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소연 좀 하겠습니다....

AKSH 작성일 09.03.22 15:2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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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집에 할머니가 계셔서 제사는 언제나 저희 집에서 지냅니다.

 

그런데..제사를 지내기 전, 제사음식을 준비할 때마다 느끼는 겁니다만.

 

"저것들 불평 불만만 많아서는."

"누가 들으면 지들이 다 한것인 줄 알겠구만."

"겨우 그것 몇개 하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네...제사를 저희 집에서 지내는 이유가 두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할머니께서 저희 집에 계셔서. 입니다.

 

하지만 저 이유는 겨우 10%만을 포함할 뿐이죠.

 

둘째는 할머니께서 제사상 음식의 거의 대부분 (90%가까이.) 을 차리신다는 겁니다...네...

 

거의 다 할머니께서 음식을 만드십니다...제사할 방 청소나 제기, 상 닦기 , 차리기는 당연히 제가 다 하구요...

 

그런데 우리

 

아름답고도 갸륵하고 사랑스럽고도 긍휼하고 살신성인과 희생정신을 겸비한 며느리들(큰어머니들?!)은

 

고작 와서 한다는 게 할머니가 거의 모든 음식을 하시고 제가 이것 찾고 저것 찾고 움직일 5시간동안

 

할머니는 거들떠도 안 보고 TV에 시선을 고정시키기가 일쑤며

 

빈둥빈둥 놀다가 햄 좀 썰고 후라이팬에 식용유 좀 바르거나 부탄가스 심부름 나가는 것 정도 뿐입니다...

 

더욱 가관인 건 할머니께서 제사상 차리는 것 좀 도와달라고 불렀는데도 그런 태도라는 겁니다...

 

그러면서도 할 말은 또 왜 그렇게 많은지...

 

"제사를 왜 이렇게 크게 지내냐?"

"이제 시대가 바뀌었는데 제사 그만 지내지 않는 거냐?"

"왜 1년에 두세번씩 모여서 사람 귀찮게 하는 거냐?"

"이시간이면 드라마 재방송, 특집방송, 영화를 몇개 보는지 아느냐?"

 

...............

 

 

개념은 지구에서 130억 광년 떨어진  IOK-1 은하로 국제우편 보내셨나요?

 

하는 게 뭐가 있다고. 만들면 얼마나 만든다고. 잘났음 얼마나 잘났다고.

 

그냥 조용히 음식준비해도 시원찮다 못해 못미더울 판국에 뭔 놈의 잡소리가 그렇게 많은 겁니까.

 

할머니가 제사음식 중에 어려운 것들만 만들고 준비하는데...90% 가까이 만드시는데,

 

그리고 그것 만드시면서 힘들다는 소리 하나 안하시는데...

 

살면 얼마나 살았다고 여든이 넘으신 우리 할머니 고생하시는 것은 생각도 안하고

 

보는 드라마나 프로그램 생각하는 겁니까.

 

할머니는 주방에서 덜 만든 음식 만드시면서 허리 한 번 못 펴고 일하실 때

 

음식준비하는 바로 옆 싱크대에 지들이 먹어댄 음식그릇 올려놓고 설겆이도 안하고 가는 족속들이

 

뭐가 잘나서, 뭐가 잘났다고 불평불만만 주절대면서 눈썹을 찌푸리는 겁니까.

 

할머니가 거의 다 만든 제사음식으로 제사 지내고 나서 설겆이 할 그릇들 다 버려두고

 

큰아버지께는 말도 안하고 사라지고...잠시 후에 연락해보면 친척집에 딸내미(사촌누나) 용돈원정 왔다고 말하는 건

 

어디서 배워잡수신 예절이랍니까.

 

용돈원정이라는 말을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하면서 저희 아버지가 용돈을 적게 줬니 어쩌니 말하는 태도는 또 뭡니까?

 

얼마나 오래 살았길래 우리 할머니가 도와달라고 할 때마다 TV 볼륨 높여서 무시하는 겁니까?

 

전에는 할머니한테 전 좀 부쳐두면 어디가 덧나냐고 하시더군요.

 

짖다 못해 아주 성대결절 온 강아지 깁스같은 소리를 하시네요.

 

전 몇개 부치고 후라이팬 좀 휘적대는 게 무슨 벼슬인 줄 아시나본데

 

그럼 저희 할머니는 세계 대통령 하시겠네요.

 

산적 몇개 꽂은 게 무슨 자랑거리라도 되는 줄 아시나본데

 

그렇게 따지면 저희 할머니는 전 세계 신문 1면을 50년동안 장식하시겠네요.

 

지들 튀김음식 몇개 만든 게 무슨 대단한 거라도 되는 줄 아나본데 그렇게 본다면

 

할머니는 제사상 올림픽 50년 금메달리스트겠네요.

 

할머니 고생하시는 건 생각도 안하고 할머니가 무거운 떡 받으러 그 아픈 몸 전신을 이끌고 100m쯤 되는 떡집까지

 

걸어가시는 게 얼마나 힘든지나 아십니까?

 

당신네들은 허리 성하니까 쉽게쉽게 다니지만, 할머니는 온 몸이 아프신데 그게 쉽겠습니까?

 

그런 거 보면서도 당신네들은 한번도 할머니 짐 덜어드린 적 없더군요.

 

할머니가 우리 집안의 중심이고, 할머니가 우리 집안가족 다 보살펴키우셨습니다.

 

그것도 7남매나 되는 대가족을 별세하신 할아버지의 몫까지 도맡아서 여자의 몸으로 공사판에서 일하실 정도로 고생하셨죠.

 

그런 할머니가 제사상 90%를 혼자서 힘드신데 차리시고... 우리 아버지가 "며느리 좀 시키세요." 라고 해도

 

웃으시면서 "제대로 못하니까 내가 하는 거야." 라면서 쓰레기같은 당신네들 감싸면서 고생하시는데

 

당신네들은 그런것도 모르고 그저 소수점같은 퍼센티지를 가지고 불평불만을 토로하며 이시대 운운합니까?

 

당신네들이 그 어려운 시절에 7남매 학교 보내려고 공사판에서 일해보실 겁니까?

 

당신네들이 그 어려운 시절에 남편몫까지 일하면서 먹고살아 보시겠습니까?

 

당신네들이 뭐 알기나 압니까? 할머니가 음식 다 차리시니까 아직 정정하시고 기운이 넘쳐 보이십니까?

 

할머니 등은 말 그대로 파스로 도배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손을 만져보면 정리 안 된 아스팔트 바닥을 쓰다듬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같이 속썩이는 손자 안아주시는 따뜻한 손이고 당신네들같이 쓰레기같은 며느리들 고생하지마라고

 

혼자서 제사음식 준비하는 손입니다. 당신네들이 제사음식 차리는 거 귀찮아 하며 TV 볼 때

 

할머니는 있는 돈 없는 돈 긁어모으시고 주워오신 병 팔아서 당신네들 아들 딸내미 용돈 모으십니다.

 

당신네들이 언제 한번 할머니한테 제사음식 사라고 돈 몇푼 보탠적이나 있습니까?

 

당신네들이 언제 한번 할머니 힘드시다고 제사음식 도맡아서 준비해본 적 있습니까?

 

나란 놈은 할머니 도와드리고 싶어도 무거운 것 들어드리는 것밖에, 제사상 닦고 차린 음식 옮기는 것 밖에 못하지만

 

그것밖에 못해드린다고 죄송하다고 사과하면

 

"무거운 거 내가 어떻게 드냐, 손주놈이 있으니까 드는 거지."

"허리도 아픈데 내가 어떻게 상 닦고 음식 옮기냐, 손주놈이 알아서 척척 해주니까 편한 거지."

 

라면서 오히려 고마워 하시며 웃으십니다.

 

당신네들이 압니까, 아무것도 못해드려서 죄송한 마음뿐인데 몇개 돕지도 못했는데 오히려

 

"고맙다."

 

라고 인사받는 그 기분을.

 

당신네들이 고생을 했으면 얼마나 했길래 우리 할머니 고생을 구경만 합니까.

 

당신네들이 얼마나 잘났다고, 얼마나 대단하다고 고생하시는 우리 할머니를 모른척합니까.

 

갑부집 딸입니까? 대통령 딸입니까?

 

아니, 오히려 그런 집안일 수록 더더욱 할머니를 도우려고 하겠죠.

 

할머니가 다 하시니까 당연하다고 생각되던가요?

 

보통 반대 아닙니까.

 

지금 우리 할머니쯤 되는 연세면, 며느리들한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시며 편하게 계실 나이 아닙니까.

 

그런데 당신네들 욕먹는 거 감싸고 도시면서, 아픈 몸 이끄시고 구우랴 부치랴 끓이랴 이틀동안 잠도 많이 못 주무시면서

 

그저 하루를 위해서 아픈 것 참아가시면서 준비하는 그 음식들을 보면서도 그따위 불평이 입밖으로 기어나올 수 있습니까?

 

당신들이 좋아하는 말 하나 하겠습니다.

 

'이 좋은 시대' 둘 키우면서 이소리 저소리 다 지껄이는 주제에

 

어디서 7남매 혼자서 키우시고 나같은 손자까지 바라지 하신 우리 할머니를 무시합니까?

 

당신네들은 이제 하나의 개인이기 이전에 두명의 자식을 둔 엄마고 남편의 80이 넘으신 어머니의 며느리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제발 130억 광년 떨어진  IOK-1 은하로 국제우편 보낸 개념 다시 반송받으시고

 

당신네들이 할 소수점의 퍼센티지나 열심히 입 닫고 하시면 안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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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까 글이 길어졌네요...

 

이 글을 쓴 이유는...며칠 전 큰어머니 한 분이 저희 아버지에게 온갖 욕설을 하며

 

'그 집구석이랑은 인연을 끊겠다' 는 말씀을 하신 것 때문입니다...

 

싸운 이유는 아주 조그마한 겁니다...

 

저희 아버지가 큰어머니에게

 

"며느리한테 상 받아먹어도 시원찮을 나이에 며느리들은 제사상에서 손 놓고 있으니 참 재밌는 광경이군."

이라고 하신 것에 큰어머니가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제사상을 손수 차리냐? 그쪽 어머니가 미련한 것 아니냐?"

라는 어이가 없는 답변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게 정말 한 남편의 부인이자 남편의 어머니에게 할 말입니까?

 

저희 할머니를 도대체 어떻게 보길래 저딴 말을 지껄일 수 있는 겁니까? 이건희 딸이라도 저런 말은 안 할 겁니다.

 

저 말을 들은 저희 아버지는 화가 날 대로 나셔서 막말로

 

"참 나 어이가 없어서...이거 뭐 전화라고 막 말하는데 사람 눈 앞에 두고도 그렇게 말할 거냐?"

라고 하자 큰어머니는

 

"어이구 왜? 눈 앞에 있으면 주먹질 하겠네 아주. 성질머리가 썩을 대로 썩었네."

라는 개 짖는 소리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싸움이 커졌고, 큰어머니는 자기 마음대로 저희 집과 인연을 끊으셨습니다.

 

......

 

하소연을 하고 나니 마음이 그나마 편하네요...

 

글을 끝내며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요즘 30~50 쯤 나이 든 여성분들은 다 저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계신 겁니까? 아니면 저의 큰어머니가 이상한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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