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은 우리가 제대로 했는데도 경기를 졌으면 분위기 전환용으로
어디가서 싸움을 붙어와 분위기를 바꿨다. 언론과 싸우거나 심판과 싸우거나.
다만 우리가 엉망으로 한 날은 우리를 아작냈다.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우리가 아작났는지 아무도 모를 뿐이다. 그게 새내가지 않도록 하는 것도
위대한 거다.
지금 생각해봐도 영감은 심리전의 대가였다. 뉴케슬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영감이 나를 구석으로 부르더니 이렇게 말했다. '언론에
나온건 아니고...벨라미가 마크 휴즈한테 그랬데. 왜 둘이 친하잖아?
솔직히 리오 별거 없다고.' 거기에 내가 당한거다. 마치 비밀리 고자질
하듯 영감이 말하는거에 혼자 분개해선 나가선 벨라미를 지웠다. 영감은
아무도 모르게 이미 선수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선수를 조종했다.
선수는 나중에 자기가 조종당했다는 걸 깨닫는다. 반 페르시의 폼이 잠시
떨어졌을 때였다. 영감이 팀 미팅을 부르더니 우리를 혼냈다.
"야 니들 말이야 반 페르시 움직임 안 보여? 쟤 지금 빈 공간 찾아
달려들어가는데 니들은 대체 생각이 없냐? 저기다가 패스 좀 못 넣어?
진짜 다른 애들 구하든지 해야지. 야 얘들아 반 페르시가 저렇게
잘 돌아들어가는데 패스를 안넣으면 쟤 어떻게 뛰냐? 잘 좀하자."
그러면 반 페르시 앞으로 공이 쭉쭉 들어가고 그 친구도 골을
팡팡 터뜨렸다.
큰 경기를 앞두고 있을때면 팀 토크도 단순했다. 이미 우리가 준비가 된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구구절절 설명하기 보단 단순했다.
"저팀 패스 줄은 파브레가스다. 가서 애 잡아. 작살내. 그리고 우리가
공 잡으면 거길 기점으로 역습이다. 마지막으로, 쟤네 무조건 박스 근처서
원투 친다 공 주고 나가는 무조건 잡고 마크해라."
모두가 그럼 공 주고 나가는 애를 잡았다. 축구란 때론 굉장히 단순하다.
이런식으로 큰 경기를 앞두고 의외로 팀 토크가 단순한 날이 많았다.
"람파드 마크 잘해라. 쟤 어느 순간 박스 안으로 달려온다. 람파드 꼭 잡아."
"드록바 한테 당하기만 해봐. 미리 자리 잡아서 밀리지 말아. 허둥지둥
대다가 자리 못잡고 드록바한테 당하는 놈은 X발 내가 죽여버릴꺼야."
그런 반명에 상대를 깔보는 식으로 우리의 기를 살려줄때도 있었다.
"솔직히 말할까? 지금 리버풀이 리버풀이냐? 나 젊었을때 리버풀은 진짜..."
"제라드? 제라드 솔직히 공 잘 차. 그런데 니들 한테 비할 바야?"
이런 식으로 몇마디 던지고 나면. 팀 사기가 확 올랐다. 반면 우리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도 박살 나는 날들이 있었다. 영감의 수준에 맞지 않는 경기를
하면 하프타임때 문을 부숴져라 닫고 나서 "2-0? 2-0? 야 이 X같은 새끼들아
지금 솔직히 양심적으로 6-0 7-0은 나와야 하는거 아니야? 니네 그따위 공 찰래?
장난하냐? 그따위로 할꺼면 때려쳐!"
시합이 잘 풀리는 날도 영감이 우리에게 주문하는 건 완벽 그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