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2ch - 쾅, 쾅 그리고...(아래 글 이어짐)

쭈구렁탱이 작성일 12.05.04 17:4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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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쾅, 쾅] 이라는 이야기를 투고했던 사람입니다. 
어느덧 그 때로부터 세월이 8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 또 무서운 사건을 겪게 되었기에 여러분에게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변변치 않은 글 솜씨인데다, 이전의 글을 읽지 않았다면 이해가 어려울지 모릅니다. 
양해 바랍니다. 
지금 원래 우리 집에는 어머니와 여동생이 살고 있습니다. 


2살 위의 언니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취직을 했고, 나는 인근 현의 대학에 다니면서 자취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단신 부임을 해서, 8년 전처럼 여전히 전국을 전전하고 계십니다. 
지난 겨울, 나는 오랜만에 집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어머니는 [집에 좀 돌아오렴.] 이라고 말하셨습니다. 
그 동안 나는 8년 전의 그 사건 때문에 집에 돌아가는 것을 꺼려하고 있었습니다. 
모처럼의 휴일을 공포스럽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기에, 집에 오라는 어머니의 권유가 늘상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드물게 언니와 아버지가 돌아오는 게 겹쳐서, 어머니는 화를 내며 꼭 오라고 하셨습니다. 
나는 졸업 논문을 한창 쓰고 있었지만, 마지못해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무서운 일을 겪었던 탓에 집에 돌아오는 것은 꽤 꺼려졌습니다. 


하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지금부터였습니다. 
어머니에게는 죄송했지만, 나는 어머니와 만나는 것이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8년 전, 어머니와 전화로 이야기를 하던 때 분명히 어머니는 이상한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목소리인데도, 어머니가 아닌 것과 말을 했던 그 순간은 지금도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8년이 넘게 지난 과거의 일입니다. 
그 일을 겪은 후에도 내 주변에는 딱히 이상한 일은 없었고, 가족 중 병에 걸리거나 사고를 당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언니와 여동생도 건강해 보였고, 어머니나 아버지도 8년 사이 이상한 모습을 보인 적은 없었습니다. 
솔직히 그 때 나는 당신 가족은 끝이라고 했던 말 뿐 아니라, 흰 기모노 차림의 여자를 본 것마저 꿈이 아니었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귓가에 울려퍼지는 것 같은 그 소리도 언젠가 틀림 없이 잊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이젠 괜찮을거라고 나 자신을 타이르며, 나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것을 피하고 있던 이유를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게, 적어도 집에 있는 동안은 밝게 행동할 생각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나는 안심했습니다. 


가족들은 다들 건강했고, 오랜만에 집에 온 나를 보며 [졸업 논문은 잘 쓰고 있니?] 라던가 [남자 친구는 생겼어?] 라고 말을 걸어 주었다. 
그렇게나 신경 쓰였던 어머니도 괜찮아 보였다. 
요즘에는 매일 호텔 청소 아르바이트 때문에 바쁘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언니에게 말을 거는 것은 거북스러웠습니다. 
8년 전 그 사건 이후 언니는 계속 나를 무시하고 있던 것입니다. 
어린 시절 그 어두운 거실에서 내가 큰 소리를 지른 뒤, 나를 대하는 언니의 차가움은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그런 언니가 집에서 처음 만나고 한 말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동안 계속 너를 무시해서 미안해.] 
설마 8년 동안이나 무시하고 있던 언니가 사과를 해 올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었습니다. 


[아냐, 나야말로 미안해. 그렇지만 갑자기 왜? 혹시 무슨 일 있었어?] 
놀라서 말을 하고 나니, 굳이 물어보지 않는 게 좋은 것마저 물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니는 조금 어색한 표정을 했지만, 곧 옛날 나와 언니가 함께 쓰던 방에 나를 불러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내가 지금 사는 집에서, 그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라는 말을 들은 것만으로 나는 무엇인가 서늘한 것이 등골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언니는 그런 내 모습을 보며 이야기를 계속 했습니다. 


[그 날은 9시쯤 집에 돌아왔어. 그리고 방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목욕탕 쪽에서 쾅, 쾅하고 소리가 나는거야. 어렸을 때 너랑 같이 그 소리를 들었던 적이 있으니까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차렸어. 근처에 친구가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집에 나와 친구에 집에 갔지. 그런데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또 목욕탕에서 쾅, 쾅하고 쇳소리가 나는거야. 나랑 친구는 패닉에 빠져 방에서 뛰쳐나와 경찰에 신고했어. 하지만 결국 목욕탕에는 아무 것도 없었어.] 
언니의 이야기는 잊고 싶었던 8년 전의 끔찍한 기억을 다시 불러 일으켰습니다. 
아직도 그 때 모습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두운 거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여자. 
[쾅, 쾅] 하고 울려퍼지는 금속음. 


뒤돌아보는 여자. 
무서운 얼굴. 
아무 예고도 없이 들려왔던 그 소리는 한동안 나에게 극심한 금속음 공포증을 안겨 줄 만큼 무서운 것이었습니다. 


음악을 듣다가도 종소리가 울리지 않을까 겁을 먹고, 부엌에서는 프라이팬이나 냄비가 부딪히는 소리 때문에 귀를 막고 무서워했습니다. 
그런데 언니의 이야기에는 8년 전과는 몇가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그 때는 흰 기모노 차림의 여자가 없을 때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쾅, 쾅] 하는 기분 나쁜 소리만 들려왔을 뿐. 
게다가 장소는 목욕탕이었습니다. 
거실의 테이블 위에 그것이 정좌하고 있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지만, 목욕탕이라니... 


정말로 그것이었을까 싶어 언니에게 물으려하자, 갑자기 언니는 뚝뚝 눈물을 흘리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당황하면서도 [아직 확실히 정체를 안 것도 아니잖아...] 라고 언니를 위로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언니는 울면서 나를 봤습니다. 


[너, 엄마가 이상하다는 걸 막내한테 못 들었니?] 
언니의 목소리에는 엄청난 공포가 서려 있었습니다. 
엄마가 이상하다고? 


여동생한테? 
나는 무슨 소리인가 싶어 당황스러웠습니다. 
금방 전까지 어머니가 만들어 준 맛있는 비프 스튜를 먹었던 터입니다. 


어머니의 모습에서 이상한 점은 느낄 수 없었고, 여동생도 평상시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초조해하는 나에게 언니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습니다. 
[가끔, 한밤 중에 몰래 집을 나간대. 자세한 것은 막내한테 물어봐.] 


믿기 힘든 언니의 말에, 나는 바로 여동생의 방에 찾아가 물었습니다. 
[엄마가 밤에 밖으로 나간다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아, 큰언니한테 들었구나. 사실이야. 궁금하면 같이 볼래?] 


그 날 밤, 나는 여동생의 침대 옆에서 이불을 깔고 같이 자기로 했습니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시간이 지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여동생의 말로는, 어머니가 집을 나오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1시가 넘을 무렵 집을 나가, 10분 정도 후에 돌아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어머니가 집을 나가는 것을 알아 차린 여동생은 기분 전환 겸 산책이라고 나가는 것이라 생각해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눈이 내리고 날씨가 확연히 추워지고 나서도 어머니는 계속 새벽에 집을 나갔다는 것입니다. 


동생이 어머니에게 그것에 관해 말했더니, 어머니는 [무슨 소리니?] 라는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시치미를 떼는 것 같지도 않고, 자신이 한밤 중에 외출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의심스럽게 여겼던 여동생은 어머니의 뒤를 몰래 밟았던 것입니다. 


[슬슬 이쯤이야.] 
여동생이 말하자 나는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자 머지 않아 복도 쪽에서 인기척이 났습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현관 근처에서 들려왔습니다. 
아마 신발을 신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곧이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발소리가 났습니다. 


틀림 없이 지금, 밖으로 나간 것입니다. 
나와 여동생은 시선을 마주치고, 가능한 소리를 내지 않게 조용히 문을 열고 조심스레 현관으로 갔습니다. 
여동생은 주의 깊게 문고리를 잡고, 살그머니 문을 열었습니다. 


어두운 골목길에는 가로등과 달빛 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어디에 간 것이냐고 여동생에게 묻자, 바로 근처에 있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서서히 기분 나쁜 예감이 나를 덮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가로등 아래, 어머니가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전봇대의 주변을 빙빙 돌고 있었습니다. 
산책 같이 느긋하게 걷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빠른 걸음이었습니다. 


마치 구보를 하는 것 같은 엄청난 속도로 계속 빙빙 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낮에 보았던 명랑하고 상냥한 표정은 어디에도 없고, 멀리서 보아도 마치 귀신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너무나 무서워 정신을 놓고 있자, 여동생은 [이제 돌아가자.] 라며 나를 재촉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 10분은 계속 저럴거야.] 라고 덧붙였습니다.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비정상적인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서야 나는 비로소 우리 가족이 얼마나 무서운 지경에 처해 있는지를 깨달은 것이었습니다. 


[당신도, 당신 가족들도 이제 끝이에요.] 
지금에서야 그 여자의 무서운 말이 머릿 속에서 반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여동생보다 한 발 먼저 집에 돌아온 나는, 거실의 불을 켜려고 벽을 더듬었습니다. 


아마 이쯤 스위치가 있을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손가락 끝에 플라스틱 버튼의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어두운 거실에서 [쾅, 쾅]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소리가 귀가 닿았을 때, 이미 나는 스위치를 눌러 버린 뒤였습니다. 
흰 빛으로 가득 차는 거실. 
강한 빛에 눈이 익숙하지 않아, 나는 반사적으로 웃음을 지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흰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등을 돌리고 있었기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도저히 냉정한 사고를 할 수 없었습니다. 


불을 켠 지 얼마 되지 않아 눈이 적응되지 않은 탓에, 나에게는 거실 공간 전체가 기묘하게 보였습니다. 
식은 땀이 온 몸에서 흘러 나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몇 분, 아니 몇 초 동안 그렇게 있었을까요. 


나는 다시 스위치를 눌러 불을 껐습니다. 
거실은 어둠에 잠겨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때, 현관에서 철컹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여동생이구나. 
그렇지만 나의 시선은 다시 어둠 속의 거실 쪽에 못박혔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아직 그 여자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현관에서는 신발을 벗는 소리와, 나무로 된 마루를 밟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나는 복도 쪽을 뒤돌아 볼 수 없었습니다. 
분명히 여동생일텐데, 그 쪽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왠지 모르게 알고 있었습니다. 
감이라고 할까, 뒤에서 다가오고 있는 것이 분명 여동생이 아니라는 것을요.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공포가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강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두운 거실 한 가운데, 테이블이 놓여 있는 근처에서 [쾅, 쾅] 하는 금속음이 들려왔습니다. 
의식을 잃기 직전, 나는 내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잡는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다음날 아침 내가 눈을 뜬 것은 언니의 방이었습니다. 


언니도 여동생도 거실에서 내 어깨를 잡지 않았다고 단언했습니다. 
게다가 여동생이 돌아왔을 때도 아직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신발이 없었을 뿐 아니라, 침실도 확인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동생의 말에 따르면 어머니의 비정상적인 행동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신과 상담도 받아봤고, 절에서 불제도 해 봤어. 경찰에 신고당한 적도 있으니까...]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여동생은 언니에게 여러가지 상담을 하면서도 아버지에게는 비밀로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 헛수고로 끝났습니다. 
어머니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면 효과가 없다는 것은 누가 봐도 확실합니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원인을 알고 있습니다. 


그 여자 때문입니다. 
언니의 집에서 들려온 소리도, 그 밤에 봤던 어머니의 무서운 모습도 전부 그 여자가 원인일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분노가 치솟습니다. 


하지만 분노 이상으로 나는 그 여자가 너무나 무섭습니다. 
가능한 한 빨리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고, 이사라도 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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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vkepitaph.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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