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을 포함한 과학이 종교보다 중요한 이유
태초에 만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의문들은 대답하기 아주 어려운 질문입니다.
더불어 우주의 경우에는 그 '시작' 이라는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조차 명확하지 않구요.
이러한 어려움은 과학자 뿐 아니라 합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대안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과학자들이 말하는 '빅뱅'이나 진화론 같은 이론들을 대신할 설명 말입니다.
만약 지성을 가진 어떤 존재, 즉 신을 그 대안으로 내세운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존재가 실재한다면 틀림없이 아주 아주 복잡하고 생겨날 확률도 그 만큼 작은 무엇일 겁니다.
여기서부터 가설은 당장 곤란한 지경에 빠지고 맙니다.
현재의 과학적 이론들이 아무리 이해하기 어렵고 아직 규명하지 못한 점이 많더라도
'지성을 가진, 아주 복잡한 존재'를 모든 것의 시작으로 설정한 신학자들의 주장은 문제를 한층 더 어렵고
힘들게 만들 뿐입니다.
우리는 다윈의 이록 덕분에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복잡하고 지성이 있는 존재가 나올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즉 다윈의 이론은 우리의 뇌와 같은 복잡한 개체가 어떻게 '단순한 시작'으로부터 세상에 출현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그 '단순한 시작'을 받아들이기가 아무리 힘들더라도 적어도 '복잡한 시작'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훨씬 쉬울 겁니다.
왜냐하면 이 복잡함은 이 우주에서 시작적으로 나중에 그리고 점진적으로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변화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신이 존재한다면 그러한 존재는 아주 아주 복잡한 존재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 존재를 모든 것의 시작에 놓은 것, 만물의 기원에 관한 해답으로 제시하는 것은 혹을 떼려다
오히려 훨씬 더 큰 혹을 붙이는 격과 다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설명하려고 하는 문제보다 비교할 수 없이 어렵고 새로운 문제를 무책임하게
던져놓는 격이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이 '기원'의 문제에 대해 다양한 가설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 가설들을 대게 일반인들이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이 많습니다.
어떤 가설은 우리 우주는 수 없이 많은 우주로 구성된 거품들 중 한 방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고 말합니다.
'다중우주'라고 부르는 이 거품을 이루는 개별 우주는 서로 다른 값을 가진 기본 물리상수들을 부여 받는 다고 합니다.
마침 우리 우주의 경우 생명이 생겨나고 진화하기에 적합한 물리 상수를 가졌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기 바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으니까요
진화가 가능해서 현재 우리와 같은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그런 우주 말이죠
이것이 현재 과학자들이 제시하고 있는 가설들 중에 하나입니다.
물론 이런 이론을 처음 듣는다면 누구든 납득하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다윈의 학설이 단순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웠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다시 말씀드립니다만 아무리 이해하기 어려운 가설이라도 아주 복잡한 신이라는 존재를 시작으로
설정하는 가설보다는 몇백 몇천 몇만배 더 설득력이 있고 과학적으로 그럴 듯 합니다.
물질이 스스로를 만들 수 없다구요?
그걸 인정한다면, 무한히 복잡하고 게다가 지성을 갖춘 어떤 존재가 무에서 갑자기 생겨났다는 걸
어떻게 주장하고 받아들일 수가 있습니까?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이해하려는 어떤 과학적 이론보다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아니겠습니까?
- <만들어진 신> 리처드 도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