예정하고 있으나 변동 가능함
  (따라서 <코드 g 프로젝트>는 현재 만 1년 정도의 제작과정을 이미 거치고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코드 g 프로젝트>는 60억 원 규모의 위탁사업이며, 그 중 자기자본 대비 30%에 해당하는 40억 원을 투자받아서 진행하고 있음
- <코드 g 프로젝트>는 온라인게임 개발 및 유통 사업임 (따라서 패키지 게임 사업과는 관련 없음)
- 2010년 6월 말 경에 진행사항을 다시 공시할 예정

정도가 되겠지요.

그런데 이 공시 자료들을 보면, 계약 시점인 2008년 12월 30일부터 하나씩 나왔던 자료들입니

 

다. 반기보고서야 한달 전에 나왔지만, 투자계약 체결도 2009년 5월 자료이기 때문에 최근에 화

 

제가 된 시기보다 약 3개월 전에 이미 공시되었죠. 주식회사의 공시 자료는 주식회사라면 '누구

 

에게나' 공개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자들이 하려고만 들었다면 이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

 

을 리 없습니다. 따라서 공시를 통해 만인에게 공개된 지 8~9개월이나 지난 <코드 g 프로젝트

 

>가 이제서야 '창세기전 온라인'이라는 기사화되고 이슈화된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좀 돌려서 생각해 보면 <코드 g 프로젝트> 이야기가 공시 시점보다 훨씬 뒤에 기사화

 

가 된 것은 그만큼 소프트맥스가 대한민국 게임계에서 그 동안 큰 이슈로 자리잡지 못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한다고 봅니다. 최초로 '창세기전 온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코드 g 프로

 

젝트> 관련 추측기사가 난 시점이 8월 17일인 점을 감안한다면 마그나카르타 2 출시로 소프트

 

맥스가 오랜만에 이슈가 된 상황에서 소프트맥스 관련 기사거리를 언론에서 찾다가 누군가가

 

공시자료를 보고 <코드 g 프로젝트> 관련 추측기사를 낸 것으로 보이고, 그 당시에는 소프트

 

맥스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기에 이게 단발성 기사로만 멈췄다가 정영원 대표님이 지난

 

9월 10일 모 tv 인터뷰에 나와 창세기전 온라인 관련 발언을 하며 기정사실화 된 뒤 재차 기사

 

화된 것으로 보는 게 자연스럽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자. 이젠 <코드 g 프로젝트>의 현실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드 g 프로젝트>가 넘어야 할 관문들



지금의 상황을 두고 '차라리 <창세기전 2> 패키지를 윈도우용으로 재발매하는 게 낫겠다'라는

 

이야기를 비롯하여 창세기전에 대한 <코드 g 프로젝트>화의 반대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분명

 

히 계실 것입니다. <코드 g 프로젝트>라는 방향이 옳으냐 그르냐, 하는 것이 좋으냐 나쁘냐 하

 

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도 물론 꽤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보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좀더 현실적인 문제입니다. '기호지세'란 말이 있죠. 이미 '창세기전 온라인' 정도의

 

제목으로 나올 게 거의 확실시되는 <코드 g 프로젝트>는 팬덤으로 어떻게 하라 말라 할 수 있

 

는 부분이 아닙니다. 이미 계약하고 돈까지 투자받아서 진행하는 사업이라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제 와서 온라인게임 프로젝트를 반대하거나 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별 의미

 

가 없다고 봅니다.


물론 소프트맥스의 <코드 g 프로젝트>는 큰 사업이고 창세기전 자체로 보든, 아니면 대한민

 

국 게임업계 전체로 보든 매우 각별한 의미를 가진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저는 흥미를 가지고

 

게임인으로서, 그리고 게이머로서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지만 사실 <코드 g 프로젝트>는 누군

 

가가 하는 삽질처럼 잘못되면 제가 낼 세금이 늘어나거나 제 생활이 조여드는 사업은 아닙니

 

다. 그냥, 창세기전이라는 이름을 달고 게임이 나왔을 때 한 번 해 보고 졸작이면 gg치고 안 해

 

버리면 그만이고, 좋은 게임이면 돈을 지불하고 계속 하면 되는 거죠.


하지만 <코드 g 프로젝트>라는 프로젝트는 - 제 생각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 아주 위험한 프

 

로젝트입니다. 세간의 주목을 끌 수 있고 아직까지 잔존하는 창세기전의 골수팬들을 코어유저

 

로 끌어모을 수 있는 장점은 있으되 그 장점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할 단점이 너무도 많은 프로

 

젝트라는 것입니다. 왜 제가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코드 g 프로젝트>가 어떤 관문들을

 

넘어야 하는지에 대해 지금부터 하나씩 이야기할 생각인데요, 저는 '관문'을 선정하면서 두 가

 

지의 관점은 배제하기로 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잘 만들어야 한다', '서버를 잘 관리해야

 

한다', '운영능력이 필요하다'와 같이 어느 온라인 게임이나 가지고 있어야 할 기본 덕목을 관

 

문처럼 내세울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관문 축에도 끼지 못하는 '기본'이니까요. 그리고 제 개

 

인적으로 보는 '관문'을 이야기하면서 '레벨 방식은 어떻게 해라', '세계관은 어디부터 활용해

 

야 한다'와 같은 미시적인 시스템에 집착할 생각 또한 없습니다. 그것은 <코드 g 프로젝트>를

 

만들 소프트맥스 개발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나, '잃어버린 10년'의 극복


좀 자극적인 키워드이지만 저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이 지금의 <코드 g 프로젝트>라는

 

이슈에도 꽤 잘 맞는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코드 g 프로젝트>가 공개서비스를 시작

 

할 것으로 예측되는 2011년 즈음은 <창세기전 3 part ii> 이후 만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가

 

되겠지요. 그리고 소프트맥스는 그 동안, 거의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창세기전 시리즈와 관련

 

하여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창세기전이라는 이름을 차용한 모바일 게임은 그저 창세

 

기전이라는 이름의 잔영만을 기억할 수 있는 효과였을 뿐, 창세기전에 대해 뭔가 붐을 일으키

 

거나 할 수 있는 재료가 되지 못했고 그나마 창세기전과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으며 창세기전

 

과 같은 소프트맥스 게임들의 추억을 장르를 초월하여 유지해 주던 온라인 공간인 포맆(4leaf)

 

은 상당 기간 동안 생명유지만 하다가 금년 4월에 서비스 종료되었지요.


앞서 소프트맥스에게 있어서도 창세기전은 각별하다고 말했었고, 그 분들이 <코드 g 프로젝트

 

>를 만들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는 것도 말했습니다. 그럼 소프트맥스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일단 창세기전이라는 기억이 메인 무대에서 잊혀졌던, 그래서 더 이상 사람들에게 회자되지 않

 

던 '잃어버린 10년' 부터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조금 냉정하게 이야기해야겠습니다. 창세기전

 

의 역사적 의미가 각별한 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게임 시장에서 창세기전의 의미는 아이소프트

 

맥스나 창세기전 카페 같은 같은 소수 사이트를 통해 유지되고 있는 팬덤과 사람들의 기억 속

 

에 아련히 남아 있는 잔영 정도에 지나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지난 10일에 있던 정영원 대표

 

님의 인터뷰를 기점으로 <코드 g 프로젝트>가 게임계에 이슈화되었지만, 네이버에 검색해 보

 

면 정작 <코드 g 프로젝트>를 제목으로 한 기사는 열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일 뿐입니다.

 

지금 <코드 g 프로젝트>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그야말로 '계층'의 움직임일 뿐입니다. 과거에

 

창세기전을 즐기고, 감동받았으며, 그래서 그 때의 로망과 즐거움을 기억하는 이들의 '계층적

 

관심'이라는 것이죠.


패키지 게임을 한정 수량 만들어 소소한 이익을 낼 요량이라면 그런 계층적 관심만 있어도 됩

 

니다. 하지만 <코드 g 프로젝트>는 어디까지나 온라인게임입니다. 온라인게임은 소수의 계층

 

적 관심만으로는 흥행할 수 없습니다. 소프트맥스는 가장 먼저, 지금 이 순간부터 대한민국 게

 

이머들 한 명 한 명에게 창세기전이라는 브랜드를 알려 인지도를 회복하고, 각인시키는 데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아이디어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고 소프트맥스가 게임 장사마저 '잃어

 

버린 10년'이 된 게임사는 아니기 때문에 소프트맥스 내부에서도 여럿 생각이 있을 거라 봅니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창세기전 2 / 서풍의 광시곡 / 템페스트 등의, 윈도우 xp 이상의 운영체

 

제에서 정상적으로 구동이 되지 않는 패키지 게임들을 윈도우 xp용으로 컨버전하여 출시하는

 

것도 창세기전에 대한 인지도를 회복하는 아이디어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코드 g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만 해도 힘들텐데 이것까지 할 여력

 

이 있을지 생각도 안 해보고 맘대로 말한다"라고 저를 힐난하실 분도 계시겠죠. 저 역시 그것

 

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거나, 반드시 그런 것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가 그런

 

예시를 든 취지는 사운을 건 프로젝트임에 분명한 <코드 g 프로젝트>를 제대로 성공시키고 싶

 

다면 패키지 컨버전 등과 같은 파격적 이슈를 발생시켜서라도 게이머들의 관심을 창세기전으

 

로 고정시키고, 그 고정 상태를 지속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 컨버전을 해서 버그가 득실

 

거린다면 당연히 역효과가 나고 창세기전에 대한 불신만 가중되겠죠)


둘, 끊어진 관계 회복


어찌 보면 첫 번째 관문인 '잃어버린 10년의 극복'과 중복되는 주제일 수 있으나 맞춰져 있는

 

초점이 다릅니다. 앞서 말한 주제가 창세기전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시장에서의 인지도 회복

 

및 주목도 유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둘째 주제는 이른바 '소프트맥스'에 대한 팬덤을 형성

 

하고 있었던, 그리고 창세기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이들과의 관계 회복에 초점이 맞춰

 

져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창세기전 시리즈를 내고 있을 때에도 소프트맥스는 게이머들에게 아

 

주 친숙한 회사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라이벌 관계이자 같이 팬덤을 지니고 있던 게임사인 손

 

노리가 게이머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한 반면 소프트맥스는 다소 까칠하고 딱딱한 이미지를

 

가진 회사로 여겨졌습니다. 소프트맥스는 당시 공식 홈페이지에 자유게시판을 열어 놓고 있었

 

지만 소통을 하지 않거나 관리하지 않는 일도 비일비재했고 심한 경우 상당 기간동안 홈페이지

 

나 게시판 자체를 폐쇄하는 일도 있었죠. 그리고 지금의 소프트맥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커뮤

 

니티를 만들 수 있는 공간은 없습니다.


그런 '공기' 또는 '흐름'은 단지 홈페이지 관리에서만이 아니라 제가 소프트맥스 모니터요원

 

및 내부 베타테스터로 활약할 당시 소프트맥스 안에서도 읽을 수 있었는데, 단적인 예로 게임

 

과 관련되어 커뮤니티에서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 갑갑해서 소통 같은 것을 해야 되는 게 아니

 

냐고 개발자에게 건의했을 때 '말씀은 알겠습니다만, 블리자드가 게이머들과 소통 잘 해서 사

 

랑받는 것은 아닙니다'라는 식의 대답을 들었을 때도 있었고, 템페스트 출시 때에 원래 고지된

 

최종 테스트 일정의 절반 정도도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버그가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출시일

 

에 쫓겨 결함이 있는 제품을 출시해 저를 포함해 같이 내부 테스터로 일했던 이들을 아연실색

 

하게 만들었던, 그리고 예상한 것보다 더한 결함이 있는 템페스트로 인해 좌절하고 분노했던

 

일도 이 경우에 해당하겠죠.


뭐 지금 제가 든 두 가지 예는 어디까지나 창세기전이 나오던 시절의, 1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

 

다. 그렇기에 <코드 g 프로젝트>를 만드는 지금의 소프트맥스도 똑같을 것이라고 성급한 일반

 

화를 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여러 모로 정확성이 떨어지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창세기전이라는 브랜드를 기억하는 이들, 즉 충분히 소프트맥

 

스 편이 될 수 있고 <코드 g 프로젝트>의 열혈 게이머가 되어 줄 수 있는 '팬'들의 마음 속 한구

 

석에는 과거에 소프트맥스가 저지른 이런저런 소홀함과 일방적 태도로 인해 아쉬움을 느꼈던

 

기억 역시 남겨져 있다는 것을 소프트맥스는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더해, 창세기전과는 관련 없다고 말할지는 모르겠지만 '마그나카르타'의 악몽 섞인 흑역사가

 

수많은 소프트맥스의 팬들이 영원히 등을 돌리게 만든 계기였다는 점 역시 분명히 염두에 두어

 

야 할 것입니다.


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소프트맥스는 속사정이야 좋든 싫든 온라인 게임 프로젝트라

 

는 이유 때문에라도 '쓸쓸하게 망하기 싫다면' 소통을 위해 귀를 열어야 할 것입니다. 아

 

이소프트맥스나 창세기전 카페 등의 이미 뿌리내린 커뮤니티의 동향을 살피고 그들의 이야기

 

를 듣는 것은 기본이고, 공식 홈페이지에 소통의 장을 만들어 창세기전에 대한 관심을 모으고

 

개발 이슈와 같은 정보들을 조금씩 공개하면서 의견을 모아 조율하거나 건의를 받는 등의 방식

 

으로 소프트맥스의 '팬덤'을 다시 일으키고 더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역시 빨

 

리 시작하면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고 봅니다. '자신에게도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블리자드

 

를 벤치마킹한답시고 게이머들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건의와 소통을 무시한 채 '자기에게만 재

 

미있는 게임'을 만들었다가 지난 10년간 파멸의 길로 추락한 다른 게임사들의 전철을 밟지 않

 

기를 원한다면 게임사와 게이머들 사이의 소통과 교류, 그리고 의견 교환은 - 비단 소프트맥스

 

만이 아니라 어떤 게임사라 하더라도 -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봅니다.


게임사는 게이머에게 열린 자세로 다가간다면 좁은 회사 안에서 얻을 수 있는 생각 외에 신선

 

한 재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창세기전의 잔영을 머리와 가슴에 각인한 게이머들은 온라인

 

화가 되어가는 창세기전에 다시금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그런 순기능을 얼마나

 

잘 일으킬 수 있을지는 전적으로 소프트맥스에게 달렸다고 봐야겠지요.


셋, 피할 수 없는 창세기전과의 싸움


앞에 든 두 개의 관문이 <코드 g 프로젝트>를 둘러싼 대외적 환경에서 소프트맥스가 해결하

 

고 고려해야 할 부분이라면 이제부터 이야기할 두 개의 관문은 <코드 g 프로젝트> 자체가 해

 

결하고 고려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중 첫번째는 창세기전 뿐만 아니

 

라 '원작 게임'이 있는 온라인 게임이라면 누구나 다 거쳐야 하는 관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바로 '창세기전' 자신과의 피할 수 없는 싸움입니다. 원작과의 비교는 좋든 싫든 따라붙게 되

 

는 꼬리표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원작을 가진 온라인게임이 원작의 후광으로 비슷한 시기의 다

 

른 온라인게임에 비해 더 관심을 얻게 되는 장점을 가진 이상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죠.


원작 게임을 온라인 게임으로 만드는 데에 있어 마니아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고, 비록 마니아

 

들이 아니더라도 원작 게임을 기억하는 이들의 관심 역시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관심

 

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어떻게 보면 개발 과정의 한 조각에 불과한 일러스트레이션이나 컨셉아트만 공개되어도 게이

 

머들이 보기에 과거의 원작과 이질감이 느껴지게 되면 게이머들은 반발하게 되고, 원작과 사

 

뭇 다른 스토리나 인물 설정 같은 부분이 나오면 게이머들의 반발은 반발을 넘어 보이콧으로까

 

지 비화될 가능성도 존재합니다.(그런 점에서 볼 때 <코드 g 프로젝트>에 만일 흑태자가 등장

 

한다면 소프트맥스에서는 흑태자의 일러스트부터 인물 묘사, 대사 한 마디까지 각별히 주의하

 

셔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창세기전의 세계인 안타리아만을 갖다 놓고 창세기전의

 

주요 인물들을 배제시키거나 안타리아 역사상의 주요 사건들과 동떨어진 게임을 만들면 그것

 

은 또 그것대로 욕을 먹겠죠.


물론 원작 팬들의 반발이 모두 옳다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부분을 모두 '나의 ●

 

●●●은 이렇지 않다능!'하는 식으로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시해서도 안 됩니다. 원작

 

의 후광을 받고 나와서 원작의 명성에 금이 가는 일이 발생하는 것을 좋아할 만한 게이머들이

 

있을 리 만무하거니와, 원작의 이름을 달고 나와 원작의 설정을 지키지 않는 게임을 게이머들

 

이 용납할 리 없는 것은 기본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조율을 위해 소통이 필

 

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코드 g 프로젝트>는 다른 원작 게임과는 달리 창세기

 

전을 아껴 왔던 팬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매우 어려운 콘텐츠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창세기전이라는 게임이 시리즈화되어 본편과 외전, 그리고 외전에서 다시 본편

 

으로 넘어오면서 발생할 수밖에 없었던, 시리즈간에 상충되는 스토리라인 및 인물들의 인과관

 

계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창세기전 시리즈에 대한 게이머들의 취향 차이 때문입니다.

마치 e-sport에서 '질레트부터 스타봤냐'라는 이야기가 떠도는 것처럼 창세기전 역시 게이머

 

들이 창세기전 시리즈를 접한 시기와 개인의 성향에 따라 취향 차이와 자신이 최고의 게임이라

 

고 인정하는 창세기전 제품이 결정되는데 거의 원작에 속하는 <창세기전 2>를 가장 좋아하는

 

게이머들도 있고, <서풍의 광시곡>이나 <템페스트>와 같은 외전들이 본편보다 더 취향에 맞

 

아 창세기전을 접하고 팬이 되었다고 하는 분들도 있으며 <창세기전 3>을 가장 마음에 두는 게

 

이머들도 있습니다. 창세기전 1, 2의 골수팬들 중에는 창세기전 1, 2 이외의 타이틀을 창세기

 

전 최고의 시리즈로 생각하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례로 <템

 

페스트>의 경우 토니씨의 일러스트로 인해 그 전에 창세기전을 몰랐던 게이머들이 많은 관심

 

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창세기전 3>은 오히려 <창세기전 2>보다 더 많이 판매된 게임이

 

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게이머들에게 미.친 파급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되겠죠.


이런 '취향 차이'는 스토리의 인과관계와 시리즈마다 달라지는 컨셉 등의 차이와 맞물려 아주

 

묘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그런 묘한 움직임 중의 좋은 예 중 하나가 바로 창세기전을 즐기

 

신 분들 중 대부분이 기억하실, e-sport의 본좌 논쟁보다 더 오래 전부터 행해졌던 '창세기전

 

최강자 논쟁'입니다. 창세기전 1, 2부터 플레이한 이들은 대개 흑태자를 안타리아의 최강자로

 

기억하고 있고, 시라노나 살라딘, 샤른 호스트 등의 다른 시리즈 주인공들은 마치 '넘사벽' 수

 

준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창세기전 3>이나 <템페스트>, <서풍의 광시곡>

 

등을 정설 혹은 자신의 취향으로 인식한 게이머들 중에는 흑태자의 강함을 인정하면서도 흑태

 

자만이 가졌던 암흑혈 없이 아수라를 힘으로 제압해서 사용하는 샤른 호스트(클라우제비츠 팬

 

드래건) 역시 최강의 한 자리에 이름을 올릴 자격이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고, 시라노나 살

 

라딘 역시 게이머들의 취향과 주관에 따라 최강자라고 인정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습니다.


하지만 창세기전 1, 2를 플레이하고 그것만이 제대로 된 창세기전의 역사라고 생각하는 이들

 

중 일부는 - 물론 거기에는 창세기전은 본래 2에서 완결지어야 했다는 식의 개발자 언급이 영

 

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 아수라가 암흑혈 없는 흑태자 외의 존재에게 지배된다는 설정 자체를

 

아예 인정하지 않는 배타적 태도를 넘어서서 더 심하게는 <창세기전 2> 외의 게임은 모두 진정

 

한 창세기전이 아닌 잡종이나 쓰레기라는 식으로 폄훼하기도 했죠. '창세기전의 가치에 손상

 

을 주고, 흑태자의 강함을 모독할 뿐이다'라는 등의 이유에서요. 여담이지만 창세기전 최강자

 

논쟁은 e-sport의 본좌 논쟁과 같은 '통계'처럼 객관성을 말할 수 있는 근거조차 매우 적은 논

 

쟁이라, 말 그대로 주관과 주관이 부딪치는 소모전에 지나지 않게 되었고 지금에 와서는 금기

 

시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렇듯 창세기전은 게임 본연의 재미요소와 시스템에 대한 고찰도 시작하기 전에 시리즈에 따

 

라 달라지는 스토리와 인물들과의 상관관계, 취향 차이 등만으로도 원작을 즐겼던 게이머들의

 

기호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들이 모두 공감할 만한 공통분모를 맞추기 매우 어려운 게임입니

 

다. 그리고 소프트맥스는 이런 것들을 뭉뚱그려 온라인 게임을 만들어 내겠다고 한 것이고요.

 

자. 개발자들의 머리가 얼마나 깨질 듯 아파야 하는지 상상이 가지 않으십니까? 저는 개

 

발자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걸 어찌 맞춰야 할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더군요. 그래

 

서 제가 '소프트맥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라고 맨 처음 생각했고 제목 역시 그렇게 잡은

 

것입니다.


뭐 제 머리가 아플 일은 없으니 강 건너 불구경이나 해야 하나요? 글쎄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

 

다. 하지만 그 동안 인터넷을 살펴보니 원작을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 '그럴법한 상상'의 틀을

 

갖춘 의견들이 - 물론 그것이 기존 게임들의 컨셉을 차용하거나 벤치마킹한 생각들이 대부분

 

이라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 넷상에서 여럿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창세기전 2>의 시기

 

부터 시작하여 마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얼라이언스와 호드처럼 팬드래건 왕국과 게이

 

시르 제국 간의 대립과 경쟁을 그리는 게임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부터, 거기에서 더 나아가 마

 

치 지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확장팩 개념처럼 오리지널판은 흑태자의 희생으로 엔딩을

 

맞고, 다음 확장팩은 서풍의 광시곡, 다음 확장팩은 템페스트(그러면 mmorpg에 연애시뮬레

 

이션이 결합되는 건가요-_-) 등등으로 해서 마지막 확장팩은 과거로 돌아가 아르케인들과 부대

 

끼는 곳에서 끝내보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반대로 무영릉이나 용자의 무덤은 당장에라도 등장

 

하기만 하면 <리니지>의 오만의 탑 못지않은 파밍장소로 죽치고 틀어박힐 작업장 캐릭터가 몇

 

만 개는 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는 이들도 있고요.


중요한 건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외전과 본편을 포함한 창세기전의 풍부한 설

 

정과 스토리, 그리고 세계관 등을 어떻게 꿰어서 온라인 게임으로 만들 것이냐. 바로 그것이 아

 

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과정에서 원작과의 비교, 대조, 갈등,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

 

며 그 경쟁을 통과하지 못한 채 시장에 공개되는 비극이 생긴다면 <코드 g 프로젝트>는 시장

 

에 공개되자마자 아주 싸늘한 환영(!)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창세기전의, 옛 소프트맥스

 

팬들의 마음은 싸늘하게 돌아서게 되겠죠. 팬들이 예전에 <마그나카르타>로 뒤통수를 맞고 소

 

프트맥스를 싸늘하게 가슴 한구석에 묻어버렸다면, 이번에 소프트맥스가 팬들을 실망시킬 경

 

우 소프트맥스라는 존재는 마음 밖으로 내쳐져 가루도 남지 않을 만큼 흩어지게 될 수도 있습

 

니다.



넷, '돈 되는 게임'이 아닌 '돈 내고 싶은 게임'으로의 길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질문 하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는 게임이 두 종류가 있습니

 

다. 무엇무엇이 있을까요?

정답은 '세상에는 '유료게임'과 '무료게임'이 있다'입니다.

또 질문 하나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는 게임이 두 종류가 있습니다. 무엇무엇이 있을까요?

같은 질문인데 답이 다릅니다.

이번 정답은 '세상에는 '돈 되는 게임'과 '돈 내고 싶은 게임'이 있다'입니다.


저는 요즘의 온라인게임들이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면 서태지씨의 노래 가사가 떠오릅니다.

'아직도 그 수많은 넋이 나가있고 모두가 돈을 만들기 위해서 미.친 듯이 뛰어다니는 걸 나는 볼 수가 있었지'

그렇습니다. 지금의 온라인게임을 보면 게임을 정말 '즐기는'이들은 날로 줄어들고, 언제부턴

 

가 '돈 되는 게임'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점점 많아져 지금은 손을 쓸 수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

 

다. 그리고 상당 수의 게임사들 역시 '돈 되는 게임'만을 만들고 팔아먹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

 

습니다. 물론, 현금거래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미로 보면 개인의 선택이기도 하고(대신

 

이용약관 위반이나 주민등록법 등에 저촉되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은 감수해야겠지

 

요.) 완전히 막는 것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점을 알고 있음에도 제가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게이머나 게임사나 '돈 되는 게임'만을 추구하는 풍조를 좇다 보니 지난 7년간 이

 

바닥에서 일하면서 참으로 황당한 경우를 많이 겪었기 때문입니다. 게임의 재미나 독창성, 게

 

임성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이 '현금거래로 떠서 어떻게 돈 좀 벌어보자'하는 식의 저의를 노골

 

적으로 품고 게임을 만들어 출시하고, 그런 시각으로 게임을 선정하는 이들을 정말 심심찮게

 

만날 수 있습니다. 마치 정치로 이야기하자면 '부패도 능력이다',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 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게임의 '본질'을 비껴난 이야기가 사업적으로 상당 부분 먹혀드는데, 먹히는 이

 

유는 간단합니다. '<리니지>와 <아이온>이 그렇게 성공하고 있고, 성공했으니까'. 사실 적잖

 

이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현금거래를 찬성하고 게이머의 권리라고 이야기하는 게이머

 

들조차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런 황당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제정신으로 게임을 만들

 

수 있기는 한 것이냐고 저에게 반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정신으로' 그런 선택을 하

 

는 이들은 게임계에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이렇습니

 

다. "'돈 되는 게임'이라서 사람들이 모여드나, 사람들이 '돈 내는 게임'이라 모여드나 그게 무

 

슨 차이냐". 어떻게든 결과적으로 사람만 많이 모이고 돈만 벌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소

 

위 요즘 가장 '돈 되는 게임'인 <아이온>과, 그나마 '돈 내고 싶은 게임' 축에 속하며 상대적으

 

로 덜 돈이 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놓고 그 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온>이나 <

 

리니지>가 현금거래 많다고 하지만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도 현금거래 하잖냐"라는 식으로

 

양비론을 제기하면서 자기합리화에 열을 올리죠.


그러나 그 차이는 지대합니다. 2009년 1분기 국내 mmorpg 순위는 1위가 <아이온>, 2위가 <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였는데 1위인 <아이온>의 현금거래 금액은 533억 2천만원으로서 같은

 

기간 아이온의 국내 매출인 426억 5천만원을 100억 이상 초과했습니다. 참고로 <리니지>의 경

 

우 매출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보다 훨씬 못하나 현금거래 규모는 1분기 동안 400억이 넘었

 

습니다. 반면 mmorpg 점유율 2위인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현금거래액은 1분기 동안 고

 

작(!?) 69억 7천만원밖에 되지 않았죠. 더 말하면 <아이온>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비교

 

가 될 테니 이쯤 하고요. 어쨌거나 '돈 되는 게임'과 '돈 내고 싶은 게임'이 차이가 없다고 말하

 

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봅니다. 현금거래 시장에 종속되는 게임은 다른 돈 되는 게임

 

이 나타나면 매출에서 그만큼 힘을 잃는 반면(<아이온>이 등장했을 때 리니지 1, 2가 풍선효과

 

가 없을 것인 양 일부 언론에서 이야기했지만 실제로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죠.) '돈 내고

 

싶은 게임'은 그 게임이 돈 내고 싶도록 만들어지는 한 매출이 늘면 늘었지 줄어들 일은 없습니

 

다.


이야기하고 싶은 말을 직설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는 소프트맥스가 '돈 되는 게임'으로 <코

 

드 g 프로젝트>를 만들 요량이라면 차라리 소프트맥스 자체가 없어지는 편이 게임계에 훨씬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창세기전이라는 게임이 만들어진 안타리아의 풍부한 세계관

 

과 설정들, 그런 것들을 게임 속에 충분히 녹여내고 잘 숙성시켜 제대로 된 게임을 만들 생각

 

없이 그저 창세기전이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게임을 만들면 '돈이 될 것 같으니까' <코드 g 프

 

로젝트>를 만드는 것이라면 저는 그런 사이비 창세기전은 뫼비우스의 우주 속에 먼지처럼 사

 

라지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것은 소프트맥스가 지난 15년간 지켜온 자기 자신의 유산을 자기

 

스스로 말살시키는 또 한번의 '자멸'을 뜻할 테니까요. 무엇보다, 게이머들의 기억 속에 있

 

는 창세기전은 '돈 되는 게임'이 아니라 '돈 내는 게임', 그리고 '돈 내고 싶은 게임'이었

 

습니다. 그렇기에 그 험한 패키지 시장에서 창세기전 시리즈만이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

 

고 살아남은 것이죠.

창세기전을 온라인 게임으로 재탄생시켜 돈을 벌겠다는 생각 자체는 소프트맥스의 고유 권한

 

이고 좋고 나쁨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닐지 모르나, 그것은 '돈 내고 싶은 게임'이어야 옳은

 

것이고 '돈만 좇는 게임'으로 <코드 g 프로젝트>를 만든다면 그것은 창세기전의 이름을 더럽

 

힐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저도 현업에 있는 사람으로서 지난 7년간 여러 게임을 살펴

 

본 경험을 토대로 현실적인 충고(?)를 하나 말씀드리자면, '돈 되는 게임'이라고 만든 게임들

 

이 정작 '돈이 되는' 경우는 로또 맞을 확률만큼 매우 희박해 보이고, 그보다는 '돈 내고

 

싶은 게임'이나 그 비스무리한 것을 지향하면서 만든 게임이 '돈 되는 게임'이 되는 쪽

 

이 훨씬 더 확률이 높은 듯 합니다. 그러니 요즘의 흐름이 아무리 '돈 되는 게임'이라 해

 

도, 일단 '돈 내고 싶은 게임'으로 <코드 g 프로젝트>를 만드시는 것이 훨씬 분명하고

 

간단한 해답이 되지 않을까요. 저는 단지 '돈 되는 게임'은 싫어하지만, <코드 g 프로젝트>

 

가 '돈 내고 싶은 게임'을 지향하면서 발전해 나가기 때문에 '돈 되는 게임'이 된 것이라면 그

 

런 것이야 뭐 어찌하겠습니까.


* 잘못 이해하실 가능성이 있을 수 있으니 이 대목에서 제가 사용한 용어의 의미를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돈 되는 게임', '돈만 좇는 게임' - 지하경제(현금거래)의 흐름과 규모에 빌붙어 뜨고자 하는 게임.
'돈 내고 싶은 게임' - 소비자들의 선택과 구매에 따른 수익을 추구하는 게임.


맺음말 : <코드 g 프로젝트>,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너무나 어려운 문제입니다. 본문 중에도 언급했습니다만 저는 소프트맥스가 최후의 수단으로

 

너무 어려운 수단을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냉정하게 말해 소프트맥스는 게임을 아주 꼼꼼하

 

게 만드는 회사는 아닙니다. 버그문제도 있었고 출시 직전에 미구현된 시스템도 있었으며(가

 

령 <템페스트>의 에고 모드 같은) 출시일에 쫓겨 게임을 미완성된 게임을 냈다가 두 번이나 게

 

이머들의 질타를 들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소프트맥스가 온라인 게임으로 흥행이나 게

 

임성에 대한 검증을 받은 회사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테일즈위버>나 <sd

 

건담 캡슐파이터>는 세계는 고사하고 대한민국에서조차 정상권에 오르지 못했지요. 아무리 봐

 

도 성공할 수 있는 긍정적 근거보다는 실패할 위험성이나 부정적 근거가 많습니다. 물론 그렇

 

다고 소프트맥스에서 게임을 만드실 분들이 실패를 염두에 두어서는 안 되겠지요. 적당히 할

 

생각도 해서는 안 될 것이고요.


여기까지 읽으시고, 제가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하실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분명히 말하고 싶은 또 한 가지는, 저는 마음 속에 <코드 g 프로젝트>의 실패를 염

 

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누구보다도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인식은 냉정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다소 직설적인 표현까지

 

사용한 것입니다. 본문에서 말한 여러 가지 근거에서 보듯 소프트맥스는 현실적으로 마지막

 

한 수를 던진 것이고, 창세기전이라는 이슈는 과거의 영광으로 인해 약간의 관심은 더 받을 수

 

있을지언정 창세기전의 팬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강한 임팩트가 있는 것이 아니며, 성공

 

을 100% 보장할 만한 이슈는 더더욱 아닙니다.


게다가 그런 저의 주장을 증명하는 근거도 있죠. 손노리의 포가튼 사가가 위자드 소프트에

 

의해 2001년 포가튼사가 온라인으로 온라인 게임화되었다가 원작 게이머들과 온라인 게

 

이머들 그 누구도 잡지 못하고 쓸쓸히 시장에서 퇴장한 일이 있지요. 따라서 패키지게임이

 

출시 종료된 지 10년이 지난 창세기전이라는 컨텐츠가 단순히 '온라인화'만으로 100% 성공하

 

거나 흥행한다는 주장은 문제가 많고 근거 없는 생각이라고 봅니다.(그런 점에서 손노리가 진

 

행 중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온라인도 똑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봅니다. 손노리 역시 이름

 

만 빌려줬든 어쨌든, 포가튼 사가에 오점만 남겼던 8년 전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텐데

 

과연 호락호락할지 모르겠네요.)


여담이지만 예전에 창세기전 2의 재발매를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에 대립각을 세울 때에도 저

 

는 지금과 비슷한 태도를 일관되게 취했습니다. 당시 이미 다 망가져버린 패키지 게임 시장을

 

생각하지도 않고 창세기전 2가 가져다 준 과거의 환상에 사로잡혀 창세기전 2를 재발매하면 무

 

조건 10만, 20만 카피를 판다고 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저는 이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

 

다. "나도 창세기전이 재발매되어서 성공하기를 바라지만, 지금의 패키지 시장 상태가 어떤지

 

생각도 안 하고 대체 무슨 근거로 10만, 20만 카피를 팔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이냐. 지금 1천

 

카피나 팔면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하는 게임사들이 한둘인 줄 아느냐. 10만, 20만 카피? 창세

 

기전 2가 재발매되어서 5천 카피라도 팔면 그것은 대성공일 것이다." 그리고 지금 <코드 g 프

 

로젝트>를 보면서 글을 매조지하는 마음 역시 그렇습니다. 소프트맥스의 팬이자, 오랜 친구

 

로서 <코드 g 프로젝트>의 성공을 누구보다 바라지만, 현실인식을 도외시한 채 장미빛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은 <코드 g 프로젝트>의 성공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까요.


자. 어쨌든 판도라의 상자는 열렸습니다. 소프트맥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코드 g 프로젝트>

 

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고, 그러면서 판도라의 상자 속에서 맨 처음 빠져나오기 시작한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전쟁, 증오와 시기 등의 인간의 고통의 근원처럼 수많은 고난을 겪게 될 것입니

 

다. 그런 고난과 번뇌들이 모두 풀려나간 다음, 다 아시다시피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

 

은 것은 '희망'이었죠. 과연 소프트맥스는 모든 고난과 번뇌를 견디고, <코드 g 프로젝트

 

>, '창세기전 온라인'을 잘 완성시켜서 '희망'을 손에 넣을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희

 

망'은 게이머들에게도 '희망'으로 다가올까요?


일단은 기다려야겠습니다. 2011년에 제가 살아 있다면 오늘과 다름없이 저는 그 때도 온라인

 

세상을 여행하고, 먹고 사는 문제에 골몰하고 있겠죠. 그리고 그렇게 정처 없이 여행하던 어

 

느 날 창세기전 온라인이 저를 환영해 주는 노란 리본으로 다가온다면, 과거의 추억과

 

현재의 즐거움, 그리고 미래의 꿈을 위하여 창세기전 온라인에 기꺼이 시간을 사용하

 

고, 지갑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때를 기다립니다.


- the xian -

 

 

원본게시물 : http://www.pgr21.com/zboard4/zboard.php?id=ACE&no=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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