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일기

능성어 작성일 10.05.16 17: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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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 아들의 일기

아빠랑 대공원에 갔다.
와 사람이 디따 많타!! 아마도 다들 실직 했나부다.
애들이 불쌍 하다. 지아빠 실직자인줄 모리고 저렇게 잼나게 놀고 있으니 쯧.
난 다행이도 아빠가 근로자날이라고 쉬기 때문에 놀러왔다.
놀이기구 타는데 소나무미테서 한 아찌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저 아찌도 실직자인가부다.
저아찌 아이가 안스러워 죽겠다.


5월 1일 아빠의 일기

아~ 아들녀석이랑 공원에 갔다.
아들한테는 아빠가 쉰다고 해서 갔다.
노가다에 무시기 근로자의날이 있으랴. 짜슥.. 즐거워하는 모습이 넘 이쁘다.
내일은 공공근로라도 나가야 것다.
오늘 쌀살돈 까정 다 날릴것 같다..T.T
그래도 자식을 위해서라믄.
아들이 놀이기구 탈때 몰래 소주 한 병을 들이켰다.
쓰다... 이맛이 인생인듯 싶다.


5월 1일 아들의 일기

아빠는 자꾸 안탄다고 한다. 어지럽다고 하신다.
나... 그게 머가 무섭다고. 난 재미있는데.
오널 이곳에 있는 놀이기구 다 타야쥐. 하하하.. 신난다.
놀이기구 타는데 또 한사람이 술을 마시고 있다... 헉!
나의 아빠다. 나의 아빠. 눈물이 앞을 가린다.
비록 초등학생 3학년이라지만 알건 다안다.
울아빠가... 실직.
나의 철없던 행동이 와르륵 무너진다.
죄송해요...


5월 1일 아빠의 일기

남은돈이 별로 없다. 그래도 내색을 안해야겠다.
썩~즐거워 하는 모습이 마냥 귀엽다. 내 자신이 쳐량해 울고 싶다.
그나저나 돈이 없어 더이상 태워 줄수가 없다.
한두가지만 타믄 점심도 못먹게 됐다. 어찌해야 할찌.
아들한테는 놀이기구 무섭다고 했다. 실은 타고 싶다.
바이킹에 올라가 소리질러 봤으믄. 햐.. 올마나 잼있을까나.
아들 몰래 또 한 병 샀다. 별로 안쓰다.
아까 마신 술이 취했나부다.


5월 1일 아들의 일기

알아 버렸다. 아빠가 돈이 없는걸.
초라해 보이는 아빠의 손을 잡고 더이상 놀이기구를 태워달란 소리를 안했다.
아빠의 걸음걸이가 무거워 보인다.
내가 내가 돈만 벌수 있었어도...아빠를....
난 눈물이 너무 난다.
그러나 마음으로 울었다.마음으로...
집에 가자고 할까? 그러자... 아빠....아빠...말이 안나왔다.
아빠의 표정은 그래도 웃으신다.
아빠가 커보였다. 하늘보다더...
배가 고프다. 하지만 돈이 없는걸 안다.
집에가서 물말아 김치랑 맛있게 먹어야쥐
잉? 저기서 무슨 행사한다. 아이들한테 빵을 주네.
난 달려가서 한개의 빵을 들고 왔다.
그리곤 반을 나누어 아빠반 나반 이렇게 먹었다. 맛있다..^^


5월 1일 아빠의 일기

녀석이 기구타고 이제 힘이 드는 모양이다.
짜슥 다행이다. 집에갈 돈밖에 남지 않았다.
배가 고플텐데. 아무말 하지 않네. 배가 고플텐데.
아빠가 실업자라 생각들면 슬프겠지 어린가슴에. 녀석.
아들 녀석이 갑짜기 달려간다...힉!
또 놀이기구. 돈이. 돈이.
빵한개를 들고 왔다. 아들 녀석이 반을 갈라 나를 준다.
난 배부르니 너나 먹으라고 했다.
그러자 녀석이 투정을 부린다. 아빠랑 먹어야 먹는덴다. 훗..녀석..
눈물이 나는걸 간신히 참으며.
빵을 반 조각에서 또 반을 잘라 아들에게 주고 반에반을 먹었다.
맛 있다..배가 고파서 인가... 어서 이 화려한 공원을 빠져 나가야겠다.


5월 2일 아들의 일기

아빠가 그동안 나한테 노시는걸 안보이실려고 일찍 나가시는 것 같았다.
그레서 오늘은 내가 일찍 나가야겠다.
학교에서 일요일날 특별 행사를 한다고 했다.
글짓 등. 행사를 메모로 써놓았다.
그리곤 아침 6시에 집을 나갔다.
춥다. 새벽이라... 초등학생 3학년이 6시에 할건 진짜 없는듯 했다.
음. 오락실 문여는 9시까정 공원 벤치에서 웅크리고 있으면 될수 있을꺼다.
9시서부터는 오락실에서 개기다 저녁 6시정도 들어 가야겠다.
모처럼 아빠도 발뻣고 집에서 주무시게 하고 싶다.
으...춥다. 찹아야 한다. 난 남자다. 남자.


5월 2일 아빠의 일기

나갈려고 일어나보니 아들이 없다. 메모가 있다.
학교에서 특별행사가 있다고 한다.
무슨행사가. 휴... 잘됐다.
모처럼 집에서 잠을 자야겠다.
요즘은 할일도 없다. 미치겠다.
근데 밥상이 차려져 있다.
들쳐보니 밥 한 공기와 김치. 그리곤 라면 한 봉지가 있다.
라면옆에 또 다른 메모가 있다.
아빠. 국물이 없으니 이거 끓여서 국대신 밥에 말아 드세여...^^
이녀석 어제 과자 사먹으라고 준 500원을 라면 샀나부다.
가슴에 밀려오는 눈물... 가슴으로 울어야 한다. 가슴으로...
절대로 눈에서 울지 않으리라.
잠을 자고 일자리를 알아 보러 나가야 겠다. 힘을 내야겠다.
나에겐 듬직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듬직한 아들이 있다면 안먹어도 배부를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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