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군시절 경험담 한토막

이기가라 작성일 11.07.03 19:3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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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글재주가 워낙 없어서리... 괜찮을란지 모르겠네요.

제가 근무한 곳은 좀 특이한 곳입니다. 보통 군인들은 근무하지 않는 곳.

전경들만 가는 곳인데, 그 전경들도 정말 운 좋은 놈들, 빽이라던지, 그 빽으로 온 놈 침상의 좌우로 있던 수련원 동기 놈들

이런 전경들이 와서 근무하는, 선량한 일반시민들이라면 절대 들어올 리가 없는... 뭐 그런 곳에서

근무하였습니다. 대충 서울내 10개 남짓한 시설중대 중 하나라고만 말씀 드리죠.

우리 중대는 전경 창설 초기에도 있었다고 합니다. 시설로 임무교대한건 1995년도 이후였고, 그 전에는

일선진압중대였는데 실력이 좋고 해서 우리 시설로 와서 근무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는군요.

요즘에는 매스컴에서 엄청나게 보도하는 바람에 말년에 좀 그런게 들해졌지만, 저 신병때에는.

그리고 저 이전에는... 구타가혹행위 및 부조리 등등이 있었지요. 옷도 빨아서 주고 장비도 챙겨주고 뭐... 등등...

물론, 부조리는 아직까지는 예전만큼 있는데, 딱히 불만은 안하더군요. 유두리있게 바꿔놓아 하는 녀석들 하여금

혜택받게 해서 부조리가 아니다 라고 대충 속이는.... 뭐 그런 체제로...

외부에는 크게 알려진 사실은 아니나 시설 내에서 자살했던 기록들이 많습니다.

이 부분때문에 무슨 시설이라고는 말씀 안드리나... 읽다보면 어딘지 대충 감은 오실겁니다. 하하.

중대에서 사용했던 건물이

예전에는 다른 용도의 건물이라서 부검실이 지하에 있었는데, 그곳에 자료가 좀 있어서 사역중에 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언제인가 봉인되었다가 자료 있던 캐비넷 자체가 사라졌긴 했지만... 파기인지 문서고에 박아놨는지...

여하튼, 그 시설중대에서 경험했던 여러 이상한 이야기를 넋두리처럼 풀어보려고 합니다.


#1

우리 중대에 초소근무가 하나 있었습니다. 정문 후문 이렇게 있었는데 정문은 걍 검문검색해서 출입하고 주차해주고

좀 높은 사람 들어오면 경례도 해주고, 이상한 사람들 오면 몸으로 막고... 초소는 아니지요.

후문에는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 아니면 인적이 드문데 무기탄약고도 있고 해서 그걸 주시할 목적으로

초소 하나가 있었습니다. 일경때쯤인가, 이제 고참 한명이랑 후문무탄고초소를 가기 위해 타격대에서 자던

고참을 깨웠는데, 이쉑히가 암만 깨워도 안일어나더군요. 흔들어서 깨우면 그자리에서 피터지도록 털리는거고

옆에 쭈그려 앉아서 "ㅇㅇ상경님, 현재시각 ㅇ시 ㅇ분입니다. 근무나가셔야합니다."

정시가 되도록 교대인원들이 안오니 전화로 교대 왜 안나오냐고 닥달하고 저는 아무리 깨워도 쳐 안일어나는 이색히

일어나지는 않고. 흔들어서 깨우면 오늘 피볼거 뻔하고... 그렇다고 안깨우고 혼자 가면 초소 있던 넘한테도 털릴테고...

타격대에 테레비보던 무전병(우리 중대는 기율을 따로 잡는게 아니라 무전병+기율입니다.)이 그 모습이 정말로 안쓰러워

흔들어 깨우더군요. 전 답답함이 풀리고 단화를 신어서 그 안일어나던 고참의 정모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제 뒤에서 우당탕 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문을 벌컥 열고 뛰어나갔습니다.

전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더니, 일어나지 않던 고참은 사라져 있고, 깨우던 고참은 어이 없다는 듯이 절 처다보고.

저는 부리나케 근무지로 따라갔지요. 그 고참... 운동하던 고참이라 엄청 빠르더군요... 참...

헐레벌떡 뛰어나가 근무지로 가니 이미 근무교대하고 타격대로 갈 준비를 하더군요. 근무지에 있던 고참은 별말 하지

않고 수고하라며 갔습니다. 평소 같았으면 까칠하게 뭐 이리 늦었냐 뭐냐 했겠지만. 희안하게 걍 갔습니다.

저는 이상하다... 이상하다... 이러고 초소 안으로 들어갔는데, 대충 근무지에 있던 고참이 왜그랬는지 알겠더군요.

깨우던 고참의 표정은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습니다. 원래 좀 험상궂은 고참이었는데 완전히 넋나간 모습이 익숙치가

않더군요. 여하튼간에 옆자리에 앉아 조용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시간 반쯤 지났을까.

고참이 마른 침을 삼키며 말하더군요.

"야."
"일경! ㅇㅇㅇ!"
"가위 눌려본 적 있냐?"
"없습니다."
"그래?"
"네씀다."(네, 그렇습니다를 빠르게 말한 준말. 다른 중대는 예씀다. 이렇게 하는걸로 알고 있지요.)

고참은 좀 정신을 차린 모습으로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까 타대(타격대)에서 자고 있었잖아."
"네씀다."
"가위 눌렸다 야."

가위를 눌려본 적은 없는데, 보통 눌리면 죄다 귀신이니 뭐니 하는데, 설마 싶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본거 같아 야."
"어떤거 말씀이십니까?"
"아니..."

그리고 말을 이어가더군요.

타격대 다다미 한가운데에서 누워 자고 있다가 살짝 깼다고 합니다. 뭐랄까, 자고 있는 것도 아니고 깨어있는것도

아닌, 아주 애매한 몽롱한 상태? 그런 상태였다고 합니다. 다시 잠들려고 하는데 희안하게 잠은 안오고 깨려고 하니

몸이 따라주지는 않고. 워낙 몽롱한 상태라 그런 생각도 안들었던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뭔가 기분이 이상해지더라더군요. 아...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tv에서 나오는 소리는 들리지 않을 뿐더러 자신을 기준으로 머리쪽의 오른쪽 구석, tv쪽 구석, 그리고

출입구 구석, 발쪽 건너편의 다다미 한구석에 뭔가가 서 있었다고 했습니다.

뭔가 희미했지만, 확실한 것은 자바라바지(바지에 흰색 선을 박은 것.)에 여름근무복, 동파카를 입고 근무로를 쓴

그런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양 팔은 축 늘어져 있고. 얼굴은 모자에 가려져 있다더군요. 네 명 다.

그 고참은 뭔가를 순간적으로 느꼈다고 합니다.

'그것들'이 오고 있구나.

네 녀석들이 그 고참에게 아주 천천히. 몸의 움직임은 없지만 아주 서서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서서히 움직이는 것들이 어느새 고참의 몸을 둘러싼 채 서 있었고 고개를

축 늘어뜨려 고참을 뚫어지게 처다보고 있었답니다. 고참은 몸을 움직이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도저히 몸을 움직이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계속 움직이려고 애쓰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


"하나... 둘... 셋... 됐다."


그 순간 숨이 턱 막히기 시작하고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답니다. 자신의 의지로는 몸이 움직이지 않을 뿐더러

목소리 마저도 나오지도 않고. 옆에서 제가 뭔가를 말하기는 하는데 들리지는 않고...

짐 생각해보니 그 고참 눈 안뜨고 있었는데... 날 어떻게 봤지...

여하튼, 그렇게 걸린 가위를 애써 풀려고 노력했지만 풀리지는 않고 숨은 쉬어지지도 않고...

그러다가, 무전병이 흔들어 깨워 정신을 차리고 너무 무서워서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저는

'뭐지. 이 병.신은?'

이라고 생각했지만


"무서우셨겠습니다."

라고 대충 받아치고 근무를 끝냈습니다. 며칠동안 넋나가 있는 표정이었지만 곧 기운을 차리더군요.


2#

음... 앞서 말했지만 우리 중대가 쓰던 건물의 지하는 부검실입니다. 그 옆방에는 법당이 있었습니다.

왠 법당이 지하에 있지. 싶었는데, 이유가 있더군요. 하도 귀신이 많이 보여서 법당을 지어놓았다고 합니다.

...내가 알기론 법당 이전에는 울 중대 취사실이었는데...

사실, 진실을 파악하기는 무지 힘들었습니다. 진짜 취사실이었긴 했는지, 부검실이긴 하였는지...

대충 그렇게만 내려온 이야기였지요.

여하튼, 그 법당이 같은 건물 2층으로 옮겨졌고 지하는 창고로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법당이 철수된 이후에는 백주대낮에도 지하로 내려가면 뭔가 음산한 기운이 느껴지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제 차차기수가 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법당에서 교육훈련이 있었습니다.

뭐, 교육훈련이었지만 정훈교양같은 그런거였는데, 전원 선 상태에서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제 뒤에 있던 차차기수가 갑자기 힘없이 쓰러지더군요. 무지 깜짝 놀래서 그녀석을 앉고 빱싸다구를 툭툭 치는데

금방 정신을 차리더군요.

쓰러진 제 차차기수 후임은 좀 얼굴이 허여멀건 한게 허약하게 보이는 녀석이었는데.
(별명이 설리였을 정도로 얼굴이 허여멀겄지만 창백한 것은 아니었음.)

아직 알아가는 중이라, 몸이 허약한가보다... 싶었지요.

그 다음날 녀석이 축구를 하는 모습을 보곤 허약한 놈은 절대 아니다. 라고 알게 되었지만.

여하튼, 그 차차기수 후임은 자기가 쓰러진 사실도 잘 모르더군요.

그렇게 두달이 지난 후 차차차기수 후임이 왔습니다.
(여기서 제가 풀린 군번이라 생각하시겠지만, 이 차차차기수 후임 이후 제대까지 소대후임 두명 들어왔습니다. 아들군번 못봤습니다.)

차차차기수 후임이 온지 이틀째, 우리 소대 부관이 "우리 소대 좀 빠진거 같아. 교육훈련좀 돌려야겠어"

라면서 밤 10시쯤에 죄다 기동복 입혀놓고(시설중대라 입을 일이 없습니다.) 법당으로 집합시키더군요.

짬이 안돼서 내색은 안냈지만 엄청 짜증나 있는 상태로 서 있는데.

차차기수가 그랬던 것 처럼 차차차기수가 또 제 뒤에서 아무 이유 없이 쓰러지더군요.

이번에는 멀쩡하다 못해 무지 건강해 보이는 녀석이었는데...

저희는 깜짝 놀래며 그녀석 빱싸다구를 툭툭 치면서 깨웠는데 역시나 금방 정신을 차리더군요.

벌써 두번째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겪은 무전병이 분위기가 좋지 않음을 알고 부관에게 이전과 지금 일어난 사실을

전부 보고를 하고, 굴릴려던 교육훈련을 취소시켰고 전원취침에 들어갔습니다.

이후, 지하법당은 폐쇄가 되어 그곳을 출입하는 일이 없어졌습니다.


3#

제가 막 자대배치 받았을 때 첫근무를 같이 서서 친해했던 일경 고참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고참, 자신이 이경때, 이제 막내를 막 탈출하고 당당히 야간근무때 홀로 로비를 지키던 때였답니다.

로비는 야간에 유동인원이 극히 적어 새벽에는 혼자 근무 섭니다.

새벽 1시 가까이 되었을 때. 그 고참은 의자에 앉고 싶었지만 짬은 되지 않고... 그렇게 혼자멍하니 서 있었답니다.

그렇게 멍하니 있을 때. 로비 밖 바로 마주편 안내실에서 무전병이 갑자기 자신에게로 뛰어오더랍니다.

'저거 *색히 아이가. 와 오고 ㅈㄹ인데.'

밤이었지만 가로등 때문에 무전병이 무전기를 입에 데는 것이 보이더랍니다.

곧 치직- 하는 소리와 함께 로비 무전기에서 크게 나오는 소리.




"니 옆에 누구야!!!!"





...

나중에 무전병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제가 1#에 말했던 것처럼 여름근무복에 동파카를 입고 근무모를 쓴, 자바라 바지

를 입은 놈이 고참 옆에 서 있었다고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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