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는법 - 귀신은 착시와 같은 뇌현상이다.

Key선장 작성일 07.01.21 00: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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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시현상과 귀신

귀신이라는 것은 직접 보거나 경험한 것이기 때문에 영혼이 무엇인가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에 사실상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귀신이라는 것은 영혼이란 무엇인가를 정의하는데 사람들에게 가장 큰 혼란을 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귀신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에게는 귀신이란 사람이 죽은 후 영혼이 빠져 나와 떠도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한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당연히 사후세계나 귀신도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국경과 문화를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하지만 귀신을 보는 것은 착시현상과 같은 일종의 뇌 현상이다. 물론 귀신을 봤다는 경험은 헛것을 봤다는 말로 그 존재가 부정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뇌현상의 일종으로서 체계적으로 연구되어온 것은 아니다. 그것은 이 귀신을 보는 현상이 아직까지 착시현상만큼 뇌 현상의 하나로서 보편적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 현상으로서의 귀신을 이해하려면 뇌의 일반적인 인지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뇌는 사물 전체의 윤곽이 불투명하고 불완전하게 나타나더라도 그 파편 조각들을 이어 붙여 완전한 사물인 것처럼 인식하는 시각보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은 너무나 뛰어나서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대상이 있는 것처럼 재구성해 버리기도 한다. 시각에서의 이러한 뇌현상이 착시(optical illusion)이다.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이런 착시현상은 구름이나 나무, 벽지의 무늬 등등 복잡한 무늬가 있는 곳에서는 아주 쉽게 일어난다. 잠시 동안 하늘의 구름을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그 구름 안에서 다양한 형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쉽게 발견하는 형상은 사람이나 동물 등의 얼굴과 머리모양이다. 우리의 뇌는 얼굴모양에 대단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영역을 따로 가지고 있다. 이런 기능을 하는 영역은 뇌의 옆부분 아래쯤에 위치하는 내측두옆(Inferior temporal cortex)에서 발견되었다. 얼굴과 조금이라도 비슷한 모양이 나타나면 이 영역의 회로가 바로 반응하면서 우리가 얼굴모양을 민감하게 인지하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사물을 얼굴모양으로 인식하려는 성향을 강하게 갖는다. 어린이들은 자동차의 앞모습에서 사람의 얼굴을 연상한다. 또한, 시계, 신발, 풍선 등 약간의 유사성만 있어도 쉽게 얼굴모양으로 인식한다. 상업적인 마크나 로고를 만드는데 이런 인간의 심리학적인 성향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되어 왔다.


조금이라도 비슷한 모양에서 이렇게 쉽게 얼굴의 형상이 인식되는 이유는 그만큼 얼굴을 인식하는 것이 인간활동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고, 그 때문에 진화적으로 더 발달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어머니와 가족, 친구로부터 낯선 사람과 잠재적인 위협이 있는 적을 구분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얼굴이다. 또한 얼굴의 미세한 변화로부터 자신에게 적대적인지 우호적인지 등의 감정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므로 얼굴은 아주 민감하게 인식해야 한다.


심령사진 혹은 귀신사진이라고 알려진 사진들의 많은 부분은 불완전한 형상으로부터 사람의 모습이 쉽게 연상되는 이러한 뇌의 특성 때문에 생긴 것들이다. 특히 밝은 낮보다는 해가 진 어두운 밤, 사물의 형상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 때 이런 현상은 더 잘 일어난다. 아른거리는 연기 속에서도 사람의 얼굴을 발견하고, 불꽃이나 조명의 잔상에서도 사람의 형체를 발견한다. 사진의 인화과정에서 번지거나 중복인화되는 것에 의해서도 그러한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제부터 귀신을 보는 것을 이러한 뇌활동에서 비롯된 현상의 하나로 이해해보자. 착시현상의 경우 어떤 경우에 그러한 착시가 일어나는지 체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귀신을 보는 현상도 어떤 상황에서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좀더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공포와 위험회피

전세계 모든 국가와 인종, 문화와 사회를 통틀어 귀신과 관련된 공통된 심리는 바로 두려움과 공포심이다. 그리고 귀신은 낮보다 밤에 자주 출몰한다. 또한 붐비는 곳보다는 외딴 곳에서, 여러 명이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더 자주 출몰한다.



한밤중에 산 속에서 길을 잃다가 귀신에 홀려 밤새도록 산 속을 헤매다가 봉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귀신과 관련하여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산 속은 귀신이 출몰하는 조건에 아주 잘 부합하는 환경이다.



홀로 산 속을 헤맨다고 한번 상상을 해보자. 해는 져서 어두워지고, 길도 점차 보이지 않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 분간이 안될 정도의 어둠에 순식간에 빠지게 된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아닌지 오히려 더 깊은 산중으로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두려움이 몰려오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숲이 갖는 복잡한 형상들은 사람과 같은 형상을 쉽게 발견할 수 있게 한다. 거기에다 바람이 만들어내는 으스스한 소리가 더해져 무엇인가 자신을 뒤따라 오는 것 같은 공포심을 만들어 낸다.



어두운 밤, 홀로 외떨어진 곳에서 이렇게 누군가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공포심을 느끼는 것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한 느낌이 생기는 것으로 착시현상과 구분하여 “착감현상(illusion of feeling)”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이 환경에서는 조금이라도 사람과 비슷한 것이 아른거리거나, 무엇인가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도 마치 무언가가 진짜 자신을 따라오는 것처럼 환상을 일으키며 공포심을 극대화 시킨다.


이러한 어둠 속에 홀로 놓여있을 때 발생하는 공포심은 인간으로 진화되기 이전 우리의 머나먼 조상이 맹수의 습격을 받는 야생에서 오랜 세월 생활하면서 겨우 살아남아 진화된 것이다. 인간은 다른 어떤 동물보다 밝은 낮동안의 시각능력이 뛰어난 종이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원숭이들도 뛰어난 주간 시각 인식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인간의 야간 시야는 아주 형평없는 수준이라서 밤에는 가능하면 무리를 지어 동굴 속에 숨어 지내야만 했다.



인간의 먼 조상을 사냥했던 맹수는 야간 시야가 뛰어나 어두운 밤에 주로 사냥을 했다. 겁 없이 밤길을 헤매던 인간의 조상들은 대부분 맹수의 밥이 되어 사라져 버렸고, 어두운 밤에 홀로 남겨지는 환경에 대해 병적인 공포심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 겨우 살아남아 지금 현대 인류에 이어진 것이다.



맹수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아이들과 여자들의 경우 그 공포심 유발 뇌회로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공포심을 유발시켜 사람을 잠재적인 위험요소로부터 격리시켜 보호하는 것은, 경험과 학습을 통해서 그러한 위험을 습득할만한 여유가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특히 효과적이다. 어린이들은 어둠 속에서 홀로 놓이는 것에 극도의 공포심을 갖기 때문에 어두운 밤중에는 사람들의 무리로부터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공포심이 맹수로부터 사람의 조상들을 구해낸 것이다.



맹수가 사냥을 할 때는 어둠 속에 숨어서 눈치채지 못하게 다가가 공격하거나 뒤를 덮친다. 이 때 그 맹수는 먹이감을 노려보며 한 순간도 시선을 놓치지 않고 추적한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맹수가 사냥할 때 보이는 것과 동일한 패턴의 움직임에 대해서 극도의 공포심을 느낀다. 주변의 작은 움직임이나 소리에 민감해 지고,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두 눈의 형상에 극도의 공포심을 느낀다. 자주 들리는 큰 소리 보다는 몰래 접근하려는 듯한 가끔씩 들리는 작은 소리에 더 공포심을 느끼며, 앞쪽보다는 뒤쪽에서 무엇인가 따라오는 듯한 공포심을 느낀다. 무엇인가 자신을 따라오는 듯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 공포심은 오히려 더 커진다. 맹수가 뒤쫓고 있다면 조용히 몸을 숨기며 따라올 것이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서의 공포심은 과거 인간을 사냥했던 맹수의 움직임을 가능하면 민감하게 파악하여 그 위험을 빨리 피할 수 있도록 뇌가 만들어낸 일종의 착시와 착감현상이다. 어둠 속에서의 맹수의 사냥 방법은 결과적으로 그런 움직임에 극도의 공포심을 갖는 사람만이 더 잘 살아남도록 하는 뇌를 진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숲 속에서는 특히 복잡한 나무와 풀, 바위 등의 모습에서 사람과 비슷한 형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어두운 밤 형체가 뚜렷이 보이지 않는 환경에서는 사람과 같은 살아있는 것의 형상을 쉽게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어둠 속의 공포심과 함께 무엇인가 살아있는 것이 쫓아오는 것 같은 착감현상에 빠지게 된다. 이 두 가지가 결합하여 사람 비슷한 무엇인가가 자신을 노리고 추격하는 듯한 공포심을 만들어주는 귀신회로가 완성된다.



이것이 바로 귀신의 실체이다. 뇌는 어두운 곳에 홀로 남겨진 상황으로부터 잠재적인 위협을 회피하도록 귀신이라는 환상을 진화시킨 것이다.



귀신 체험

그럼 이제부터 귀신을 만나보자.

정상적인 뇌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모두 귀신을 볼 수 있다. 직접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최소한 그것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귀신을 보는 사람들이 요즘 사회에서 크게 줄어든 이유는 사회가 그러한 생각을 미신화 하고 믿으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생활환경이 귀신을 만나기 어려운 쪽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전깃불에 의해 생활환경은 밝아지고, 도시화로 인해 사람들은 더 모여 살게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뇌의 귀신회로가 쉽게 작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음을 열고 귀신을 보고 느끼려 한다면, 그리고 귀신을 보고 느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누구나 쉽게 귀신을 만날 수 있다. 단, 귀신회로는 아무데서나 작동되는 것이 아니고 몇 가지 특수한 조건이 만족되는 경우에만 활성화 되기 때문에 그 방법과 조건 등을 알아야 한다. 이제부터 귀신을 쉽게 만나는 그 조건들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자.



우리 뇌에서 두려움을 일으키는 귀신회로는 어두운 밤에 주로 활성화 된다. 그리고 혼자 있어야 더 잘 활성화 된다. 혼자라는 의미는 방안에 혼자라는 의미가 아니다. 위험이 닥쳤을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거리 내에 사람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공포심을 유발하는 뇌 속의 귀신회로는 위험이 닥쳤을 때 사람이 있는 옆방으로 도망가거나, 주변사람에게 바로 뛰어갈 수 있는 거리라면 잘 활성화 되지 않는다. 그 위험으로부터 지금 당장 도망간다 하더라도 도중에 붙잡힐 만한 상황에 있다고 스스로 느끼는 상황에서만 활성화가 잘 된다.



그 건물 전체에 자신 혼자만 있다면 그러한 조건이 충분히 만족된다. 밤에 홀로 집을 지키는 경우도 어느 정도 만족된다. 단, 옆집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거나, 대문밖, 창밖으로부터 지나다니는 사람들이나 자동차 소리가 들리는 상황은 좋지 않다. 모두들 잠들고 그런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시간이 좋다. 도시지역이라면 주로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가 적합하다. 시외지역은 보통 자정이후시간이면 충분하다.



주위는 귀가 멍할 정도로 조용해야한다. 집이라면 자기 혼자뿐인 상황을 만들어라. 건물 전체가 자신 뿐이라면 더욱 좋다. 어둡게 불을 모두 꺼놓고 암흑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라. 깜깜한 방에서 조용히 한 곳을 응시하고 있으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느낄 수 있다. 무엇인가 주변에 있는 듯한 느낌이 서서히 들 것이다. 이때 눈을 돌려서 그것을 바라보면 된다. 그것을 바라봤을 때 처음에는 그것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경험은 공포심을 더 자극시킨다. 무엇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막상 바라보면 사라지는 것, 그것을 반복하면 점점 더 신경이 예민해지고 비슷하고 불완전한 형체만으로도 무엇인가 살아있는 듯한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정면보다는 옆과 뒤쪽에 무엇인가 있는 느낌을 더 잘 받는다.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도 어둠속에서는 마치 누군가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 얼굴과 비슷한 형체에서 역시 쉽게 사람처럼 느끼게 된다. 옷과 함께 옷걸이에 걸어둔 모자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자신이 일부러 걸어둔 옷과 모자라는 것을 아는 경우에도 그 공포심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천천히 일어나 다른 방으로 이동해보자. 이동하는 동안 모든 방과 통로는 겨우 위치를 알 수 있을 정도로 캄캄해야 한다. 다른 캄캄한 방으로 들어가는 순간 방안에서 뭔가가 노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것이다. 미리 방안 구석에 옷걸이와 모자를 걸어둔다면 어두움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형상이 마치 귀신이 서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것이 자신이 걸어둔 옷걸이라는 것을 아는 상황에도 그때 몰려오는 공포심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또한 어딘가에 숨어서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눈동자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뇌는 두 눈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는 회로를 가지고 있다. 특히 그 눈이 자신을 바라보는지 아닌지에 아주 민감하다. 어둠 속에서 누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기분이 들 것이다. 그것은 정면보다는 옆면이나 뒤쪽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사람은 두 눈과 비슷한 형체의 빛이나 모양에 아주 민감하게 느낄 뿐 아니라, 전혀 아무 것도 없는 어둠 속에서도 마치 두 눈이 자신을 응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쉽게 받을 수 있다.



자신을 응시하는 두 눈에 민감한 이유 역시 그것이 어둠 속에서 맹수들이 노릴 때의 바로 그 모습이기 때문이다. 고양이과의 맹수들은 어둠 속에서 달빛만으로도 눈동자가 밝게 빛난다. 그 모습은 숲 속에 몰래 숨어 있더라도 쉽게 발각되곤 했다. 그 맹수의 눈동자에 공포심을 갖도록 진화된 것이 바로 뇌의 귀신 회로이기 때문에 두 눈에 아주 민감한 것이다.



방안에 창문이 있다면 그 역시 귀신을 볼 수 있는 좋은 위치이다. 가능하면 창문 밖이 칠흑처럼 어두워야 좋다. 창문을 직접 쳐다보지 말고 창문을 등지거나 측면으로 몸을 돌리고 그 창 밖에서 누군가 자신을 쳐다본다고 상상해보라. 그 상상만으로도 캄캄한 창 밑으로 몰래 고개를 내밀어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창문을 똑바로 바라보는 순간 그 눈은 사라져 버린다. 그리고 그 후에는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문득 창문밖에 누군가가 노려보는 듯한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창문 이외에도 어둠 속에서는 방 구석 모퉁이에 무엇인가 거꾸로 매달려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을 느낄 수 있다. 사람은 한번에 네 방향 모두를 볼 수 없기 때문에 방안에 있을 때도 언제나 측면과 후면의 모퉁이에 무엇인가 숨어있다는 잠재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 역시 귀신처럼 사람을 닮은 형상으로 나타난다.


이 외에도 지하실과 같은 어두운 곳으로 혼자 들어가거나, 다락방처럼 좀처럼 드나들지 않는 곳을 들어가려는 순간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데 그 안에 무엇인가 숨어 있다는 느낌이 들게 된다. 이 역시 어둠 속에 숨어서 습격을 받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뇌의 반응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완전한 형체만으로도 사람과 비슷한 것을 보게 되는 착시현상이 일어나고, 공포심이 급증하게 되면 놀라서 귀신을 보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때 여자의 경우에는 반사적으로 비명을 질러 주변 사람들을 불러들여 위험을 피한다.



이러한 귀신에 대한 상황, 느낌, 반응, 결과 등은 과거 맹수가 사람을 습격하려는 상황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이다. 어둠 속에서 홀로 떨어져 있는 상황, 정면보다는 옆과 뒤에 대해 더 공포심을 느끼는 것, 무엇인가 자신을 몰래 따라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 자신을 응시하는 두 눈에 대한 공포심, 창밖에 숨어 누군가 몰래 노려보고 있는 듯한 느낌, 어두운 곳을 들어가려 할 때 몰려오는 공포심, 그리고 귀신을 봤다고 느꼈을 때 여자들이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는 것 등 모두 일치한다.



이 귀신회로가 진화되면서 과거 야생에 살던 시대에 그런 공포심을 주는 상황과 환경을 극도로 피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왔고,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맹수에 잡혀먹는 가능성을 줄여 주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일제시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호랑이에 잡혀 먹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문명사회에서는 인간이 맹수의 습격을 받는 일이 이미 사라져버렸다. 맹수의 습격으로부터 사람을 보호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이 회로는 이제 그다지 쓸모 없는 것이 되어 버렸고, 귀신회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착시현상은 뇌의 회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를 역추적하는데 아주 유용한 과학적인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많은 연구자들이 다양한 착시현상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에 대해 뇌회로의 특성으로 설명한다.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은 뇌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일종의 가상현실이다. 뇌는 야생의 환경에서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 아주 많은 환상을 만들어 두었다. 귀신역시 뇌에 의해 만들어진 착시이자 착각에 의한 환상이다. 그것들은 앞으로 뇌 연구에 흥미로운 주제가 될 것이다.



귀신은 더 이상 우리가 두려워해야 될 대상은 아니지만, 무조건적으로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취급해야 할 이유도 없다. 모든 착시현상들 중에서 귀신만큼 독특한 현상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좀더 관심을 가지고 관찰해야 할 흥미로운 뇌 현상으로 다뤄야 한다.



동물들도 귀신을 볼까?

귀신이라는 것이 생존을 위해 진화적으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일종의 뇌현상이라면, 비슷한 진화과정을 거쳤던 다른 동물들 역시 귀신을 볼 것이라는 것은 자연스러운 추론이다. 특히 인간과 아주 유사한 진화과정에 있던 원숭이들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귀신을 볼 것이 거의 확실하다. 원숭이들은 자신들과 비슷한 원숭이 형상의 귀신을 볼 것이다. 원숭이들의 생활환경 역시 집단생활과 주간활동을 하며, 어두운 곳을 혼자서 헤매는 것을 꺼리는 등 사람과 유사한 습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호랑이와 같은 맹수들은 야간에 홀로 사냥을 하기 때문에 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혼자서 사냥을 하는 맹수들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환경에서 극도의 조심성을 보이기 때문에 다른 종류의 공포심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개의 경우에는 늑대에서 분화된 것이기 때문에 원래 야간에 사냥을 하던 종이었다. 이들이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 느끼는 것은 사람과 비슷할 것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공포심을 느끼는 경우도, 반대로 쫓아야 할 대상이나 사냥감으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인간만이 귀신을 본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인간과 동물들 모두 유사한 특성을 갖는 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인간과 진화상 거리가 가까운 동물들도 비슷하게 귀신을 볼 것이다. 최근 잠자는 쥐에서도 꿈을 꿀 때와 유사한 뇌활동이 일어난다는 연구가 발표되었다. 꿈뿐 아니라 귀신도 여러 동물들이 보고 있는 공통적인 뇌현상일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출처 : http://brai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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