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그런 고단수의 귀신에게 농락당하는 가위를 한 번 눌려봤어요.
제가 고등학생때 몸이 많이 안좋았어요.
거의 매일 가위를 눌렸어요. 가위 많이 눌려보신 분들 아실거에요 가위 눌리려고 하면 딱 느낌이 오잖아요
우선 완전한 숙면상태가 아닌데 잠결에 느껴지는 그 느낌
머라그래야하나 몸이 붕 뜨는듯 하면서 몽롱해지고 짜릿짜릿한 그런 느낌. 그대로 잠을 재촉하려고 하면
바로 가위 눌리는 거지요.
제가 가위눌리면서 귀신을 제법 많이 봤거든요. 제 다리를 잡고 돌리는 귀신부터 해서 귀에서 꼬마애가 둘이서 떠드는
가위, 의자에 앉아서 저를 계속 쳐다보다가 제가 같이 쳐다보니까 일어나서 천천히 저한테 걸어오는 귀신등등
여러 귀신들 보다보니까 귀신에 익숙해지긴 개뿔 눌리면 눌릴수록 두렵더군요. 이젠 눌린 상태에서 눈뜨면 귀신이
보일게 뻔하니까 가위눌린다 싶은 느낌이 오면 그대로 눈을 꼭 감고 안떠버려요. 근데 저절로 눈이 떠지려고 합니다.
그래도 힘으로 버티지요 뜨면 젖되는거라고 외우면서요. 근데 눈감으면 보이진 않지만 소리는 다들리지요.
거기다 또 가위란게 한 번 눌리면 끝이 아니라 가위 풀렸다가 다시 자도 또 눌리는게 가위에요 하룻밤 사이에 많으면 10번도
눌리는게 가위에요. 그 더러운 기분을 느끼기 싫어서 그뒤론 가위 눌릴것 같다 싶으면 아예 일어나서 잠을 안자요.
피곤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아무튼 그렇게 하루하루 근근히 가위와 싸우던 중 정말 지금 생각해도 소름끼치는 일을 겪었어요.
그 날도 자다가 가위에 눌렸었어요. 겨우 풀고 일어나서 다시 자면 또 눌릴 것 같아서 드러운 기분으로 앉아서 불을 키고 밤을
지새우다가 도저히 잠이 너무 와서 안되겠는거에요.
나도 모르게 누웠어요. 그리고 잠에 빠졌지요. 근데 가위를 안눌리고 꽤 잔것같았어요. 그러다가 꿈을 꿨지요.
제가 어떤 예쁜 여자애랑 바닷가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어요. 고딩때라 한창 왕성할 나이 아닙니까 ㅋ
얼씨구나 좋다하고 꿈을 즐겼지요. 비키니 입은 아주 예쁜 여자애였는데 몸매도 정말 좋았어요. 행복했어요. 물장구를 치다가
장소가 바뀌어서 집 안에서 키스를 하고 옷을 벗기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잠에서 저절로 깨지더니 가위에 눌렸어요.
와 정말 이건 어떻게 대비할 수 없이 기습을 당한거라 그대로 꼼짝없이 가위에 눌렸지요. 그래도 일단 눈은 안떴어요.
누군가를 불러서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데 입은 안열리고 몸도 꼼짝을 않고 게다가 숨까지 막히더군요.
이러다 죽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풀리더군요. 풀리자마자 눈을 딱 떴지요. 허공에서 누군가 여자목소리로 웃으면서 외치더군요
'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흐 속았지?'
문제는 이 외치는 소리는 제가 가위에서 풀린 상태에서 맨정신으로 들은거라는 겁니다. 그 뒤론 귀신이라는 존재를 부정하기
가 힘들더군요.
시간이 많이 지나고 군전역후부터는 몸이 많이 좋아져서 지금은 가위에 눌리지 않지만 언제라도 몸이 허약해지면 또 다시 눌
리겠지요. 제가 허약할때 가위를 달고 살았던걸 보면 옛사람들 말중에 귀신은 기가 허한 사람한테 보인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
닌것 같네요. 새터데이님이 퍼오신 글에서 귀신이 속마음을 읽고 나타나서 귀에 대고 귀신 귀신 하며 자극한 부분에서 제 잊
고 있던 옛날 경험이 떠올라서 써보았습니다.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진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