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치로리

포현 작성일 10.06.29 15: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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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디선가(짱공이었나...) 감명 깊게 읽은 글이라 캡춰해 놓았었는데

 

컴퓨터에서 우연히 찾았네요. 못 읽어보신 분도 있을거 같아 공유합니다.

 

 

오키 토오루라는 분이 쓴 고마워 치로리 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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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여름 비오는 날,

새끼개 4마리와 함께 쓰레기장에 버려졌던 어미개 치로리.

오른쪽 귀는 서고 왼쪽 귀는 접혀있는 짝귀,

꼬리 길이도 어정쩡,

긴 허리에 비해 너무 짧은 다리,

게다가 다리는 누구에게 맞았는지 장애가 있어 절뚝이고,,,

그야말로 '어디 하나 나무랄데 없는 잡종개' 였지요.

 

 

그렇게 비참하게 버려진 강아지를

초등학생들이 구해내 숨겨 키우다가 결국 블루스 가수이면서

치료견 활동을 하던 저자 오키 토오루에게 오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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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치로리의 첫사진입니다.

상당히 마른 모습이지요.

그 동안 고생했던 게 비쩍 마른 모습에서 보입니다.

치로리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안락사 직전 탈출하기도 했으니 그 마음고생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요.

 

 

치로리의 고단한 삶이 보이는 발바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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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불쌍하게만 보였던 이 녀석,

특별한 재주를 갖고 있었습니다.

 

아주 깊고 깊은 눈빛을 갖고 있었지요.

보기만 해도 아픈 몸과 마음이 치유가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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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오키 토오루는 치로리에게 치료견 교육을 시킵니다.

그때까지 일본에서 치료견 활동은 허스키 등 순종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버려졌던 잡종견 치로리가 도전을 했고

사람들의 우려를 한 방에 날리고

치로리는 최고의 성적으로 치료견 프로그램을 통과합니다.  

 

그리고 백만불짜리 미소로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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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로리는 기적을 일으킵니다.

세상과 등지고 어둠에 갇힌 은둔형외톨이(히키코모리) 소년 료이치를 세상밖으로 나오게 하고,

언어를 잊은 라쿠 할머니에게 말을 찾아주고,

전신마비 헤이코 할머니를 말도 하게 하고 손도 움직이게 했고,

말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던 90살 하세가와 아저씨를 걷게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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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아픈 환자들은

치로리 이름을 부르기 위해 말을 했고,

치로리와 함께 걸어보기 위해 몸을 움직였습니다.

 

사람에게 버려져 죽음 직전까지 갔던 유기견이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고 기적을 일으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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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로리에게 도움을 받았던 노인들 중에는

마지막 눈을 감은 순간 "치로짱, 고마워!"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긴 분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기적을 일으킨 치로리는

치료견 홍보대사가 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요.

그렇게 치로리는 1억 일본인의 사랑을 받는 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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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로리는 함께 버려졌다가

각기 다른 집으로 입양을 갔던 새끼들 중에

아들과 재회를 하기도 합니다.

아들 녀석, 엄마 치로리를 꽤 닯았는 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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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치로리의 강한 모성애에 감명을 받았었기에

안 그래도 새끼들의 근황이 정말 궁금했었는데

사진집에서 아들을 보게 되네요^^


 

 

책에는 치로리의 공적이 모습만 있었다면

사진집에는 치로리의 사적인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언제나 늠름하고 의젓하게 치료견 활동을 하는 치로리 모습만 보았는데

이런 치로리의 모습은 처음인 걸요? ^^*

 

집에서 노는 치로리의 모습이 마냥 행복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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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도 행복해 보이지요?? 뽀뽀하면서도 웃는 치로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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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시간은 왜 사람보다 빨리 흘러갈까요?

왜 그렇게 제멋대로 흐를까요?

아픔을 뒤로 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치로리에게 인간보다 몇 배 빠른 세월이 찾아옵니다.

 

 

1992년 쓰레기장에 버려졌다가

치료견이 되어 13년 동안 치료견으로 활약하며 기적을 일으킨 치로리에게

병이 찾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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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치로리에게 암이 찾아온 것은 2004년입니다.

그 후 치로리는 수술과 재발이 이어집니다.

다리, 목, 배, 유방.....암은 계속 치로리를 공격하지요.

 

 

병원에서의 치로리의 모습입니다.

치료대 위에서도 웃는 치로리 모습에 결국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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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2006년 3월 16일 치로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넙니다.

떠날 당시 치로리 나이는 15살로 추정됩니다.

버려졌었기 때문에 치로리의 정확한 나이는 모릅니다.

 

떠난 치로리와 함께 누워 남은 온기를 나누고 있는 저자, 함께 치료견 활동을 하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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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로리가 떠난 뒤 사람들은 치로리를 위한 작은 추모제를 준비했고,

이 자리에는 치로리에게 도움을 받은 환자와 가족들 30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그리고 치로리의 부음은 물론 추모제도 신문에 기사로 실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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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치로리 동상입니다.

함께 쓰레기장에 버렸던 네 마리 새끼와 함께 있네요.

치로리가 동경에서 활동을 했으니 아마 동경에 있겠지요?

다음에 일본을 방문하게 되면 한번 찾아가 봐야 겠습니다.

가서 동상 앞에 오래 앉아 있고 싶어요.....치로리의 온기가 느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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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제에서 저자는

"사람들은 내가 너를 구했다고 하지만 사실은 네가 나를 구한 것"

이라고 말하며 울먹였습니다.

또한 치로리에게 도움을 받은 환자들도 '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말로 슬픔을 대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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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품없는 잡종개,

긴 허리 짧은 다리에 심지어 학대를 받아 장애를 가진 다리,

막 태어난 새끼와 함께 쓰레기장에 버려진 짝귀 치로리.

 

사람에게 버려진 치로리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남기고 떠납니다. 

 

버려지고, 학대박아도

결국 사랑으로 되갚은 것,

그게 바로 우리 털북숭이 친구들의 그 깊은 사랑 아닐까요?

 

저자는 치로리 이후 치료견으로 순종만을 고집하지 않고 잡종견들을 훈련시킵니다.

그리고 매년 일본에서 안락사라는 이름으로 죽어가는 30만 마리의 무고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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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버렸던 사람들에게 더 없이 친절했던

치로리의 큰 눈과 웃는 얼굴이 말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치로리가 들려주는 생명에 대한 책임과

사랑만이 세상을 치유할 수 있다는 교훈을 잊지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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