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때 체험하나...

인영욱 작성일 09.09.09 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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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어느새 30줄이니...

 

80년대 초에 국민학교를 다녔습니다.

 

충남 예산 덕산이란 곳에서 말이죠...

 

 

각설하고...

 

일단 제가 사는곳에서 대충 어린아이걸음으로 10분쯤 가면 작은 하천이 있었습니다. 그당시에 쓰레기장으로 쓰였죠.

 

하지만 요즘 쓰레기가 아니라 시골 쓰레기장이었어서 음식물 쓰레기같은 지저분한게 아니라

 

플라스틱이나 유리쓰레기가 정말 많았죠. 그리고 가끔 레어템으로 보건소에서 버리는 주사기들 그리고

 

커다란 링겔병이 나왔었죠. 링겔병은 그당시에 길쭉한 유리관이 꼽혀 있어서 서로 가질려고 싸우기까지 했었죠.

 

의외로(?) 청결한 쓰레기장이었기에 저랑 또래들의 주 놀이터였습니다.

 

 

태풍 사라가 왔을때 쓰레기장이 아주 깨끗하게 떠내려가 버리고...

 

작은 다리까지 모조리 떠내려가서 한참 복구공사중이었을겁니다. 아저씨들이 한참 공사하고 계셧었으니까요...

 

쓰레기가 없이 너무나 깨끗했으니... 저흰 다른 놀이거리를 찾아서 하천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물로인해 쓸려내려간곳도 있었었지만 저흰 그게 위험하단걸 알고 있었어서 가까이 가진 않았죠...

 

 

그런데 어느정도 더 내려가다보니 둑 위에 작은 집이 있는겁니다. 지풍은 슬레이트였었고 벽은 대충 바른 벽돌이더군요.

 

근데 특이하게 지붕이 붉은색이었습니다. 당시 저희집도 그런지붕으로 된 창고가 있었지만 붉은색으로 칠하진 않았었죠.

 

가까이 가보니 좀 큰 창고같았고 문은 큰 자물쇠로 잠겨있더군요.

 

그래도 궁금해서 여기저기 기웃기웃했습니다. 근 30분은 걸어온 곳이었어서 흥미거리를 찾던 중이었는데

 

벽에 창문은 없었지만 옆에 보니 어른키보다 높은곳에 작은 창이 있더군요...

 

안이 너무 궁금해서 다들 이리저리 찾다가 옆 논에서 반쯤 부서진 지게를 하나 주워왔습니다.

 

그 지게를 벽에 대고 그 작은 창을 제 친구한명과 같이 둘이서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맑은 날...

 

반대쪽의 작은 창으로 햇빛이 들어오고 있었고 안엔 먼지가 자욱했었습니다.

 

그리고 뭔가 알록달록한 나무와 물건들이 있는 겁니다. 잠깐 더 볼려고 하는데...

 

갑자기 하얀 한복을 입고 머리에 검은색 두건까지 쓴 할아버지가 그 물건들 위에 양반다리로 앉아 계시는 겁니다.

 

그리고 저희를 바라보지 않고 등을 보이고 계셧는데 소리를 버럭 지르시더군요.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왔어!"

 

저랑 제 친구는 기겁해서 지게에서 떨어졌고...

 

근데 이상하게 저흰 귀신을 봤다거나 해서 도망간게 아니었습니다.

 

어르신한테 혼나서 도망가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어렸을때 논두렁에서 불장난 하다가 어른에게 혼나면서 도망가는 그런기분이었습니다.

 

어쨋든... 겁나게 도망쳤습니다.

 

 

처음에는 저나 친구나 뭔지 몰랐습니다. 어르신 계신곳을 엿보다가 혼난걸로 알았죠.

 

시간이 좀 흐르고 마을의 어른한분이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시골이었기에 상여를 준비했죠...

 

그제서야 거기에서 본 알록달록한 물건이 뭔지 알았습니다...

 

그건 분해된 상여였고... 그 창고같은건물은 일명 상엿간이라고 불리는 마을의 상여를 보관해두는 곳이었습니다.

 

요즘은 상여를 만들어서 한번 쓰고 태워버리는 거지만...

 

그때는 상여를 좋은 나무로 만들어서 고이 보관을 했었던 모양입니다.

 

여하튼... 잠겨있는 상엿간 안에서... 거길 기웃대는 꼬마들을 혼낸분은...

 

너무나 깨끗하고 위엄있던 할아버님이었습니다.

 

 

어쨋든간에 나이가 좀더 들고 노는 반경이 넓어졌지만...

 

그 상엿간엔 얼씬도 하지 못했습니다.

 

엇그제 아버님모시고 참초를 갇다오고... 근방에 들릴일이 있어서 그곳에 잠깐 가봤지만...

 

지금은 더러워진 하천에... 상엿간도 깨끗히 사라졌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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