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란 우리에게 무엇인가?

미장센느 작성일 06.04.21 00: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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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나의 결혼식이 있던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식장 로비에 서서

오가는 사람들 사이로 형주를 찾았다.

형주는 끝끝내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 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철환씨, 어쩌죠. 고속도로가 너무 막혔어요.

예식이 다 끝나버렸네...."

초라한 차림으로 숨을 몰아쉬는 친구의 아내가

너무 안쓰러웠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죄송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친구가 보내온 편지를 읽었다.



편지와 함께 들어있던 축의금 만 삼천 원,,,,
만 원짜리 한 장과 천원짜리 세장....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 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겸연쩍게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냇다.

"형주 이 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 할 텐데....이를 사려 물었다.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어깨를 출렁이며 울어버렸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 가운데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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