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수확

금산스님 작성일 13.04.22 21:4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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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의 초록환타님 작품입니다.

 

"헉, 헉.."
 
'나'는 달리고 있다.
 
왜? '나'는 살기위해서 달린다. "흐윽, 흐으흑, 헉.."
 
뒤에서 그들이 쫓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빨리잡아! 죽여!"
 
탕-! 탕-! '나'는 기겁해서 바닥에 엎어진다, 저 이상한 소리는 이미

'나'의 한쪽 팔을 다치게 했다.
 
엎어진것도 잠시,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앞으로 달린다, 앞으로.. 앞으로..
 
아무도 없는 어떤 곳으로..
 

 

 

"이런, 머저리! 10명을 데리고 가서도 못잡아? 바보같은 놈.."
 
호통을 치는 검은 정장의 남자앞에서 안경잡이는 고개를 수그리고 부동자세로 서있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시잖습니까? 원래 최적의 육체를 타고났다는 것.."
 
기분나쁜 눈초리로 안경잡이를 잠시 훓어본 그는 말을 이었다.
 
"이 사실을 누구도 알아선 안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안경을 쓴 남자가 긴장된 눈초리로 상대를 마주보았다.
 
"최대한 빨리 찾아내서, 죽여버려"
 
안경잡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정장을 쓴 남자에게 인사를 하고는 방에서 걸어 나갔다.
 


랭던은 사무실을 거쳐 나오면서 인상을 찡그렸다.
 
대체 왜 82호가 탈출한 것이 내 잘못인가? 아니다, 적어도 그건 내 관할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
 
잘못을 따지자면, 애시당초에 프로젝트를 관리하던 쪽의 잘못이다.
 
어째서 일이 벌어지고 난뒤에, 무조건적으로 기동대에게 명령을 내려놓고서는
 
잡지못한다고 개소리들이냔 말인가.
 
랭던은 두통이 오기 시작한 머리를 감싸쥐고는 집무실 책상에 않았다.
 
안경을 벗어 책상위에얹어 놓았다.
 
습관적으로 유리잔에 보드카를 따랐지만, 이내 해야할일을 상기시키고는 그대로 잔을 밀어내었다.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 그는 첫번째 서랍에서 아스피린을 찾다가 실패하고는
 
두번째서랍을 열었지만, 이내 거기서도 꽉 차있는 서류더미를 보고는 포기한채 팬을 집었다.
 

'프로젝트 실패..
 
예상 수순대로 결정된 비상명령 가동'
 
짧게 휘갈긴 그는 책상에 설치된 벨을 눌러 비서를 불렀다.
 

 


'나'는 잠에서 깨었다. 추운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로 야산에서 잠들었으니 당연했다. 추위를 면하고자
 
검불과 낙엽을 끌어모아 몸을 덮었지만 떨림은 가시지 않았다.
 
'나'는 항상 귀를 예민하게 일깨우고 있다. 언제 그들이 다시 쫓아 올지 모른다.
 
다행히도 '나'의 코는 그들보다 월등했다. 그들이 멀리있을 때에도 손쉽게 감지할 수 있었다.
 

아.. 다시 온다. 어제 그들에게서 도망쳐왔던 방향에서 다시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가지고 다니던 불꽃을 내뿜던 쇳덩어리에서는 항상 이상한 냄새가 났다.
 
나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소용없었다, '나'는 다시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들은 분명 나보다 느린 다리를 가졌지만,
 
이상한 쇳덩어리를 타면 '나'보다 월등히 빨라졌다.
 
쇳덩어리는 다리도 없고 그냥 둥그런 모양이었는데, 땅에 붙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들을 태우고는 빠른 속도로 날아다녔다.
 
'나'가 아무리 달려도 그들은 끝끝내 다시 찾아냈다. 심장이 터질것 같아도 멈출수 없었다.
 

탕-! 탕탕, 탕-!
 
그들이 다시 총을 쏘아댄다, 땅에 총알이 박히는 소리가 뒤를 따른다. 핏.. 핏..
 
그런데 전부는 아니었다, 추륵!
 
"크하악!"
 
'나'는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넘어지고 구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와중에 엎어지자 주체할수 없을 만큼 몸이 회전을 거듭했다.
 
30초 가량을 정신없이 굴렀을까, '나'는 몸을 추슬렀다.
 
온 몸이 흙투성이였다. 숨을 헐떡이며 아래를 보자,
 
처참하게 찢겨져 나간 아랫배가 보였다. 붉고 따뜻한 피가 마구 솟구쳤다.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의 극통이다.
 
'나'는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그 와중에 꿀럭꿀럭 출혈이 계속 되었지만
 
멈출수 없다. 그들에게 붙잡히면 이보다 더 심한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저기다! 저기 보여! 총알을 맞았어!"
 
그들의 괴상한 외침이 들렸다. 당장 도망가야 하지만 정작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분명 흘러나오는 붉은 액체는 따뜻하지만 동시에 내 몸은 한없이 차갑다.
 
그들이 다가온다.
 
'나'는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탕탕-!

총소리가 들려왔지만 더이상의 고통은 없었다. '나'는 다시 눈을 떴다.
 
누군가가 언덕을 타넘어오고 있었다. 그들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각각이 쇳덩어리를 지녔다.
 
그들과 똑같이 생긴 자들이었지만, 왠일인지 '나'를 공격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를 뒤쫓던 그들에게 그 이상한 쇳조각을 겨누고 불을 뿜어냈다.
 
타타탕, 탕!
 
새로 나타난 자들에 의해 나를 쫓던 자들은 진열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제기랄, 반-농사(anti-farming) 자식들이다!"
 
"뭐하고 있나! 빨리 사격해!"
 
하지만 애시당초가 추격대였던 그들이 일개 중대를 이길 가능성은 없었다.
 
상황은 빠르게 정리되었다. 새로 나타난 자들에 의해 그들은 모조리 시체가 되었다.
 
모조리 전멸하고 남은 마지막 한명이 총상을 입은 상태에서 조차
 
'나'에게 총을 겨누고 필사적으로 기어올때, 새로 나타난 자들 중 한명이
 
다가와 쇳덩어리를 머리에 겨누고는 불을 뿜어냈다.
 
산산조각나는 그의 머리..
 

마지막으로 다가오는 그사람의 발을 보며 '나'는 정신을 잃었다.
 

 

"이봐, 정신이 드나?"
 
나는 따뜻하고 하얀 시트에서 잠을 깨었다.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킨 나는 방을 재빠르게 둘러보고는 구석으로 달아났다.
 
어느 남자 둘이 나를 쳐다보며 말을 걸었던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나는 이를드러내고 계속해서 그들을 경계했다.
 
"크르르..크르.."
 
그들은 나를 가만히 바라보며 서로 지절거림을 시작했다.
 
"이봐, 아직 말을 알아들을수 없을걸, 단순히 야생동물같은 본능만 있을 뿐이야"
 
"이걸 써보자, 저 인간은 우리가 그토록 찾던 프로젝트의 일원중 한명일 테지?
 
그렇다면 유전자코드가 임의로 생성되어 있을게 분명해, 우리가 언어주파기를 코드에
 
맞추면 우리 말을 알아들을수 있을거야"
 
나는 가만히 그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보았다. 이상한 네모꼴모양의 물건을 건드리는 듯 싶더니,
 
이내 자신들의 목에 무엇인가를 장착했다. 그리고,
 
"아아, 어때? 이해할수 있겠지"
 
나는 눈을 크게떴다. 뇌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은 어떤 의식이 발휘된 느낌이었다.
 
나 이외의 다른 의식과 교류할수 있다는 것, 대화.
 
"누구야? 여긴 어디야?"
 
그들은 다시 말을 이었다. "안심해, 널 해치려고 하지 않아
 
너에게 위해를 가하던 사람은 모두 죽었어, 우리가 널 구했어"
 
나는 아직 경계를 풀지 않았다.
 
"나를 쫓던 자들은 너와 매우 닮았어, 그들과 네가 다르다는 걸 어떻게 믿어?"
 
그러자 잠시 고개를 끄덕인 그는 방에 있는 목조물건으로 걸어가서 이상한 것을 꺼내왔다.
 
그리고 나에게 그것을 내밀었다.
 
"아.. "
 
"그건 '거울' 이라는 거다. 믿기 힘들겠지만 그게 너야, 너도 널 죽이려던 자들과 같은 존재야"
 
나는 거울을 만지작거리며 뚫어져라 주시했다. 그들의 말이 거짓이 아니란걸 알수 있었다.
 
거울에 나와 함께 비치는 방의 모든 것들이 똑같았다.
 

'나'는.. 흰피부에 파란색 눈을 지닌.. 눈 앞에 있는 자들과 똑같은 한명의 종족이었다.
 
"나는 그들과 다를 것이 없어, 어째서 날 죽이려고 한거야?"
 
별안간 두명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둘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한명은 고개를 흔들었지만, 다른 한명은 확고한 눈빛으로 한명을 계속해서 바라보았다.
 
이내, 왼쪽의 남자가 어쩔수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나자, 남자의 말이 계속 되었다.
 
"자, 잘들어.. 넌 지금 아무런 지식도 배경도 알지 못하니까 이해하기 힘들거야,
 
다만 분명한건, 우린 네 편이고, 널 지킬거라는 거야. 명심해둬.
 
이곳은 미국이라는 우리 종족들이 만들어낸 한 나라야. 나라라는것은 우리같은 종족들이
 
아주 많이 모여 살고있다는 걸 뜻해.
 
보통 우리는 서로를 죽이려 하진 않아, 하지만 넌 달라.
 
정확히 70년 전, 미국에서는 한 프로젝트가 시행되었어.
 
farming 프로젝트.. 유전공학의 발달로, 우리는 같은 종족마저도 임의로 만들어 낼수 있게 되었지.
 
바로.. 바로, 너처럼"
 
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내가, 같은 종족들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라고?
 
"그렇게 만들어진 '복제'들은 field 라는 인조 캡슐내부에서 숙성되었어.
 
처음에 미국은 단순히 인간의 건강적인 문제를 위해 장기나 뭐 그런 요인들로 인해
 
이 프로젝트를 시행했지.
 
하지만 점차 달라졌어, 미국은 한 사람의 지원에 의해서만 클론을 만들어 내곤 했거든.
 
물론 그사람은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해야 했었어.
 
점차로 인조적으로 만들어지는 클론의 생김새나 성격등을 임의로 조절해가는 방법들이 생겨나면서,
 
심지어는 유아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성인의 모습으로 발현시킬수 있는 인간 제조기술의
 
발달로 클론은 점차로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사용되기 시작했지.
 
처음에는 미국의 거대 그룹 기업의 회장인 콜슨이었어.
 
각국의 여성 연예인들의 생김새와 체형을 똑같이가진 클론을 복제해내어서 잠자리를 같이했지.
 
아무런 지식도, 감정도 없는 그저 단백질 같은 여자들을 만들어내어서 말이야.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이미 버려졌던 거야.
 
콜슨을 선두로 수많은 자들이 그런 여성 클론의 복제에 열광했어.
 
크고 작은 문제가 그전부터 많았지, 여성 연예인의 DNA를 채취해야 똑같은 클론을 복제할 수 있거든.
 
때문에 수많은 여성들의 머리카락이나 살점을 얻으려는 남성들이 줄을 이었지.
 
심지어 여성 연예인들에게 달려들어 강제로 머리카락을 당겨 뽑는 사람들도 있었어.
 
물론 클론 복제는 엄청난 가격이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은 권력가, 부자들의 사주였었고.
 
이런 문제들보다 더욱 심각하게 대두된건 미국의 또다른 의도야.
 
클론의 1회복제 비용은 가히 엄청났지, 완벽한 개체일수록 한 명당 30억 가까이의 비용이 들었으니까..
 
비슷한 복제가 아닌, 완벽하게 일치하는 복제는 그만큼 엄청난 일이거든.
 
세계에서 주문이 줄을 이었고, 이정도의 유전기술을 독점한 미국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어.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심지어 이제 인권 유린의 정도를 넘어서고 말았어.
 
수많은 클론들을 만들어내어 사람들의 살아있는 바이오 에너지를 실생활에 도입하기 시작했지.
 
간단한 말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1000여명의 사람들이 모조리 잠든 상태에서
 
지하 필드에 갇혀 에너지만을 생산해내는 기계 취급을 받는거야.
 
우리는 오래전부터 이 프로젝트를 은밀히 조사했고, 반대하는 사람들끼리 연맹도 만들었지.
 
반-농사(anti-farming), 우리들의 이름이야.
 
정부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눈치챘어, 이미 수많은 사람들은 반 농사의 가입자들이야.
 
상위 10%의 사람만이 프로젝트를 동의하고있어, 문제는 대다수의 권력과 힘을 독점한 이들이
 
동의자라는 거지. 심각한건, 농사 프로젝트에 무관심한 이들이 60%가량이라는 거야.
 
정부는 프로젝트의 진위여부를 가리고, 절대 그런일은 없다고 거짓말을 했어.
 
무관심한 사람들은 그말을 믿어버렸지, 우리는 그래서 너같은 이들을 찾기 시작했어.
 
프로젝트 도중에 탈출에 성공해낸 너같은 클론 말이야.
 
너도 우리들의 습격에 의해서 풀려났을 거야, 그렇지?"
 
나는 내가 풀려나던 때를 떠올렸다. 너무도 추운 안개를 내뿜는 둥그런 유리막 안에서
 
미친듯이 기어 올라가고 난뒤에 눈 앞에 보이는 수풀속으로 마구 도망쳤던 기억.
 
등 뒤에서는 탕 탕, 하고 끊임없이 소리가 들려왔었다..
 
"넌 인권의 상징이며 우리 프로젝트의 살아있는 이유야, 넌 너와 같은 이들을 구해야해.
 
절대로 인간이 그래서는 안된다는걸 보여주어야 해.
 

인간은 잉태될수 있어도, 재배 될수는 없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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