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우정의 무대'라는 TV프로그램이 있었다.
직접 군부대를 방문해 군인들 쇼, 장기자랑 등을
펼치는 오락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에는 '그리운 어머니'라는 코너가 있었는데
가족과 떨어져 있는 군인들을 위해
한 군인의 어머니를 무대에 모셔 서로 만나게 해주었다.
어머니 얼굴은 볼 수 없고, 목소리밖에 안들렸기에
그 목소리를 듣고 군인들은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와
저마다 서로 자기의 어머니가 맞다고 말하기 바쁘다.
사회자가 마지막으로 남은 한 군인에게 '어머니가 맞냐'고 물었다.
"아닙니다. 뒤에 계신분은 저의 어머니가 아니십니다."
어쩐지 목소리에 힘이 없다.
"아닌데 왜 올라 왔어요?"
"저의 어머니는 제가 군에 오기 일주일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군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하고 목소리도 우울하다.
그리고 전체의 분위기도 숙연해진다.
"아니, 그런일이 있었군요. 안됐습니다. 그런데 왜 올라왔습니까?"
"예, 저는 하늘나라에 계신 저희 어머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올라왔습니다."
"아! 그래요. 어머니께서 지금 보고 계실까요?"
"예, 어머니께서 보시리라 확신합니다."
군인의 목소리는 약간 울먹이는 듯하고 작아진다.
그러나 씩씩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이 가슴 아프다.
"그래 지금은 아버지와 함께 있습니까?"
"아닙니다. 아버지는 일찍이 돌아가시고 지금은
위로 형님이 두분 계십니다..."
군인의 뺨위로 눈물이 흐르지만 손으로 훔치지도 않고
눈을 감으려 애쓰지 않는 모습이 더 안스럽다.
사회자가 "그럼 어머니께 한마디 하세요." 라고 말했다.
군인은 눈물이 그렁한 눈으로
시선을 약간 위로 한채 씩씩하게 경례를 붙인다.
"충성! 어머님, 이 막내아들은 형님들이 잘 보살펴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군생활......"
잠시 말이 끊어진다. 눈물에 목이 매여 그러리라.
".... 열심히 하고 있으니 아무 걱정마시고 편안히 눈감으십시오."
끝말은 거의 이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경례를 붙이는데 아무 말이 없다.
아니 이미 말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어깨가 들썩이는 것이 한없이 처량한 군인,
군인의 눈에선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