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라 부르는 이유..

개풀뜯어먹는 작성일 06.08.22 22:3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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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임을 밝힘니다.
하이텔 텔넷시절 글쓴이분 이었는데
정말좋은글들이 많네요..
첫번째글 입니다.


친구라 부르는 이유


여러분은 얼마나 많은 친구들이 있나요?

........
....
..


찾아 온 친구들에게 특별히 대접할 것이 마땅치 않아 라면을 끊였습니다..
설겆이를 줄이고자 냄비채 들어 맛있게 먹고 있던 중...
뽀글뽀글한 라면 위로 반갑지 않은 검은 건데기가 보였습니다...

수영할 곳이 그리 없었는지.... 익어서 떠 있는 파리가 보이더군요...
속에 부풀인 라면을 생각하니.... 아찔하였지만...
맛있게 먹고 있는 친구들을 보고 있으려니.... 우정이라는 것이 뭔지..

순간.. 전 들고 있던 냄비를 입맛 없다며... 조용히 내려 놓아야 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저에게도 음식 남기면 벌받는다는 신조를 가진 친구가 있습니다..

냄비에다 밥까지 말아...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 꺼이~~ 꺼이~~ " 거리며 열심을 내는 친구를 보니..
또 다시 우정이라는 단어가 떠 올랐습니다....

" 야.. 파리 들어 갔어!! "

........
....

친구와 같은 원서를 들고 지하철 4호선에 올랐습니다...
같은 학교.. 같은 학과... 우린 서로의 우정을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길음역'이라는 곳까지 다가 왔을 때...

열릴 줄 알았던 우측문 대신... 등을 기댔던 좌측문이 갑자기 열리더군요...

순간.. 친구는 뒤로뛰기 선수인 양.. 한 참을 거꾸로 달려 가다..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던 한 여인과 부딪혀 넘어졌죠..

닫히려는 지하철 문때문인지... 미안하다라는 인사도 못하고....
가까스로 지하철 안으로 들어 온 친구...
'진기명기' 장면을 본 듯.. 사람들은 웃음과 함께 박수롤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까스로 들어 온 탓인지...
친구가 들고 왔던 원서가 지하철 문에 끼여 빠지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여기며... 좌측문이 열리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내려야 할 '미아역'도 지났습니다...

자리는 점점 비어.... 앉아 가도 되었지만.... 친구와 전 그럴 수 없었습니다..
누가 볼까 무서워... 끼여 있는 원서를 뒤로 감추며... 그냥 서서 가야 했죠...

한 아주머니가 앉아 가라고 말하는 것도 뿌리쳐야 했습니다...
저만 앉아서 친구의 쪽팔림을 구경할 순 없는 일...

하지만... 종점이 와서도 좌측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앉지도 않고... 종점까지 왔는데 내리지도 않은 친구와 저를 보며..
사람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저희는 절대 그런 놈들이 아니라고 고개만 저었을 뿐... 대꾸하진 않았습니다..

꼼짝없이 지하철안에 갇힌 신세가 되었지만...
다시 되돌아 오면 좌측문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은 저버리지 않았죠..

얼마나 기다렸는 지... 알 순 없었지만...

아무튼.. 지하철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당시 종착역이였던 '상계역'의 푯말이 보이자.. 안도의 한 숨을 쉴 무렵...
지하철 안으로 안내방송이 들렸습니다...
" 지금 이 열차는 회송행 열차 이오니... 탑승객 여러분께서는 안전선 밖으로
물러 나 주시기 바랍니다.. "

처음엔.. '회송역'이라는 곳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왠 걸?.. 승객을 싣지도 않는 지하철...

순간.. 서늘한 불안감에 우린..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쳐야 했습니다...

" 사람 살려 주세요! ... "

아무도 들을 수는 없는 일..
결국.. 저흰.. '창동 지하철기지'라는 곳까지 텅 빈 지하철에 갇히어
추위에 떨고 있어야 했습니다...
꼼짝없이 갇힌 친구와 저를 어렵사리 발견한 한 승무원...
쩝!.. 다음의 상상은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다만.... 그 당시 친구와 저의 관계를 의심하며... 느끼하게 쳐다 본
그분의 눈빛... 그 눈빛만은 절대 잊혀지진 않을 뿐입니다....

.......
....

병원에 입원한 친구의 소식은 충격이였습니다...
급한 일도 제치고 달려 온 병원에는 여러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어떤 일로 입원하게 되었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모인 친구들과 과일과 음료수를 들고 그의 병실로 들어 갈 무렵..
급히 호출한 그의 여동생이 심각한 표정으로 병실 밖에 나와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으나.. 심각한 표정만 보일 뿐...
아무 말이 없는 그녀를 보자... 걱정이 앞섰습니다...

조용히 병실 문을 열었을 때... 창문을 바라보며 누워있는 친구가 보였습니다..

걱정스런 그의 표정을 보고... 그에게 사정을 물었습니다...

친구의 말은 걸작이였습니다...

" 야... 방구가 안나와... 맹장이래... "

" 이런 씨뱅이... "

하지만... 그의 맹장 덕에 오랫만에 친구들이 모일 수는 있었습니다..
.......
...


저에게도 방황의 시기가 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방황을 벗어 나고자... 패싸움을 즐겼습니다....

때로는 피투성이로.... 때로는 멍든 몸으로... 집으로 향할 날이 있을 때면..
집에선 착한 아이로 기억되고 있을 부모님께... 망가진 몸을 보일 수 없어..
조용히 의지해야 했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저의 행동을 부정하면서도 끝까지 친구로 남기를 원했던 놈이였죠..
'장미파'와 한 판 하는 날이였습니다...

절대 물러 설 수 없는 자리라.... 단단히 벼르고 나간 자리에...
끼어서는 안될 인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담임 선생님이였습니다...

쥐었던 주먹을 풀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분을 다시 바라 보았을 때..
그의 옆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이가 있었습니다...

이젠.. 부모님도 알고 계시리라는 생각에 다시 주먹을 불끈 쥐었습니다..

바로 집으로 향할 수는 없었습니다....
거리를 헤매다... 늦은 밤이 되어서 집으로 들어 가려고 하던 중...
누군가 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녀석이였습니다....

끝까지 풀지 않았던 주먹을 다시 들었습니다...

하지만... 눈언저리가 시커멓게 부어 오르고.. 절뚝거리면서 다가서는
녀석을 보자... 망설이게 되었습니다...

" 이제.. 너에게만 맞으면 된다.. 네 속이 풀릴때까지 때려... "

터진 입으로 들려 오는 그의 말에... 쥐었던 주먹을 다시 펴야 했습니다..

끝까지 친구로 남겠다던 녀석이였기에...
후로.. 패싸움으로 주먹을 쥐는 일은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
.....
..

살아 가면서 우리에겐 여러 친구들을 만나게 됩니다...

성이 같다는 이유로도 친구요... 한 번 만나서 친해진 이도 친구요...
누구를 닮았다는 이유로도 친구요...

하지만...
그 많은 친구들 중에 우리가 진정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이들은 얼마나 되는지?...

다만... 그들을 친구라 부를 수 있는 건...
허물없이 만나 라면을 먹을 수도 있고... 쪽팔린 일도 그들과 함께 있을 땐
즐겁고... 어디에 있든 그가 힘들다고 느낄 때 모일 수 있고...
진정 그의 삶을 걱정해 줄 뿐 아니라... 아낌없이 자신을 줄 수 있는
이들이기에....

나는 그들을 친구라 부른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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