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들> 제목을 보고 "말도 않돼~" 라고 생각 할 것이다.
낚인 건가 ?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 지구상엔 실제로 구름속을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들이 존재한다. 아니 존재해야 한다. 화성까지 탐사선을 보내고 세포 핵 분열까지 관찰할 수 있는 현대 기술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하늘을 난다니...황당한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왜 ? 무엇때문에 ? 어떻게 ? 물고기가 하늘을, 그것도 구름속을 헤엄쳐다닌다고 주장하는 건지 그 이유를 들여다보자.
?
먼저 위 사진을 보자. 여기에 나오는 농어를 닮은 물고기들은 바다에서 잡은 게 아니다. 강에서 잡은 것도 아니다. 이들은 모두 하늘에서 떨어진 물고기들이다.
2010년 2월 25일, 호주 Northern Territory의 라자마누(Lajamanu)라는 도시에 강풍을 동반한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석양무렵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를 내다보며 저녁식사를 하던 Christine Balmer는 창밖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고 순간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거센 빗줄기 속에 수 백 수 천의 물고기들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눈을 의심한 Balmer는 급히 부인을 불렀다. 자신이 미.친 게 아닌가 의심했던 거다. 하지만 남편과 함께 그 광경을 목격한 부인 역시
말문이 막혔다. 진짜 하늘에서 비와 함께 물고기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가 그치고 집밖으로 나왔을 때 앞 뜰 여기저기 물고기들이 펄떡이고 있었고, 밖에 내놓았던 양동이에는 빗물과 함께 떨어진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
Balmer 부부가 목격한 이 기이한 현상은 그들이 직접 촬영한 위 사진과 함께 The Northern Territory News에 보도됐다. 이 현상은 다음날인 2010년 2월 26일에도 다시 일어났으며
Balmer 부부외에도 많은 목격자가 나타났다. 라자마누(Lajamanu)는 호주 타나미 사막 외곽에 위치한 도시로 가장 가까운 호수(Lake Argyle, Lake Elliott)까지 거리만도 수 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곳이다. 이 날 쏟아진 물고기들의 출처로 의심할 만한 어떤 하천도 주위에 없는 외딴 곳이어서 사건의 신비함은 커졌다.
기록을 찾아보면 라자마누에선 과거 1974년, 2004년에도 동일한 일이 있었다. 호주 전체로 보면 이 곳외에도 1966년 North Sydney, 1989년 Ipswich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뭔가 이건 ? 호주 상공에 물고기 양식장이라도 떠 있는 걸까 ? 아니면 물고기를 가득 담은 비행기가 주민들 깜놀 파티라도 해주고 있는건가 ? 이 황당한 사건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동일 현상에 대한 과학계의 의견을 참고로 풀어볼 수 있다.
멕시코 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 온두라스, 그곳에 Yoro라는 마을이 있다. 이곳에선 매년 5월에서 8월 사이 특이한 축제가 벌어진다. 이 축제는 짙은 먹구름이 하늘을 가리면서 시작된다. 먹구름 사이로 번개와 천둥이 무섭게 치기 시작하면 Yoro 주민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양동이 하나씩을 준비한다. 곧이어 엄청난 강풍과 폭우가 마을을 휩쓸고, 폭우는 두 세 시간동안 지속된다. 무섭게 쏟아지던 비가 그치고 나면 주민들은 너 나 할 것없이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뛰쳐 나간다. 그런 그들을 반기는 것은 땅바닥에서 파닥파닥 뛰고 있는 싱싱한 수 천마리의 물고기들이다. 하늘에서 쏟아져내린 이 물고기들을 줍고, 건지고, 웅덩이 속에서 이리저리 물고기들을 쫒는 주민들의 모습은 <Festival de la Lluvia de Peces (물고기 비 축제, Festival of the rain of fishes>로 이름붙여진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이다.
(온두라스 Yoro에 매년 쏟아지는 물고기 비, 줏고 남은 잔해들)
Yoro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 100년이 넘도록 매년 5월에서 7월 사이 물고기 비가 내리고 있다. 이 때 발견되는 물고기들은 대부분 12~15cm 크기의 정어리과 어종으로 Yoro 인근 지역에는 서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 고기를 주워담아 요리해 먹는 데 맛이 독특해서 매년 이 비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한다. 지역주민들은 이 현상을 '마뉴엘 수비라나(Jose Manuel Subirana) 신부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1855년 온두라스에 도착한 수비라나 신부는 스페인 사람으로 선교를 위해 건너왔다. 당시 온두라스 사람들의 처참한 생활상을 본 그는 이들의 굶주림을 해결해 주기 위해 삼일 밤,낮 하느님께 간절한 기도를 드렸고 그 기도 이후 '물고기 비' 현상이 시작됐다는 것이 그 믿음의 근거가 되고 있다.
Yoro의 이 신기한 현상은 2006년 7월 26일 온두라스 TV에 보도되기도 했고, El Heraldo라는 온두라스 신문과 Lion TV에 의해 특집 다큐멘터리 필름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영국 BBC에서도 다큐멘터리를 통해 원인을 파헤쳐보기도 했으며 한국에서도 과거 여러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적이 있다. 기상 과학자들이 Yoro를 주목하는 이유는 호주와 달리, 물고기 비 현상이 매년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벌어지는 일관성과 주기적 반복성이 있기 때문이다.
(Yoro의 기적을 묘사한 그림)
현지 기상조건과 지형을 연구한 결과, 과학자들이 밝힌 '물고기 비' 현상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강력한 회오리 바람이 매년 온두라스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다. 이 초강력 회오리 바람은 바닷물과 물고기들을 공중으로 빨아 올리고, 이렇게 공중부양된 물과 물고기들은 구름 속 어딘가에 저장되어 내륙으로 이동한 후, 비와 함께 내리는 것이다. 이 주장이 전 세계적으로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상식적으로 이 논리가 아니면 호주와 온두라스에서 발생하는
'물고기 비' 현상을 설명할 적절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과학적으로도 일견 합리적인 분석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최초 이 논리가 제시된 이후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 논리를 물고기비 현상의 정설로 인정하고 있다.
이 논리를 바탕으로 간단한 계산 하나를 해보면 재밌는 결론이 나온다. 온두라스와 호주 모두 땅에 떨어진 물고기들은 살아있었다. 즉 산 채로 내륙까지 이동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두 지역 모두 당시 강풍이 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바람에 의해 집이 파손되었다는 보고가 없었던 점을 감안해보면 '물고기 비'가 내릴때 불었을 바람은 바람의 세기 12단계중 8단계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8단계는 바람에 의해 가옥이 손상되기 바로 전 단계의 강풍으로 사람이 걸어서 이동하기 힘든 '큰 바람' 초속 17~20m 를 의미한다. 여기에 온두라스의 Yoro시와 바다간의 직선 거리 75km와 호주 Lajamanu시와 호수.간의 거리 524km를 대입해본다.
(온두라스 Yoro의 현상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자료, 오른쪽 회오리 이론에 주목)
계산기를 돌려보면, 온두라스 Yoro에 쏟아진 정어리로 추정되는 물고기들은 해상에서 빨려 올라간 이후 Yoro에 쏟아져 내릴 때까지 구름속에서 62.5분, 즉 한 시간을 머물렀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에서 524km 떨어진 Lajamanu의 경우는 무려 436분, 7시간 30분 동안 물고기들이 구름속에 머물렀다는 계산이 나온다. 즉 성층권 구름 어딘가에 물과 함께 저장된 이 물고기들은 하늘에서 그것도 지상 9km~20km 사이에서 이동하는 성층권 구름속에서 유유히 헤엄치며 놀고 있었다는 뜻이다. 상상이 되는 가 ? 구름속을 헤엄치며 놀고있는 물고기 떼가 ?
지상 10km 상공에서 운행하는 비행기 창가 좌석에서 바로 옆을 유유히 헤엄쳐 지나가는 물고기를 보는 일도 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얘기다. 개성넘치시는 어머니 표현을 빌리자면 개가 알을 낳을 만큼 황당한 일이다. 어쨌든 이 주장이 나오면서 호주와 온두라스의 기적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되었다. 하지만 이 이론이 과학적으로 완벽하다면 미스테리 블로그에 올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한 마디로 정리하면 이 현상은 여전히 미스테리에 가깝다. 그 이유는 과학계의 주장에 많은 허점이 내포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매년 동일 지점에서 물과 물고기를 빨아올릴만큼 강력한 울트라 수퍼 하이퍼 짱 회오리 바람이 발생해야 한다 -> 호주의 경우, 2010년 당시 기상관측소에서 발생 사실을 부인했다.
둘째. 성층권 구름은 이렇게 빨려 올라온 물고기와 물이 흩어지지 않도록 강력하게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헌데 구름이 물고기 떼를 산채로 이동시켜야 하는 지상 10km~15km 지점 성층권에는 오존층이 존재하며 기상현상이 일어나지 않는 높이다. 즉, 불가능한 명제다.
셋째. 그 상태로 물고기들은 구름속에서 최소 1시간 ~ 7시간동안 살아있어야 한다. 초속 100m인 제트기류를 타고 이동했다고 치더라도 최소 12분 ~ 1시간 40분간 살아 있어야 한다.
넷째. 비를 타고 내릴 때 10km 이상 고공에서 떨어졌는 데 어떻게 물고기들이 살아있을 수 있을 까 ? 땅바닥에서 산 채로 퍼덕이는 건 10km가 아니라 10m 이상만 되도 힘들다.
다섯째. 이렇게 하늘에서 떨어진 물고기들은 어떻게 매번 동일한 어종일까 ? 회오리 바람이 어종별로 골라 담았을까 ?
과학계에서는 이런 세부적인 질문에 대한 답까지는 아직 내놓지 못한 상태다. 물고기와 물이 해상에서 회오리 바람에 빨려 올라간다는 의견만 있을 뿐, 왜 고기 종류가 매년 똑같은 지, 어떻게
그 상태로 내륙 깊숙이 이동할 수 있는 지, 구름 속에선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는 지, 떨어지면서 왜 손상을 입진 않는 지 등등에 대한 의문에는 묵묵부답이다.
'물고기 비' 현상이 과학계의 주장과 달리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원인과 결과만 과학적으로 제시됐을 뿐, 과정이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언론의 보도에서도 이런 점은 무시되고 원인과 결과만 제시되었다. 언젠간 이 현상의 모든 과정이 과학적으로 설명되겠지만 아직 풀지못한 의문들을 감안하면, 아직 이 현상의 원인에 대한 판단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구름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들'의 존재가
'수비라나 신부의 기적'보다 좀 더 현실적이긴 하지만, Yoro 주민들의 믿음과 내가 가진 의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과학계의 '닥치고 열공'이 더 필요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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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environmentalgraffiti.com/bizarre/news-miraculous-rain-fish-hondur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