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의 생일이었습니다. 두 아들이 엄마의 생일 선물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 의논하더군요. 아내는 아이들에게 돈 들여서 선물 사올 거면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돈 드는 것 아니라면서 컴퓨터만 좀 쓰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아내 생일날 우리 아이들이 내민 선물은 ‘쿠폰 선물세트’였습니다. 이 쿠폰들은 엄마 마음대로 쓸 수 있는데, 쓸 때마다 쿠폰 위에 스티커를 붙인다고 합니다. 쿠폰을 보니 나름대로 엄마에게 효도 좀 해보겠다는 갸륵한 마음이 보이기도 합니다.
먼저 중학생인 큰 녀석의 쿠폰을 한번 볼까요?
큰아들답게 평소에 자기가 하기 싫어하는 것들을 많이 넣었습니다. 큰마음 먹고 ‘쓰레기 버리기(재활용)’와 ‘쓰레기 버리기(일반)’ 쿠폰을 두 개나 넣었네요. 일단 집에 들어오면 밖에 나가기를 싫어하는 녀석이 ‘심부름하기(실외)’도 두 개나 넣은 것이 기특합니다. 형 말 잘 안 듣는 ‘동생 공부 도와주기’ ‘전신 안마’를 넣은 것도 애교로 봐줄 만하네요. 이제 아홉 살 둘째 녀석의 쿠폰을 한번 볼까요? 일단 숫자가 많네요. 큰아들이 25개인데 둘째는 쿠폰이 35개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잔머리’를 쓴 것이 농후해 보입니다. ‘높임말 쓰기’가 다섯 개나 되는데, 지금도 항상 높임말 쓰고 있거든요. 이걸 왜 넣었지 모르겠습니다.
‘엄마 오기 전까지 숙제하기’ ‘책상 청소하기’ ‘방청소하기’도 평소에 하는 건데 이걸 선물이랍시고 쿠폰에 넣었네요. 안마하고 발 씻겨드리는 ‘노력 봉사’도 사실 받는 사람이 더 귀찮을 때가 있지만 갸륵한 정성으로 생각해야겠지요. ‘등 두들겨드리기 등 두들겨드리기’라고 두 번 쓴 것은 뭐냐고 물었더니 “따블!”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에게 ‘쿠폰 선물세트’를 받은 아내가 제게 묻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