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덩팡저우

슬러 작성일 05.08.06 02: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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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아시아 투어에서 중국의 신예 덩팡저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박지성보다 1년 먼저 맨유에 입단한 덩팡저우는 중국 청소년대표팀을 거친 유망주로 한국의 박주영과 동갑인 신예 골잡이다. 지난 24일 홍콩전에 교체멤버로 나와 깔끔한 마무리로 추가골을 터뜨려 주목받은 그 선수다.


덩팡저우가 아시아투어에서 뜨자 “박지성의 라이벌 아니냐”며 경계심을 표하는 국내팬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선수간의 비교는 어불성설이다. 영국 언론의 플래시 세례속에 맨유에 입성한 박지성은 월드컵 본선과 챔피언스리그 4강전에서 모두 골을 터뜨린 베테랑 미드필더다.


그렇다면 덩팡저우는 어떨까. 취업비자를 발급받지 못해 영국 내에서 고정 직업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당연히 선수 등록도 불가능하다. 말하자면 비정규직 사원이다. 정규 시합에는 맨유 선수로 나설 수 없다. 이번 아시아 투어는 비공식 친선경기라 합류할 수 있었지만 시즌이 개막되면 다시 맨유의 빨간 옷을 벗어야 한다. 널리 알려진 대로 맨유가 ‘중국 마케팅’을 위해 영입한 선수여서 감독과 영국 언론의 대접도 다르다. 지난해 덩팡저우의 맨유 입단식은 퍼거슨 감독은 물론이고 팀 관계자들도 없는 상황에서 초라하게 치러졌다.


이처럼 크게 다른 두 선수의 팀내 위상은 한동안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취업비자 문제만 놓고 보자. 최근 2년간 대표팀이 치른 경기의 75% 이상을 출전해야 하는 발급 조건에 미달한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직접 이민국에 보증인으로 나선 덕에 무리없이 비자를 받았다. 하지만 A매치 경력이 전무한 덩팡저우의 경우 퍼거슨이 아니라 토니 블레어 총리가 나선다해도 비자 발급이 되지 않는다.


박지성과 덩팡저우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러니 이번 투어때 덩팡저우가 맹활약한다 해도 질투할 필요는 없다. 박지성에게 중요한 것은 덩팡저우를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팀내 주전 선수들과의 친교, 그리고 경쟁뿐이다.


〈축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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