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20살때 겪었던 실화 입니다.
이야기 시작에 앞서 전 귀신이란 존재를 믿지 않았습니다.
귀신의 존재여부를 놓고 친구와 열을 내며 말다툼하기 부지기수 였죠.
어릴적 전설의 고향을 보면서 콧방귀를 뀌는가하면,
워낙 겁이 없어서 경기도 덕소에 위치했던 허름한 폐가 앞을
새벽에 걸어갈때도 꺼리낌 없던 아이였습니다.
2001년도, 그 당시 아버지 사업이 흔들리면서
희집은 자그마한 집으로 이사를 해야만 했습니다.
3가구 주택이었는데 위 로는 자그마한 산이 있고,
그 산의 입구로 사찰이 있는...
새벽에 오르면 살짝 음산한 기운이 감돌 정도로
기분이 안좋은 고지대에 위치한 집이었습니다.
제 방은 침대와 컴퓨터 책상이 L자로 위치해 있었고,
침대 옆으로는 옷장이 하나 놓여있었습니다.
이사온지 4일째 되던 날 밤.
그당시 '한게임 테트리스'에 거의 중독이다시피 빠져있던 전,
문제의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2시가 되도록 음악을 들으며 키보드를 두들기고 있었습니다.
2시가 좀 넘어서일까...
누군가 방문을 '틱틱틱' 치는 작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언제나처럼 어머니께서 '게임 그만하고 자라'는 잔소리를 하실것이라 생각하고
'아~ 왜?!'라며 외쳤지만, 밖에선 인적조차 없었습니다.
신경끄고 다시 키보드를 두들기며 블럭쌓기에 열을 올리기 시작할때쯤...
다시 한번 방문을 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틱틱틱...'
키보드에서 손을떼고 조용히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는데,
새벽에 들으면 상당히 소름끼치는 소리였습니다.
그 소리는 마치 볼펜 끝으로 살살 치는 소리같다고나 할까.
'한가지 확실한건 분명 가족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고나니
살짝 머리칼이 곤두서는 느낌 이었습니다.
거실 창문을 열어둬서 바깥 바람이 방문에 닿는 소리일거라...
확신하며 문을 벌컥 열어재꼈습니다.
역시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고, 휑한 바람만 느껴졌습니다.
나온김에 화장실이나 다녀올 생각으로 소변을 본 후,
다시 제 방문을 열어재낀 그때.
전 아직도 그 섬뜩한 순간을 잊을수 없습니다.
침대 위로 뿌연 연기같은 형상이 있었고,
전 제 눈을 의심하며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수 없었습니다.
입밖으로는 소리를 낼 엄두조차 할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웬지 소리를 지르면 저 형상이 나에게 해꼬지를 할거같다는 생각이 불연듯 들었습니다.
문턱에 선 채 기절한게 맞다 싶을정도로
약 1분간 그 연기같은 형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순간 그 형상은 점차 노파의 모습으로 뚜렷히 변해가는걸 느꼈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머리칼이 서고, 등골에서 식은땀이 흐른다는걸 느끼던 찰나.
그 노파가 저에게 무언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경쓰지말고, 너 할거 해."
분명 내 귀로 들려오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텔레파시란게 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을만큼 그렇게 말하는걸 느낄수 있었습니다.
노파의 무언의 명령에 마치 조종당하듯 전 컴퓨터책상 의자에 앉았습니다.
땀줄기가 제 얼굴을 타고 내려와 턱으로 흐르기 시작했지만,
닦아낼 겨를도 없이 말을 안들으면 해꼬지할것만 같아 순순히 따랐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키보드로 테트리스 블럭을 맞추기 시작했지만,
제 몸의 모든 신경은 침대를 향해 있었습니다.
그렇게 1초가 1분같이 길게만 느껴지던 순간...
얼마나 지났을까...
모니터만 응시하고 있으니 문득 혼령이라는 존재에 호기심이 발동되면서,
용기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생전 귀신이라는 존재를 부인해오던 내가 실제로 귀신을 보자
쫄아서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 한심하게도 느껴졌습니다.
그리고는 제발 아무것도 없길 바라는 심정을 담아
침대쪽으로 고개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는데...
그 악몽같은 장면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이 기억나는군요.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 노파는 몸을 수그린채 바로 옆에서 저를 노려보고 있었고,
제 눈은 그 노파의 눈과 정확히 마주쳤습니다.
순간 온 몸에서 소름이 쫙 끼치고,
심장이 멎는것과 같은 쇼크를 받은채 의자와 함께 뒤로 나자빠졌습니다.
그리고는 막혀있던 말문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엄~~~~마!!!!'라는 소리와 함께 눈을감고 옷장을 발로 냅다 쳤습니다.
그렇게 발작과도 같은 증상을 보이면서 전 정신을 잃었나 봅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부모님께서 제 방에 와 있었고,
전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된채 방바닥에 누워있었습니다.
순간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가위에 눌린 느낌이랄까?
방금 나 자신이 경험한게 꿈이였는지... 현실이었는지...
헷갈릴만한 몽환적인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치 악몽에서 막 깨어난듯한 몽롱한 느낌...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 생생했던 기억.
특히 그 노파의 생기없는 핏빛 가득한 눈빛...
어떻게 잊겠습니까.
시계를 보니 4시 10분이었습니다.
벌써 두시간이나 흘러버렸나... 하고 생각하니
'정말 내가 꿈을 꾼건가...?'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그 경험이 꿈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꿈이던 가위에 눌린거던간에
그 후엔 좀처럼 제 방에서 잘 엄두가 나질 않아 몇일을 혼자사는 친구 집에서
신세를 져야만 했고, 거의 3주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올수 있었습니다.
평소에 영혼의 존재를 부인해왔던게 도움이 됐는지,
제가 눈으로 보고 느꼈던 존재조차 꿈이라고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 일이 있은 후 새벽 늦게까지 한게임 테트리스를 하던 습관이 없어졌고,
매일같이 밤 11시 이전엔 잠에들려 노력했습니다.
그 후로 4년을 그 집에서 사는 동안 전 군대도 다녀왔고,
직장도 잡아 어엿한 직장인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때 경험했던 현실같은 악몽은 친구들과 모인자리에서 흔히 야기하는
'무서운이야기'의 소재로 전락해버렸고,
혹시나 잘때마다 생각나는 트라우마에 시달리진 않을까...
라는 염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특별히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4년이란 시간이 흐른 후...
그때의 악몽같은 순간은 평생 수백번 꾸는 꿈 중의 하나였습니다.
꿈이었다 생각했습니다.
꿈이었다 생각했는데...
저희 집이 이사하던 그 날.
제 방 문짝에 걸어두었던 '노크필수'라는 펫말.
그 펫말을 띄는 순간 전 심장이 멎을뻔한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바로 문짝에 선명히 찍혀있는 여러개의 손톱자국을 보고 말입니다.
여담이지만 이 문제를 놓고 친구와 이야기한 기억이 있는데,
친구가 해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네요.
"원래 귀신은 조용한 음악을 좋아하고, 귀 밝은 사람을 괴롭히는 습성이 있대.
분명 니가 틀어놓은 음악에 홀려 니 방 주위를 어슬렁대다가
손톱으로 네 방문을 조용히 찍어눌렀는데 니가 거기에 넘어가 문을 열어주게 되고,
그 틈에 네 방안으로 들어올수 있었던거야.
(귀신이 어째서 방문으로 출입이 가능한지 모르겠으나...)
결국 너 스스로 귀신을 끌어들인게 아닐까?"
[출처 : 바람의고무신 / 오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