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심리학은 우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심리학 분야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1. 생물학적 인간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
2. 발달, 성장하는 존재로서 인간을 다루는 심리학
3.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을 설명하는 심리학
생물학적 인간을 주제로 하는 심리학에서는 동물과 인간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말한다. 이는 생물로서의 인간을 탐구하는 심리학이다. 행동구조와 인지 시스템을 연구하므로 인지, 행동 영역이라고 부른다. 발달하는 인간을 다루는 심리학은 의미를 구성하며 인생을 걸어가는 인간을 탐구하는 심리학이다. 발달 과정을 검토하므로 발달 영역이라고 부른다. 사회적 인간을 다루는 심리학은 사회를 형성하고 외부의 영향을 받으며 즐기고 격투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탐구하는 심리학이다. 사회에 대한 심리학이므로 사회 영역이라고 부른다.
즉 심리학에는 인지, 행동, 발달, 사회라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점이 이다.
인지행동 심리학
<낙관성 학습>Learned Optimism 마틴 셀리그만(1990)
학습된 무기력, 낙관주의, 긍정심리학 등의 개념을 제시한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의 책<낙관성 학습>은 낙관론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무기력을 학습한다?
학습성 무기력은 심리학에서 우울증 행동 모델로 알려져 있다. 주창자는 마틴 셀리그만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대학원에 입학한 그는 개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펜실베니아대는 개에게 특정 소리를 들려준 후 약한 전기 충격을 주는 조건을 부여해, 소리만 들어도 충격을 피하게 되는지 연구하려 했다.
소리와 충격을 관련지으려면 두 가지를 함께 제시해야 한다. ‘소리가 들리면 충격이 온다’는 과정을 반복하면 개는 소리를 신호로 감지하여 소리만 들어도 도망치리라는 것이 가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실험해보니 소리를 들은 후 충격을 피하려는 개는 없었다. 오히려 웅크리고 앉아 충격을 감수하는 개가 많았다.
그는 자신의 생각대로 개들이 무력함(상황 타개 능력이 없는 상태)을 학습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교묘한 실험을 했다.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상자에 넣고 전기 충격을 주었는데, 조건이 각각 달랐다. 첫 번째 집단의 개들은 코로 스위치를 누르면 전기 충격을 스스로 멈출 수 있다. 두 번째 집단은 스스로 전기 충격을 통제할 수 없으나 첫 번째 집단의 개가 스위치를 누르면 동시에 충격이 사라진다. 세 번째 집단은 비교 집단으로, 같은 상자에 있지만 충격을 전혀 받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준비 단계다. 진짜 실험은 지금부터다. 24시간이 경과한 후 낮은 칸막이를 사용해 두 공간으로 나눈 작은 방에 이 개들을 넣고 전기 충격을 가한다. 모든 개들은 칸막이를 넘어 쉽게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있다. 실험 결과 첫 번재 집단과 세 번째 집단의 개들은 모두 칸막이를 넘어갔지만 두 번째 집단은 공간을 옮겨 충격을 피하려고 하지 않았다. 통증을 참으면서 웅크리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뭘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한 것 같았다.
셀리그만의 이런 생각과 실험 결과는 행동심리학에 큰 충격을 던졌다. ‘하지 않는 일’을 학습할 수 있느냐가 논의의 핵심이었다. 반론도 있었지만 실험을 통해 ‘무기력을 학습한다’는 사실을 인정받았다. 이는 심리학사적으로 행동주의 에서 인지주의로 이행하는 시기의 연구 결과라 할 수 있다.
무기력을 학습한다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실 인간은 개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말을 사용할 수 있다. “어차피 나는 실패한 인간이야”혹은 “아무리 실패했더라도 나는 아직 할 수 있어”라고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 심리학자 레프 비고츠키는 말을 일종의 기호로 생각하는 것이 인간의 특별한 장점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런 생각은 행동주의와 대립했다.
셀리그만의 연구도 마찬가지로 행동주의 진영의 반발을 불렀지만 결과적으로는 인지주의로 이행하는 데 기여했다. 그의 연구는 ‘학습성 무기력 연구’로 불리며 인간의 우울증이 특히 근대 들어 증가한 이유를 설명하는 이론으로 타당성을 얻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우울증이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라고 설명했는데 이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마음을 치유할 가능성이 큰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사회심리학
<예언이 끝났을 때> When Prophecy Falls 레온 페스팅거(1956)
이 책은 어느 종교 집단의 종말론에서 시작되었다. 거대한 홍수가 발생하고 지신들은 외계에서 온 존재와 안전하게 구출할 것이라고 예언했던 종교 집단을 내부에서 직접 관찰한 기록이다. 광신도들이 예언한 그날이 되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들은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을 알리려 한다.
예언이 틀렸어도 믿음은 계속된다.
페스팅거가 연구 주제로 삼은 종교 집단은 시커스는 키치라는 이름의 교주가 이끌고 있었다. 교주 키치는 자신이 하늘을 나는 원반과 교신했다면서, 1954년 12월 21일 대홍수가 일어나 이 세상이 끝난다고 예언했다. 다만, 선택받은 신자들은 원반을 타고서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종말론을 발표하자 신도의 숫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생업을 팽개치고 모여서 기도에 매달렸으며 전 재산을 팔아 이 종교 단체에 기부하기도 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홍수는 일어나지 않았고 원반도 나타나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그 이후의 상황이다.
리더 키치는 굴하지 않고 “여러분의 기도로 지구 종말을 막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극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신자들은 신앙을 버린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강화했다. 그중에는 홍수나 원반을 믿지 않았는데도 신앙심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돌변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데부분의 신자가 여기에 이르기까지 이 종교에 큰관여를 했기 때문이다. 재산을 쏟아 넣거나 집을 나오거나 학교와 직장을 그만둔 많은 사람들은 되돌아갈 수도 없었기에 자신에게 유리한 해석을 만들어냈다.
인간은 자신이 쌓은 신념에 일치하도록 정보를 선택하고 유리하게 해석한다. 즉 인지부조화를 피하는 것이다. 만약에 외부에서 사회적인 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내부의 사람들은 이 집단을 떠나지 못한다.
<권위에 대한 복종 Obedience to Authority 스탠리 밀그램(1974)
50여 년 전 사회학자 스탠리 밀그램이 수행한 유명한 실험에 관한 책이다. 책 속의 실험은 인간이 어떻게 권위에 복종하는지를 보여준다. 세월이 흘렀지만 전쟁과 테러리즘이 만연한 이 시대에도 시의성 있는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권위에 대한 복종 실험
<권위에 대한 복종>서도에서 밀그램은 사회 구조 속에서 복종은 기본 요소라고 주장했다. 사회에서는 특정 권위 구조가 필연적이다. 위에서 명령을 내렸을 때 선택은 복종과 반항 두가지 뿐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 같은 정책이 실행되려면 대량의 복종이 필요하고 그것이 큰 역할을 한다고 그는 지적한다.
복종은 흔히 미덕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복종은 때로 양심에 반하는 행동이나 부도덕한 행동의 원인이 된다. 만약 권위자의 지시로 집단이 부도덕한 행동을 하게 된다면 책임은 지시를 내린 사람에게만 있는 것일까? 복종과 양심이 서로 충돌할 경우, 개인은 과연 도덕적 판단에 따라 권위에 대한 불복종을 고수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라면 이런 논의에 대해 실증적인 연구를 하고 싶게 마련이라고 밀그램은 말한다. 실제로 그는 권위와 복종에 대한, 심리학 사상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실험에 착수했다.
그는 ‘체벌이 학습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실험’이라는 명목으로 실험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그들은 교사와 학생 역할로 나눈 다음 학생 역할의 사람에게 가짜 전기 충격장치를 달았다. 그리고 교사 역할의 피실험자에게는 옆방의 학생이 문제를 틀릴 때마다 더 센 전기 충격을 가하도록 주문했다.
악마는 평범하다.
밀그램의 실험은 다양한 조건에서 이루어졌지만 여기서는 단순히 결과만을 말하도록 하겠다. 옆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조건인 경우,실험 참가자 40명 중 26명(65%)이 치사량의 전기 충격을 주었다. 물론 전기 충격기는 가짜였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험 참가자들은 실제로 전기가 흐른다고 믿고서 실험이라는 틀 안에서 치사량의 전기 충격을 주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비인간적인 명령에 대해 도덕적으로 우려를 표햇지만, 명령 자체에는 복종했다는 것이 밀그램의 결론이다.
이 책이 출간되자 밀그램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고 그의 실험은 ‘아이히만 실험’이라고 불렸다. 아돌프 아이히만은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500만 명에 이르는 유럽각지의 유대인들을 강제수용소로 이송한 최고 실무자였다. 종전 이후 재판정에 선 그의 평범하고도 왜소한 모습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재판 도중 아이히만은 자신이 국가의 명령에 따라 성실하게 맡은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라고 증언했다. 밀그램은 이 재판을 동료들과 함께 방송으로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의 재판을 참관하고서 밀그램보다 앞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출간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 나아가 독일 군인들이 악인이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이었음을 그려내며 ‘악의 평범함’을 주장해 비난을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밀그램의 실험은 그야말로 악의 평범함을 입증해 보였다.
실험 전 밀그램이 여러 전문가와 의견을 나누었을 때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리는 경우는 0.1펴센트 가량 극소수일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치사량의 전기 충격을 선택한 참가자는 무려 65%나 되었다. ‘권위에 대한 복종’과 ‘양심에 기반한 저항’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심리학 교수 정도의 권위가 결국 승리했다.
책 안에 책이라고 할까요. 심리학을 접하고 싶지만 방대한 양을 혼자서 찾아 간다는 것이 무척 힘듭니다. 어릴적 참고서를 통해 교과서를 이해 합니다. 전체적인 그림에서 눈에 띄이는 길을 안내 하는 서적이라 심도는 깊지 않습니다. 수박 겉 핥기 정도 입니다. 이 책을 통해 관심이 가는 책을 추후 따로 구매 하려고 합니다. 여러 서적들을 읽다 보면 참 다양한 분야를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철학을 모르고는 과학, 역사, 정치, 심리학, 문학 그 어느 분야도 깊이 다다르지 못한다는 것을 느낍니다. 인간을 알고 싶으면 심리학이 좀 더 유용할 것입니다. 그러나 심리학에는 철학이라는 뿌리가 있습니다. 근본을 모른 상태에서 외향만 읽어 가다 보면 커다란 벽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