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의 꿈은 아빠가 되는 것

웰컴투두개골 작성일 05.12.23 23: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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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의 꿈은 아빠가 되는 것


이름 : 유태호

생년월일 :2000년 6월 24일

집 : 상락원 (http://www.srwon.or.kr)

우연찮게 태호이야기를 처음 들었을때는 이른바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상락원에 자원봉사를 하고 계신 분이 귀뜸해주신 이야기는 대략 이런 것이었습니다. “양팔이 없는 6살 꼬마. 부모는 모르고, 사회복지시설에서 살고 있다. 아이는 너무나 밝고 명랑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도대체 어떤 아이일까...태호를 만나러 갔습니다. 사실 기자로써 장애인을 취재할 때는 늘 조심스럽습니다. 말실수는 하지 않을까, 기분을 상하게 하지는 않을까, 혹여 어둡게 비춰지지는 않을까...조바심이 나기 마련입니다. 태호는 취재진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를 했습니다. 태호는 주변사람들까지 기분좋게 만드는 행복바이러스는 폴폴 풍기고 있었습니다.

태호는 태어나자마자 입양기관에 맡겨졌습니다. 아이의 엄마는 고등학교 2학년, 미혼모였다고 합니다. 일면식도 없는 아이의 엄마지만 자신의 처지를, 태호의 장애를 받아들이기가 무척이나 힘들고 막막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입양기관에서도 심한 장애때문에 입양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아래, 중증장애아시설인 상락원으로 보냈다고 합니다. 태어난지 석달만이었습니다.

태호는 ‘피에르 로빈증후군’이라는 선천성 장애를 안고 있습니다. 현재 태호의 주치의인 박상희 교수님(고려대학교 의료원 소아과)는 피에르 로빈 증후군은 턱이 작고 입천장이 뚫려있는 구개열을 동반한 선천성 장애라고 설명했습니다. 턱이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혀가 크기 때문에 영유아때 혀가 기도를 막아 호흡곤란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아직 뚜렷한 발병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는 증후군입니다.

태호는 심장과 폐기능이 원활하지 못해서 피곤하면 열이 오르고, 폐렴도 자주 걸린다고 합니다. 태호가 물리치료나 수치료를 받을 때, 물장구를 곧잘 치다가도 금새 기력이 빠져 지친 모습을 자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태호는 양팔이 없는데다, 다리도 온전하지 못합니다. 엉덩이와 종아리 사이, 대퇴골 그러니까 허벅지 부분이 없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앉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였다고 합니다. 2살 무렵 물리치료를 처음 시작할때만해도 고통스러워서 금새 울음을 터뜨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태호는 이겨냈습니다. 지금은 떼굴떼굴 굴러다니면서, 앉아서 발을 자유롭게 놀리고 있습니다.

태호는 이미 구개열 수술 등 세 차례 큰 수술을 이겨냈습니다. 박교수님은 피에르 로빈 증후군 환자 자체가 국내에 매우 드문 사례이기 때문에 태호가 앞으로 어떤 수순을 밟게 될지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취재를 하면서, 태호의 주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태호네 반 선생님은 귀여움을 많이 받는 태호가 혹시 버릇이 없어지지는 않을까, 무리를 하지는 않을까 악역을 도맡아 하십니다.태호의 결연가족은 주말마다 태호를 데려가 가족을 만들어주고, 세상 구경을 시키고 있습니다. 태호는 원장 스님의 휴대폰을 빌려, 아빠, 엄마, 큰형과 작은형의 안부를 꼼꼼히 챙깁니다. 태호가 다니는 정민학교 유치2반 임금비 선생님은 방학 중인데도 일주일에 2~3번씩 태호를 찾아와 무료로 한글공부를 시키고 계십니다.

이외에도 상락원의 식구들, 자원봉사자들, 정민학교 선생님들...태호에게 사랑과 도움의 손길을 주는 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들 사실은 자신들이 태호에게서 더 많이 받아가고 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취재가 막바지에 이르자, 정식으로 태호를 인터뷰하기로 했습니다. 걱정이 앞섰습니다. 태호는 과연 자신의 장애를 어떻게 여기고 있을까... 6살 난 아이에게 큰 상처를 입히는 것은 아닐런지... 상락원의 정은경 대리님은 태호가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얘기해주셨습니다.

조그만 의자를 태호를 앉히고, 질문을 던졌습니다. 손대신 발로 살기 힘들지 않냐고... “괜찮아요” 의젓한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 잠시... 코끝이 찡해졌습니다.

태호의 꿈은... 아빠가 되는 것이라고 합니다. 태호에게 ‘아빠’는 ‘남자 어른’이란 뜻입니다.

어른이 돼서 자동차를 몰고 자유롭게 세상과 만나는 것... 태호의 꿈이 이뤄지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 이상 mbc 성지영기자가 지난 여름에 쓴 글.





2580의 연말특집인 태호 이야기는, 태호가 재활훈련을 받고, 기차를 타보고, '일반아동'과 함께 유치원수업을 받고, 감기에 걸려 입원하고, 양팔이 없는 중국인 서예가의 방문을 받는..자잘한 일상을 보충취재해서 편집한 것이다.



금년에 본, 그 어떤 영화,드라마 보다 감동적이었다.

다소 작위적 편집이 있었음에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다운증후군이나 '혐오감'을 유발할 수 있는 장애를 가진 취재대상이 아닌,

너무나 귀엽고 밝고 명랑한 태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 대해, '취재의도'를 느끼게 하긴 했으나...그러나, 우리네 사람들이란 어쩔 수가 없다. 움찔거리지 않고, 대상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 TV 매체의 특성상...다른 장애아동들에 비해, 태호의 경우 그 모든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태호의 마지막 말,

"감기 조심하세요".

더할 나위 없는 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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