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기도 / 양애희
축복의 하이얀 그리움 따라 훨훨 날아서
꼭 만나고 싶은 사람 모두 만나
아름다운 이름으로 기억하는,
가슴 오려붙인, 12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시간들 사이로 깊은 침묵이 어른거리는
어둠 지나 길게 흐르는 아픔 여의고
한 그루 맑은 인연 빗어대는,
빛이 나는 12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심장 깊이 동여맨 나뭇잎 바스락바스락,
온몸이 아파올 때
푸른 약 흔들며 바람을 덮는,
따뜻한 12월이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오색 불빛 찬란한 거리, 그 어딘가,
주름진 달빛 사이로 허기진 외로움 달래는
영혼 살포시 안아주는,
그런 12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문 강가, 뉘 오실까
깊은 물소리만 허망한 장에 출렁거릴 때
가슴 빈터에 흠뻑 적셔줄 꽃씨 하나 오롯이,
진하게 품는 12월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추억의 창문마다 뒹구는
허공의 손끝 삐걱이는 낡은 커텐 걷어
세상 칸칸에 행복이 흩날리고
찬란한 춤사위가 벌어지는,
반짝반짝 별모양의 12월이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