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있는 중학교를 졸업한 수진이는 도시에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수진이는 하숙을 하게 되었는데 그 하숙집에는 많은 하숙생들이 있었다. 수진이는 윤희라는 여학생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는데, 두 사람은 일주일도 안되어 친자매처럼 친해졌다. 그런데 윤희에게는 이상한 버릇이 있었다. 매일 밤 12시만 되면 하숙집을 나갓다가 약 2시간 쯤 지나면 돌아와 조용히 이불속으로 들어오는 것이였다. 그때마다 윤희의 몸에서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젖은 흙냄새가 나기도 했고, 비릿한 피비린내가 나는 것 같기도 하였다.
유난히 호기심이 많은 수진이는 조금씩 윤희의 행동을 관찰하다가 마침내는 윤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게 되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윤희는 여전히 밤 12시가 되면 도둑고양이처럼 슬그머니 들어오는 것이였다.
중간고사를 하루 앞둔 어느날 밤 수진이는 중대한 결심을 했다.
한편으로는 무섭기도 했지만 이제 도저히 참을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윤희의 옷에 가느다란 실을 매달아 놓았다.
드디어 밤 12시가 되자 이 날도 어김없이 윤희는 슬그머니 방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였다.
수진이가 들고 있는 실타래의 실이 풀리기 시작했다. 조금씩 풀리는 실을 보자 수진이는 갑자기 오싹 소름이 끼쳐 윤희의 뒤를 따라가 보겠다는 생각을 포기해 버렸다.
수진이는 캄캄한 방에 앉아 한없이 풀려나가는 하얀 실타만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시가 지나도록 윤희는 돌아오지 않고 실만 하염없이 풀리고 있는것이다.
호기심과 모험심이 강한 수진이도 서서히 겁이났다. 젖은 흙냄새 같기도 하고 비릿한 피냄새 같기도 했던 바로 그 냄새가 조금씩 풍겨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윤희는 보이지 않고 수진이의 손에 쥔 실타래에서 하얀 실만 계속 풀리고 있었다. 무서워서 이빨까지 덜덜 떨려와 도저히 그냥 앉아 있을수가 없던 수진이는 불이라도 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불을 켜려고 벌떡 일어선 수진이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창 밖에서 입과 손에 피를 잔뜩 묻힌 윤희가 방안을 들여다 보며 조용히 실을 잡아당기고 있는 것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