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일어났던 일(2년 전 쓴 글 재탕합니다.)

deeper 작성일 08.06.01 21: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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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2008년입니다.

 

제가 전역하고 이 글을 쓴지 2년이 지났습니다.

 

어젯 밤에 꿈을 꿨습니다.

 

어젯 밤 꿈에 군시절에 겪었던 그 사건....

 

그 여자의 얼굴이 나왔습니다.

 

깜깜한 가운데 그 여자의 쨰진 눈이 보이는 것은 과연 무슨 이유일까요.

 

문득 제가 쓴 글이 기억나 다시 올리고자 합니다.

 

갑자기 그 얼굴이 생생하게 기억나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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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전 일입니다
분대장을 일찍부터 달아서 당직을 엄청 많이 섰습니다

당직이라 함은 (군대안가신분들을위해)
취침부터 기상시까지 중대 간부1명과 병사 분대장이 중대를 관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희 부대에는 인솔이 있었는데 약 300미터 떨어진 탄약고 초소에 투입하는 근무자들을

당직병이 같이 인솔해서 가는 그런겁니다

매시간 근무자투입때마다 같이 가는데 그게 엄청 힘이 들었지요

어느날 제가 당직근무를 설 때 그 일이 발생했습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근무자를 데리고 초소로 가고있었습니다

그때가 한 6시쯤 기상이 가까운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이면 여름에 왠만한건 육안으로 식별이

되지요 초소밑에는 연병장이 있었고 우리초소는 연병장 오른쪽 탄약고에 있고

연병장 왼쪽 한 50미터 되는 언덕에는 대공초소가 있어서 새벽에 그 초소에 다른 중대의

근무자들이 대공경계를 하게 되죠

그때였습니다 근무교대를 마치고 내려오면서 다른 중대 대공 초소 근무자와 당직병을

만났는데 근무자 아저씨들이 완전 넋이 나간 것처럼 보이더군요

대공쪽 인솔하는 당직병이 저한테 혹시 방금 올라오면서 뭐 보지 못했냐고 묻더군요

못봤다고 하니까 대공 근무 끝나고 내려온 아저씨가 떨면서 얘기했습니다

근무때 연병장을 봤는데 왠 여자와 어린애가 가로질러서 자기네 쪽으로 오는게 보이더랍

니다 그래서 망원경으로 봤는데 그냥 오는게 아니라 여자가 어린애 머리채를 한손에 붙잡고 질

질 끌고 오더라는 겁니다 애는 축늘어져서 죽은 거처럼 보이구요

그 아저씨들이 그걸보고 근무고 뭐고 완전 정신이 나가서 횡설수설하더군요

(실제로 귀신보면 소리도 못지릅니다 마치 차에 치이기 바로 직전 움직이지 못하고 차를

보는 것처럼..)

솔직히 아침에 그런 것도 말이 안되고 저는 이 아저씨들 심심했구나 했지요

하지만 삽시간에 그 소문은 대대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며칠동안 새벽에 당직병과 근무자들이 그 아저씨가 말한 여자와 애를

목격했다는 말이 계속 나왔습니다

심지어 병사들간에 그 시간때의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하기까지 했습니다

부대에서는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었는지 연병장에서 제사를 지냈습니다

제사 이후 한동안은 여자와 애는 나타나지 않았구요

제가 전역하기 전날 그러니까 올해 2월의 일입니다

대대가 혹한기훈련이라 거의 전 병력이 나간상태에서 저는 제 마지막 군생활 시간을 정리하면

서 아무도 없는 소대를 청소하고 후임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었습니다

원래 훈련때 전역자들을 한 중대에 모아놓고 지내게 하는데 저는 마지막밤을 2년이란 시간을

보냈던 소대에서 보내고 싶어서 해당 당직사관한테 허락을 받았죠

물론 혼자가 아닌 보일러병, 중대 환자들도 있었는데 남들 다 고생할때 훈련도 안뛰는 돌아가

는 놈들하고 말하기도 싫고 저는 혼자 내무실에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었습니다

전역하기 전날이라 잠도 안오더군요..유난히도.. 암튼 먼가 좀 이상했습니다

말로는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고 영 찜찜하고 왠지 가만있어도 구린기분 가끔 들때 있잔아요

그런건데 자꾸 소대에 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신경이 쓰이더군요

다음날 잠도 잘 못자고 일어나서 당직사관한테 갈려고 내무실에 눈물의 작별을 하고 문을

열었는데 간밤에 눈이 왔었습니다

하얀 눈위에 사람 발자국 외엔 없었죠 별 생각없이 발자국을 따라 밟으며 가는데 좀

이상했습니다..

발자국은 그렇다쳐도 옆에 두줄로 선이 그어져 있더군요

그 순간 저는 얼어붙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겠지 하기에는 그때 여자와 애

사건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더 무서운건 제가 자는 것을 가장 가까이서 볼수 있는 창문에 발자국이 나 있었고

그 창문앞에는 눈이 마구 밟혀서 발자국 형상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발자국과 가지런한 두줄의 파인 눈은 연방장쪽으로 이어져 있더군요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전역신고를 하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제 전역이다 끝이다 라고 생각하자 좋은 맘보다 아쉬움이 더 크더군요

강원도 산골이라 사람도 많이 없고 왠 아침에 몇명의 학생들과 애를 업은 젊은 새댁이 있

었는데 버스가 도착하고 저는 버스에 탔습니다. 새댁은 다른버스를 기다리는 지 안타고

애는 울기만 하더군요

애가 쳐다보길래 저는창문으로 애한테 손을 흔들고 인사를 했습니다 (누구나 그렇게하죠)

그 순간....

그 새댁이 갑자기 고개를 확 돌리더니 저를 노려봤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듯이 몇초간

멍하니 있다가 버스는 출발을 했습니다..

그 눈빛, 그 표정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사람의 눈빛이라고는 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너무 유추한걸지도 모르겠지만 실제로 저에게 일어났던 일이라 자꾸 생각하게 되고

믿을 수가 없습니다

차 떠날때 애엄마의 그 눈빛은.. 정말 소름이 끼쳤습니다

눈이 째질때까지 째진상태로..

제가 *이 아니라면 제가 본건 뭔지 지금도 모를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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