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잠깐 들어와 봤는데요, 여러가지 신선한 소재가 참 많은 곳이라고 생각됩니다. 거짓말 같은 글도 더러 있고, 왠지 진짜같은 글들도 더러 있네요. 지금 제가 하려는 이야기는 제가 당시 해병대에 입대하게 되어 일병을 달았을 때 상병이던 선임께 들었던 경험담 입니다. 즐겁게 들어보세요.
저는 당시 2005년도에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백령도에 실무배치를 받았습니다. 제가 배속 받은 곳은 여단직할 방공포대였습니다. 통신병으로 근무하게 되었죠. 제 임무는 방공레이더를 보고, 상황발생 시에 보고 등등 하는 것이었는데, 이 근무지의 여건 상, 통상 이용하는 길로 가는 것 보다 길이 더 짧은 까닭에, 어느 시간대 (구체적인 시간은 말씀 드리기 뭐하고, 밤입니다.) 에는 동굴로 근무진입하는 것이 더 빨랐습니다. 말이야 동굴이지, 진짜 천연 동굴처럼 그런 것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만든 통로였죠. 우리는 그것을 동굴이라고 불렀습니다. 원래 백령도는 귀기가 많은 섬이라고 한다고 그 상병선임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일도 있었나 봅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저한테 이런 괴담을 들려주신 선임이 후달릴 때에 전해들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즉 상병선임과 예전에 같이 근무를 서던 타중대 선임이 후달릴 때의 일입니다.
이병 때 일이라고 하던 것 같은데, 어쨌든 모든 근무가 그렇듯이 선임 근무자와 후임 근무자가 같이 근무를 서게 됩니다. 사수와 부사수가 그러한 경우죠. 어쩄든 당연히 선임은 선임근무자이고, 후임은 후임근무자입니다. 이 때에 이병이었던 그 선임은 후임 근무자로서 밤 근무에 필요한 랜턴과 개념을 준비하고, 선임 근무자와 같이 근무에 진입을 하고 있었습니다.
늘 같은 시간대에, 또 같은 근무지에 진입하는 바람에 타중대와 같이 근무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는 까닭에, 그 때에도 그 선임은 선임근무자와 다른 중대의 근무자와 같이 가파른 길을 올라 동굴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동굴은 가끔씩 천장에 달린 랜턴에 불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는, 여단 상황에 맞춰서 전력이 공급되는 변덕이 심한 곳입니다.
전기가 안들어 오는 경우에는 진짜 눈 앞에, 바로 눈 앞에 한 2Cm 정도 앞에서도 손이 왔다갔다 해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빛이 아예 없습니다. 당연히 그 곳은 빛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지요. 하지만 그 때에는 다행히 전기가 들어와서 밝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천장에 일정한 간격으로 촘촘히 박혀있는 랜턴은 당연히 많은 그림자를 만들어 내고, 그 그림자는 가끔씩 혼자 걷더라도 흠칫 놀라게 할 정도로 기괴한 모습을 취할 때가 많습니다.
(근무 사정상 저도 한 3일에 한번 씩은 아침에 왔다갔다 해야됬는데, 천장에 불이 들어와있든 들어오지 않든, 정말 혼자서는 걷고싶지 않은 길이었습니다. 어쩄든 그 때나 또 그 전에나 다름없이 동굴은 무서웠다는 겁니다. )
그 선임은 당시 그 대열에서 막내중의 막내로, 선임 근무자들 끼리 잡담하면서 걸을 때 약간 떨어져서 걸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몇 분 걸었나 싶었는데.. 등 뒤에서 아주 묘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방울 소리가 들렸던 것 같기도 하고, 이상한 건 등 뒤에 느낌도 있고, 방술 소리같은 것도 들리는데, 선임 근무자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농담을 계속 주고 받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설마? 하고 등뒤로 돌아본 순간, 그 선임은 정말 놀라운 것을 보고 만겁니다.
분명히 아무도 없는데, 뒤에서 아주 빠른 속도로 어린아이만한 그림자가 총총 뛰면서 (왼발 오른발 한발씩 뛰면서, 무릎은 전혀 굽히지 않고) 양 팔은 옆구리에 착 붙여서 어깨는 으쓱올린 듯 한 모습에, 그 상태에서 양 손목을 힘주어 올린 상태로 엄청난 속도로 자신을 향해 통통 거리면서 오고 있었던 겁니다.
그 선임은 처음에는 경악, 그리고 바로 비명지르면서 자지러졌습니다. 그림자는 그 와중에 사라졌고, 사라진 것을 알면서도 그 선임은 혼비백산해서 비명을 멈출 수 없었다고 합니다. 당연히 그 자리에 있던 선임근무자들은 같이 화들짝 놀라고, 전역하신 분들은 대충 예상가는 욕설을 먹은 뒤에 자기가 본 것을 말했다고 하나, 아무도 제대로 들어주지도 믿어주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을 받았다는 이야기 입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처음에는 그냥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여겼다가, 그 동굴을 지날 때마다 속으로 얼마나 가슴이 서늘하던지.. 그 동굴이 이상할 정도로 발목을 붙잡더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 전에도 그랬지만, 그 이후에도 이상한 것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지요. ^^; 아마 군 경험자는 통상 이런 경험을 한 두번씩은 해봤을 겁니다. 왠지 심심해져서 글을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