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꼬바리 걸뱅이
오늘은 어릴 적 불알친구가 찾아왔다. 이름이 기억이 날 듯 하면서 떠오르지 않았다. 그 친구는 신문에 난 기사를 보면서 혹시나 하고 나를 떠올렸다고 했다.
그는 옛날이야기를 했다. 나랑 같이 하교하는 길이었는데, 거지아이가 살이 다 드러나는 헤진 옷을 입고 달달 떨면서, 밥풀이 말라붙은 깡통을 앞에 놓고, 오가는 행인들에게 구걸을 하고 있었다. 그는 '각설이 타령'으로 끼니를 때우고, 틈틈이 동냥을 하거나 남의 집 일을 해주곤 했다.
그 아이는 이름이 없고 항상 대꼬바리(긴 담뱃대)를 허리춤에 차고 다녀, 우리는 그 아이를 '대꼬바리 걸뱅이'라고 불렀다. 그 아이가 불렀던 각설이 타령은 전설의 이야기가 되었고, 가끔 문화 극장에서 '극'으로 보는 각설이 타령은 그때만큼 구성지지가 않았다. 정말 애절하게 호소하던 그 눈빛과 휘굽은 숟가락으로 두들기던 깡통소리가 아니었다.
그 친구는 지난 시절을 되새기면서 그 아이가 추워하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쳤다가 내가 도로 되돌아가서는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그 아이에게 덮어 주더라고 했다. 그 당시 외투 하나 얻어 입으려면 위의 형들에서 나까지 몇 차례를 거쳐야 했는데, 그것을 선뜻 벗어 주고 왔던 것이었다.
반 아이 중에서 항상 도시락을 갖고 다니지 않는 몇 명 아이들에게는 소나무 가지 두 개씩을 꺾어 주고, 도시락 뚜껑을 수만큼 거두어서 주고는, 내가 앞장서고 뒤따르게 하여 한두 숟가락의 밥과 반찬을 거두어서 먹게 하였다고 했다.
그 친구는 항상 한 동네 살면서 나와 우리 집에 대하여 많은 기억을 해주었다. 때로는 감나무에 올라가 감을 따서는 동네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 놓고 한 개씩 나눠주기도 하고, 마당 청소를 시키고 청마루를 닦게 한 후 강냉이떡을 나눠 주다가 꾸지람 듣는 것도 많이 보았다고 했다.
하루는 학교에서 우유 배급을 할 때 없는 집 아이에게 한 쪽씩 더 부어 주다가, 끝에 몇 명이 남았을 때 바닥이 나자 내 것을 도로 붓고 담임선생님이 탁자 안에 감춰 놓은 몫까지 끄집어내어 나누어주고, 혼자 남아 벌 청소를 했다. 그런데 두 바가지씩 받은 아이들이 모두 남아 같이 청소를 한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두꺼비(담임선생님 별명)가 와서 엉엉 울다가 온 교실 아이들이 우유 배급 받을 것을 내놓고 함께 울었던 이야기도 기억해 냈다.
아마 어린 시절에도 나는 약간 이 분야에 끼가 있었나 보다. 그 친구는 "어린 시절, 네가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며 커서 어른이 되면 뭐가 돼도 될 것이라고들 했다"고 했다. 신문에 난 기사를 보고, 역시 이 친구가 틀림없다는 생각에 달려왔다고 했다.
남을 도울 수 있을 때 남을 도와주면 그것이 언젠가는 나에게, 내 후손에게 열 배, 백배가 되어 되돌아올 것이다. 내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으면서도 도와주기는커녕 그 위치를 역이용 할 때에는, 후일 내가 그 위치를 떠난 후에 나와 내 후손에게 역시 열 배, 백배의 아픔과 통한이 올 것이다. 그래서 좋은 일 한답시고 떠벌리지 말고, 좋은 위치에 있을 때 많이 베풀어 주라고 했던가?
어른이 된 지금도 그때 그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큰 부자가 되어 어떻게 해보고 싶었던 동심의 꿈은 전혀 딴 방향이 되어, 우주의 힘 초광력을 베풀고 있다. 이 힘이 각계각층으로 소문이 나자 별별 일이 다 있었다. 이 힘을 개인의 사리사욕에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도 많았으며, 허세를 부리는 사람도 많았다. 사랑같이 감미로운 유혹으로 접근해 오는 이도 있었다. 심지어는 이 힘을 자기의 것으로 하고자 수단과 방법을 내세우는 졸부도 있었다. 어떤 동작에서 이 힘이 나오는가 하여 초광력을 받으면서 눈을 빠끔히 뜨고 보다가, 내 눈과 마주치자 얼른 감아 버리는 스님이나 기공사도 있었다.
그러나 이 힘은 세상의 명예나 권력, 부, 잔재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10년, 20년에 걸쳐 안 해본 것이 없고, 안 가본 곳이 없고, 있는 재산 다 날렸다는 사람들 중에도 이 힘 한 번만 받으면 금방 기적이 일어나는 줄 착각하고 오는 사람도 많다. 물론 첫 번에 기적도 자주 일어난다. 그 경우는 그 사람이 그분을 향한 진실하고 진정한 마음을 가졌을 때일 것이다.
혹시나 하고, 밑져야 본전이다는 식으로 오면 '역시나'가 된다. 우주의 힘, 초광력은 우리의 마음을 보신다. 진실을 보고 있다. 가난하고 힘든 사람이 빈손으로 와도 그분은 기꺼이 맞아 주시고 말끔히 이루어 주시고 기쁨과 행복의 새 출발을 주신다. 그분은 우리의 순수한 본심을 원한다. 이 시간부터라도 노력해 보자. 새 마음으로 새롭게 선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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