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긋난 사랑이야기
한 여자가 있었습니다.
물론 또 멋진 남자도 있겠지요?
장소는 어느 유명 의류회사의 디자인실.
이 여자와 남자는 둘다 디자이너이고 같이 일을 하면서
부쩍 친해진 회사동료이자 마음이 맞는 친구입니다.
그런데 여자마음에 자꾸만 딴생각이 드는거예요.
그러니까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된거죠.
친구가 아닌 남자로서 말이에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앞에서면 항상 맘에 없는 말만 하게되고
괜히 딴 남자 얘기만 늘어놓고 통 진심이 나오질 않습니다.
그런데 남자도 마찬가지였어요.
이 여자를 사랑하고픈 마음이 점점 깊어갈수록
관심없는 척하게 되고 자기맘이 먼저 들킬까봐 조마조마하기만 했죠.
아마도 지독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거나 자존심이 무척 강한
남녀였나봐요.
어쨌든 이들은 항상 친구와 연인의 경계선에서 뜨뜻미지근한 줄다리기만을
일삼으며 그렇게 지냈지요.
그러다 여자에게 맞선을 볼 기회가 생겼어요.
여자는 마지막으로 남자의 마음을 떠 볼 결심을 하며 남자에게
이사실을 알렸습니다.
남자는 하늘이 무너지는것 같았지만 자신의 마음과는 정반대의
말을 해대는거였습니다.
아, 축하한다. 너두 이제 시집가겠구나... 뭐 이따위 말을 늘어놓다가
웨딩드레스는 자기가 만들어주겠다며 선심까지 썼습니다.
여자는 잔뜩 실망하고...... 하지만 남자의 마음을 확인했으니까 일면 홀가분한
심정으로 맞선을 봤습니다.
상대는 무척 괜찮은 사람이었고 둘은 결혼을
약속했습니다.
결혼식 전날 그 남자가 만들어준 웨딩드레스를 입어본 여자는
조금 이상한걸 느꼈습니다.
길이가 한 10센티미터정도 짧은거에요. 이럴수가...
하지만 그래도 그사람이 만들어준 옷인데...
여자는 그 볼품없는 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나갔고 결혼식은 무사히
치뤘습니다.
결혼생활도 행복하게 했구요.
그렇게 20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윽고 여자의 딸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딸의 결혼식 전날... 여자는 고이 간직해 두었던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꺼내 왔습니다.
딸에게 물려주려구요.
그러나 딸은 그 여자보다도 훨신 키가 커서 드레스는 너무 짧았습니다.
할 수 없이 단을 내기로 했지요.
드레스의 단을 푼순간...... 그 속에서 누렇게 변한 편지 한장이
발견되었습니다.
사랑한다... 너를 놓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내게 와달라... 는
남자의 처음이자 마지막의 강한 절규가 들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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