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 많았던 내 몸에 붉은 가시가 드러나니 뿔을 숨겼음을 알았다 무쇠로 시퍼렇게 날을 세운 칼이었다 부서져 날카롭게 조각난 유리를 손에 들었다 치명적인 독을 품고 또아리를 튼 뱀이었다 나를 벌 주려고 나를 단칼에 단죄하려고 내 껍질을 벗기고 살을 벗긴 겨울이 아니었다면 잘라내야 할 저 뿔로 당신이라는 하늘을 마구 찔러댔을 것이다 부러뜨려야 할 저 칼로 당신이라는 육신을 마구 베었을 것이다 깨뜨려버려야 할 저 유리로 당신이라는 땅에 깊은 상처 여럿 입혔을 것이다 삼켜버려야 할 저 독으로 당신이라는 마음을 헤집고 불 태웠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게 당신이라는 세상을 사랑한다며 지은 죄의 값을 달게 받겠다고 오늘, 내 붉은 가시를 보여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