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지하철에서의 일이었습니다..
피곤에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빈 자리를 찾아 꺼덕거리며 졸고 있었습니다..
난데없는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짜증스럽게 깨긴 했지만요..
벌컥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나는 쪽을 돌아보니.. 한 아줌마와 꼬마 남자애가 옥신 각신 하더군요..
대화의 내용으로 금방 엄마와 아들이라는걸 알 수 있었습니다..
'아..씨.. 그 게임기 좀 사달라니까 그게 그렇게 아까워..?'
'너 게임기 많이 사줬잖아.. 다음에 사줄게..'
'싫어~싫어~ 지금 사줘.. 돈도 많으면서.. 이잉..'
그 애는 얼굴까지 붉어지면서 씩씩거리고..
심지어 엄마를 막 걷어 차면서 몸부림을 치기까지 하더군요.. 결국엔 큰 소리로 울면서 떼를 씁니다..
주위 사람들 모두 전부 짜증스럽게 쳐다보자, 마침내 사주겠다는 말이 나오고..
언제 그랬냐는듯 그 아이는 조용해 집니다.
가만 보니.. 차림새가 부티나는걸로 보아 좀 사는 집안 같았습니다.
그 모자가 앉아 있는 바로 정면, 즉 제 옆자리에는 그 모자와 상반되는 차림의 모녀가 앉아 있었습니다.
차림새는 꾀죄죄하고 피곤한 기색이 가득한.. 좀 가난한 집안 같아 보였단 말이죠..
엄마로 보이는 분은 몹시 고단한지 고개를 푹 숙이고 졸고 계셨고, 딸로 보이는 여자애는
눈을 말똥말똥 뜨고 지하철 노선도를 물끄러미 보고 있더군요..
그 아이도 몹시 피곤해보였지만, 아무래도 둘 다 졸면 내릴 역을 지나칠지 몰라 일부러 깨어있는듯 했습니다.
큰 손수레와 이런저런 짐이 있는걸로 보니.. 아무래도 노점상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그런 사람들 같았습니다.
그때였습니다. 한 장애인 분이.. 칸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동전이 약간 담긴 바구니를 들고 오시더군요..
얼굴 여기저기엔 상처가 나있었으며.. 다리를 심하게 저는.. 청각장애인분 이었습니다.
그 장애인분을 보더니 아까 그 떼쓰던 남자아이는 엄마와 뭘 속닥거리며 킬킬 웃는게 아니겠습니까..
그 아이의 엄마는 야단을 치기는 커녕 오히려 같이 맞장구를 치며 웃더군요..
정말.. 한 대 걷어차주고 싶을 정도로 얄밉게 말이죠..
다른 승객들도 그저 모른 척 앉아있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그 꾀죄죄한 여자아이는 웃거나 무시하기는 커녕 약간 씁쓸한 표정을 짓더니
자고 있던 엄마를 깨워 뭔가를 얘기했습니다.
잠시후 그 엄마는 품에서 지저분한 지갑을 꺼내어 아이에게 꼬깃꼬깃한 돈 2천원을 쥐어 주고..
그 아이는 그 장애인분에게 달려가 동전만 몇개 있는 바구니에 그 2천원을 넣어주는게 아닙니까..?
그 장애인분은 그 여자아이에게 고개를 연신 숙이며 고맙다는 뜻을 보였고..
그러자 같은 칸에 타고있던 승객들 몇 분도.. 약간씩 돈을 꺼내어 그 바구니에 적선을 했습니다.
아.. 정말 감동적이더군요.. 마침 가진 돈이 떨어져 빈털털이 신세였던 저도
주머니를 털어 있는 돈 모두 그 바구니에 쏟아부었습니다.
모든 승객의 시선은 아까 그 모자에게 집중되고..
좀전에 그 비웃던 남자아이도 웃던 걸 멈추고 갑자기 얼굴이 빨갛게 변하더니..
엄마에게 돈좀 넣어주라고 보채기 시작하더라구요..? 그 엄마는 귀찮은 듯이 천원짜리 한 장을 집어넣었고,
그 장애인분은 비틀비틀 거리며 칸에 있는 모든 승객들에게 인사를 한번씩 한 후,
다음 칸으로 가셨습니다. 아까 그 꾀죄죄한 모녀는 싱글싱글 웃으며 서로 얘기를 주고받았고,
그 부잣집 모자는 못마땅한 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그냥 침묵을 지키더군요..
집으로 올때까지 정말 기분이 좋았습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아도 나눌수 있는것은 많은 이런 아이 덕분에..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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