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군대에 있을때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저는 서울에 의경으로 2년 복무했었습니다. 그때 제대하던 고참이 한 이야기 인데,
당시에는 막 들어온 신병이라 직접 듣진 못했지만 중간기수를 거쳐서 들은 이야기 입니다.
편의상 제대고참을 A라 부르겠습니다.
처음 A가 자대배치를 받을 당시에는 그 기수가 전부 5명이었습니다. 이후 각각 소대를 배치 받았는데 A와 다른 동기
한명은 1소대, 2소대에 두명 그리고 3소대에 한명으로 배치를 받았답니다. 이병때 서로 의지해가며 고생하던 동기가
그만 일병때에 A와 같은 소대였던대원이 그만 뇌출혈인가로 복무중에 사망을 했었답니다.
원래 집안에 내력이 있었다더군요. 그래서 근 1년간 그 동기가 쓰던 침상은 그냥 비워 두었었는데 이후에 후임들이
그 침상을 써도 별다른 징후 없이 잘 지내더랩니다. 귀신이 나온다거나 뭐 그런 이야기는 없이 말이죠.
시간이 흘러 A가 제대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저희 중대의 경우에는 제대하기 일주일전에 말년 휴가를 나가고
제대 전날 복귀해서 하룻밤을 자고 제대하는 거였는데 물론 아닌 중대도 있습니다.
어쨋든 A가 말년 휴가를 마치고 복귀 후에 잠을 자려는데 우연히 예전 뇌출혈로 죽은 동기가 쓰던 침상에 잠을
자게 되었답니다. 약간은 꺼림칙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잠을 잤답니다. 근데 다음날 A가 울면서 일어 나더랩니다.
(질질짜는게 아니라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는 그...)그 모습을 본후임이 깜짝 놀라서 왜 그러랴고 물어 보니까 하는 말이
꿈을 꾸었는데 어딘지 모를 어두컴컴한 공터에 자신이 서 있었답니다. 여기가 어디지하고 있다가 앞을 보았는데
왠 남자가 기동복(의경이 입는 군복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에 모자를 쓰고 더블백을 맨 남자가 걸어가더랩니다.
그 남자가 몇 발자국을 걷다가 멈춰서서는 자신을 향해 몸을 반쯤 틀고 고개를 자신을 향해 돌리더랩니다.
그리고 환하게 웃으면서 하는 말이
"A야 나도 간다."
라고 했답니다.
얼굴이 희뿌옇게(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 눈앞이 흐려지는것 같은) 되어 있어서 자세히
알아 볼수 없었지만 예전에 죽었던 자기 동기구나라는것 알수 있었답니다. 꿈속에서 동기는 그 말을 남기고는 다시 앞으로
걸어가더니 이내 사라졌답니다. A는 슬픈건지 기쁜건지 모를 감정에 그냥 눈물이 나오더랩니다.
A가 제대하고 나서 제가 어느 정도 적응하고 타소대고참들과도 친해지고 나서 1소대 중간기수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처음 들었을때는 약간 섬뜩했지만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뭔가 멋있다랄까..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