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가시나무

강한사람이다 작성일 06.01.12 04: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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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 많았던 내 몸에
붉은 가시가 드러나니
뿔을 숨겼음을 알았다
무쇠로 시퍼렇게 날을 세운
칼이었다
부서져 날카롭게 조각난
유리를 손에 들었다
치명적인 독을 품고
또아리를 튼 뱀이었다
나를 벌 주려고
나를 단칼에 단죄하려고
내 껍질을 벗기고 살을 벗긴
겨울이 아니었다면
잘라내야 할 저 뿔로
당신이라는
하늘을 마구 찔러댔을 것이다
부러뜨려야 할 저 칼로
당신이라는
육신을 마구 베었을 것이다
깨뜨려버려야 할 저 유리로
당신이라는 땅에
깊은 상처 여럿 입혔을 것이다
삼켜버려야 할 저 독으로
당신이라는
마음을 헤집고 불 태웠을 것이다
지금까지 아무도 모르게
당신이라는
세상을 사랑한다며 지은
죄의 값을 달게 받겠다고
오늘, 내 붉은 가시를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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