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의인화

금산스님 작성일 13.04.29 0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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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대의 초록환타님 작품입니다.

 

내이름은 최성철, 22년 살아오면서 평생 여자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한 불쌍한 놈이다.
 
중학교때부터 쪄온 살들이 몸 덕지 덕지 차지해버렸고, 결국 호흡을 방해할 정도로 지방이 달려있다.
 
고등학교 때 심하게 난 여드름 흉터자국에, 키는 170 아래를 밑도니 당연히 여자들이 꼬일리가 없다.
 
어쩌어찌해서 대학교를 오긴 왔는데, 학기 초 서로 눈 맞추면서 연애하기 바쁜 이때에 나는
 
여지껏 내게 말 걸어주는 여자 한명 없었다.
 
내게는 매일 집 안에 틀어박혀서 홀로 자위에 빠지는 시간만이 유일한 유희였다.
 


"야, 성철아 너도 와서 같이 놀자"
 
대학교 mt에서 마저 나는 소외된 존재다, 그나마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민수가 나를 불러주지만
 
위선일 뿐이다, 역겨운 자식.. 잘생긴 자식이 나를 이해한다는 듯 구는것이 더 가증스럽다..
 
순식간에 여자들 사이에 소리없는 불쾌한 눈짓이 번졌다.

내가 대꾸하지 않자, 민수는 머쓱하게 다시 고개를 돌린다.
 
"선배, 성철이 오빤 부르지 마요"
 
"왜?"

"오면 땀냄새 난단 말이에요"
 
모여서 게임을 하는 사람 모두가 웃음을 터뜨린다. "야, 넌 선배한테 그렇게 말하는게 어딨어?"
 
누군가 대꾸한다 "뭐 어때서, 지가 자초한 일인걸.. 자기가 좋아서 저렇게 사는거 아냐?"
 
"맞아, 맞아"
 
겉잡을 수 없이 살의가 치밀어 오른다. 모조리 죽여 버리고 싶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힘겹게 밖으로 걸어 나간다
 
"깔깔깔, 나간다 나간다.." "야, 들은거 아냐?" "무슨 상관이야.."
 


밖으로 나오자 한결 나은 기분이 든다. 적어도 저 안에있는 걸레년들의 수다를
 
들을 필요가 없어졌으니까.. 눈을 감고 상상을 한다. 과도 하나를 집어 들고
 
여관안으로 들어가서 모두를 찢어 죽이는 짜릿하고 기분 좋은 생각..
 
항상 위선적인 모습으로 가장한 민수 녀석의 얼굴 가죽을 도려내는 거야, 이렇게..
 
"거, 참 생각 한번 살벌히 하는 놈이구만.."
 
깜짝이야.. 흠칫 놀라 뒤를 돌아 보니 한 평범한 노인이 보였다.
 
"무슨 말씀이세요?" 내가 대꾸하자 노인이 갑자기 퉁명스레 대답했다.
 
"네놈말이다, 네놈.. 생각하는 꼬라지를 보아하니 곧은 놈은 못되는구나"
 
어디서 나타난건지 노인은 머리가 돈 것 같았다, 나는 내가 방금 떠올린 생각때문에 조금 묘한
 
기분으로 노인을 빤히 들여다 보면서 대답할 말을 찾았다. '도에는 관심없다고 해야 하나..'
 
"예끼! 사람 봐가면서 돌팔이 취급해, 인석아 난 그런 머저리가 아니다"
 
이 노인이 불현듯 내 생각을 꿰뚫어 본다는 느낌이 들자 나는 자연스럽게 경계를 취하게 되었다
 
"당신 누구야?, 누군데 여기와서 헛소리 지껄이는 거야? 미.친거 아냐?"
 
"...천지에서 음양합일의 이치를 누리지 못하는 자가 적진 않으나, 네꼴은 정력이 없는 놈보다
 
더 못나면 못났지, 잘난 것이 없지 않느냐" 노인의 말투에 담긴것은 명백한 조롱기였다.
 
순간 울컥 치밀어 오르는 기분에 나는 소리쳤다. "이 미.친 영감탱이가 어디서 잡소리를 지껄여 대는거야!!"
 
흥분한나머지 퉁퉁한 목살이 부르르 떨린다, 전신에서 땀이 비오듯 나기 시작했다.
 
"에이 썩어 문드러질 놈, 네 알아서 쓰던 말던 맘대로 해!"
 
노인은 뭔가를 내게 던졌고, 운동신경이라고는 찾아볼수 없는 나는 잡지 못하고 그대로 얼굴에
 
맞고 말았다. "이런, 망할 영감탱이가..!" 씩 씩 거리면서 난 고개를 들어 앞을 보았다.
 
없었다, 어디에도.. 귀신마냥 그 늙은 노인네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순간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자가 무엇이든 간에 사람은 아니었던 것이다. 나는 홀린것 마냥
 
노인이 내게 던진 물건을 집어 들었다. 박카스 만한 흰 병안에 투명한 액이 담겨있었다.
 
병 밖에는 흰색으로 어설프게 써 붙인 설명서가 있었다. "의..인화(義人化)?"
 
우습게도, 나는 병을 버리지 못하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냥 버리기에는 노인과의 만남이 너무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끼익- 덜컥 "다녀왔습니다" 집에는 아무도 없다, 홀로 자취방을 얻어 생활하기 때문이다.
 
그런고로, 방과후.. 내게는 이시간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빌라 사람들이 모두 출근하고
 
아무도 없는 바로 이시간이..
 

"헉.. 허억.. 헉.." 컴퓨터 스피커에서 여자의 신음소리가 계속해서 흘러 나온다.
 
볼륨을 최고로 틀어 놓고, 미리 다운로드 받아 놓은 영상을 보며 난 손을 마구 흔들었다.
 
비만인 몸에 살들이 출렁거리며 요동치고, 온 몸에 땀이 축축히 밴다.
 
잠시 뒤, 절정이 지나가고 난 침대위에 축 늘어졌다.
 
항상 그렇다, 한차례의 자위가 끝난 뒤에는 끝없는 자기 혐오가 이어진다.
 
땀에 젖은 채로 숨을 가쁘게 몰아쉬는 내가 한없이 역겹다. 다른 자식들은
 
여자친구와 모텔을 갔다는 둥, 키스를 했다는 둥 서로 떠벌리듯 자랑하는데, 난 이 조그만
 
골방에 틀어박혀 스스로 위안을 삼고있는 것이 구토가 나올 것 같다.
 
"아!" 침대위에서 뒹굴다 보면 가끔 주머니에 무언가 들어있는 옷가지 위에 누울때가 있다.
 
밍기적 밍기적 바지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내보니 낯익을 글자가 보인다 '의인화'
 
새삼 내가 이걸 왜 가져왔는가 어이가 없었다, 코웃음 한번치고 집어들고는 쓰레기통으로 향하는데
 
쓰레기통 아래 커다란 바퀴벌레 한마리가 보였다 "깜짝이야, 엄마가 약을 안뿌리셨나?"
 
기웃 기웃 거리면서 바퀴약을 찾자니 귀찮다는 생각이 왈칵 든다. 저 커다란 놈을 밟아 죽이기도
 
끔찍해서 고민 고민 하는데, 손에 들고 있는 약병이 문득 눈에 띄었다.
 
뚜껑을 열고 가만히 내려다 보니, 물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냄새를 맡아 보아도
 
별 특이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뭐야 이거, 그냥 물인가"
 
그 사이 동안에도 커다란 바퀴는 도망갈 생각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발을 굴러보아도 움직이지
 
않자 이내 이것이라도 뿌려서 도망가게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 병속의 액을 조금 뿌렸다.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상한 빛과 함께 앞에는 여자가 앉아있었다. 몸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처녀의 가슴과 그것이 바로 드러나 보이자 한차례의 사정이 끝나 축 늘어진 성철의
 
성.기가 다시금 불끈 서올랐다 새카만 흑발과 커다란 눈을 올려 성철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엄청난 미녀이었다. 약간 거뭇한 피부가 더욱 그녀를 섹시하게 보이게 했다, 귀걸이도
 
목걸이도, 반지도 장신구 하나 없이 그냥 전라의 몸으로 성철앞에 앉아 있었다.
 
"누, 누구세요?" 그녀는 대꾸하지 않고 성철을 빤히 보았다. "저.. 어떻게..? 여기에..?"
 
더듬거리며 말을 하지 못하던 성철의 눈에 흰 병의 쓰인 글자가 눈에 띄었다, 그랬다.
 
그녀는 바퀴벌레였던 것이다.


 
성철을 그녀를 끌고 침실로 갔다. 그녀는 일어설줄도 몰랐다, 성철이 허리를 잡자
 
다급하게 기어서 도망가려했다. 손가락과 발이 기괴한 각도로 마구 움직였다 몸은
 
그렇게 도망가려 하는데도 비명소리하나 나오지 않았다 본래 목으로 발성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는 그녀와 정사를 나누었다. 여자의 신음은 없었다, 그저 헐떡거리는 남자의 숨가쁨은 끊이지
 
않았지만.. 한때 바퀴벌레였던 그녀는 어느 인간여자보다도 아름다웠다. 반항하던 몸짓도
 
인간이 가지던 생식 본능보다 왕성한 종족 본연의 것으로 돌아가 어느덧 그녀가 더 성철의 몸짓을
 
받아들이며 원하기 시작했다, 몇번이고 그는 사정하며 상대가 인간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잊었다.
 

성철의 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었다, 서서히 가라앉아 오는 호흡을 추스르며 그는 옆자리에 누운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보다 키가 더 컸다, 170정도 되어보이는 모델급 신장을 가진 여자였다
 
육감적인 몸매, 커피색 피부가 은은하게 보였다.. 그녀의 호흡에 맞춰
 
큰 가슴이 가볍게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하고있다, 가는 허리에 가볍게 땀이 배어는데
 
감각적으로 늘씬한 다리는 아름다운 외모와 걸맞지 않게 양쪽으로 추하게 벌어져 있고, 자극적인
 
냄새가 풍겼다.


 
크고 검은 눈과 오뚝한 코.. 숨을 몰아쉬느라 가볍게 벌어진 얇은 입술..
 
냉혹하게 말하면 도저히 성철같은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할 여자가 아닌 것이다,연예인도 부럽지않을
 
정도의 현대미를 갖춘 미녀가 덕지덕지 살찐 비만인 몸에, 얼굴은 여드름 투성이인 그와,

키 167cm를 가진, 흔히 '호빗족'으로 불리는 성철과 정사를 나누었다.
 
그녀는 인간이 아니니까, 그녀는 벌레다.
 
그녀는 바퀴벌레기 때문에, 인간의 자아와 생각이 없다,매력도 모르는 것이다. 그저 생식 본능에 의해
 
성철에게 몸을 허락했다. 성철은 충혈된 눈으로 그녀를 훏어 보다가 뒤뚱뒤뚱 주방으로 달려가
 
무언가를 주워 들었다. 아까 바퀴벌레에게 뿌렸던 그 약병이었다, 왠 노망난 늙은이가
 
그에게 주고 간 물건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 노인이 누구고, 도대체 왜 이런 대단한 물건을 자신에게 주었는지 알수는 없지만,

성철의 머리는 이제 단한가지 생각만이 지배하고 있었다.
 
'이 약은 내거야!' 엄청난 희열감이 뇌속을 질주했다, 첫 경험의 인상은 그토록 강렬했다.
 
손으로 움직여 내는 인위적인 쾌락이 아닌,여자의 몸이 내 정(政)을 받아 준다는 것..

그것도 tv속에 여자들이 부럽지 않을 미녀가... 내가 누구에게 말하지 않는 이상,
 
나는 언제까지고 이 은밀한 비밀을 나 혼자서 즐길수 있는 것이다!
 

 

방금 전에 나눈 쾌락을 떠올리자, 성철은 다시금 몸이 뜨거워졌다. 또 한차례의 교감을 나누려
 
황급히 침실로 향한 그는 깜짝 놀라 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아름다운 그녀는 온데간데 없이 침대 위에는 다시 한마리의 징그러운 바퀴벌레가 앉아 있었다.
 
사방으로 꿈틀 대는 더듬이가 더없이 징그럽게 보였다. "이..!" 타악-!
 
그는 무거운 전공책을 침대위에 떨어뜨리는 것으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그렇게 그와 몸을 섞었던 그여자, 아니 그바퀴벌레는 죽었다. 묘한 느낌이 들었다.
 
분명 방금까지 열렬하게 원하던 여자가 사라지고, 바퀴벌레만 남았다. 둘은 같은 것인가?
 
같다고 하더라도 지금은 그저 바퀴한마리를 잡아 죽인 것 밖에는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는 얼마든지 그만의 암컷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성철은 학교에서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를 비웃던 수많은 여자들을 되려 그가 무시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더욱더 암담해진 인간관계였지만, 성철은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야릇한 웃음을 머금고 여자들을 바라보았다, 마치 너희들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마냥..
 
사타구니에서 나는 암컷들의 비릿한 냄새를 마치 나도 맡아보았다는 듯이 위아래로 음흉하게 훏어 보았다.
 
그 시선에 불안감과 뜻 모를 공포를 느낀 여자들은 더욱 그를 멀리했고, 그는 정말 대학내에서
 
말한마디 걸어주는 사람 없는 겉도는 인간이 되었다. 그는 개의치 않는다, 내게는 미녀가 많으니까..
 


"야, 성철아 뭐해?" 고등학교 동창인 민수가 그를 불렀다. 짜증과 귀찮음이 불쑥 뇌리에
 
솟아 오른다. 대답을 하지 않으면 가지 않을 기세기에 그는 한마디했다. "곤충 채집.."
 
"곤충.. 채집?" 그러면서 그는 빤히 성철의 채집통을 바라보았다. 채집통에서는 아까잡힌
 
메뚜기와 여치, 그리고 풍뎅이가 들어있었다. "곤충 채집이 취미였냐? 고등학교때는
 
집밖에서 나오질 않더니.." 그는 흥미로운듯 채집통을 자세히 살피면서 물었다.
 
"언제부터 잡기 시작한거야?" 성철은 더이상 대답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민수는 머쓱히 멈춰서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야, 민수야 뭐해.. 미팅 늦겠다"
 
이내 그 목소리가 다시 말한다. "너 또 저 폐인한테 말걸어 주고 있었냐?"
 
"그렇게 말하지마, 그냥 붙임성이 없는것 뿐이야" "너도참.. 됐고, 빨리 가자"
 
이젠 민수자식의 가식어린 동정도 그의 속을 긁지 못한다. 나는 너희들보다 우월하니까..
 
성철은 소중한 것을 다룬 다는 듯, 채집통을 소중히 껴안고는 서둘러 걷기 시작했다.


 
그가 약병의 비밀을 깨닫게 된지 대략 10일 가량이 지났다. 첫 정사가 있은 뒤에 그는
 
약병을 자세히 살피었고, 이상한 글을 발견할수 있었다.
 
삐뚤빼둘한 것이 읽기 힘들 정도의 악필이었다. 우습게도 글을 해석하는데만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이 약을 뿌리면, 사람이 된다. 곤충,동물 등의 살아있는 것에
 한정 된다. 약에 노출되고 일정 시간이 흐르면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의인화 시간은 노출된 약의 양에 따라 정헤진다.]
 
그리고 나서 그는 여러 곤충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동물들은 무리였기에,
 
쉽게 볼수 있는 곤충들을 채집하기 시작한 것이다. 바퀴벌레의 경우보다 힘든 때도 많았다.
 
모기를 의인화 시켰는데, 남성으로 변하자 그는 성별을 체크하는 법을 익혀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다시 모기로 돌아오자 성철은 분풀이라도 하듯 모기약을 뿌려 그 모기를 죽였다.
 
매미를 의인화 시켰을땐 그도 당황했다. 연갈색 머리에 큰 담황색 눈망울을 지닌 귀여운 소녀였는데,
 
흰 피부에다 전체적으로 빈약하고 조그만 체구를 지닌것이, 16살 가량의 인간여성의 몸이었다,
 
물론 정사할때에 있어서 죄책감따윈 없었다. 이미 퇴폐적인 일본 성문화에 빠질대로 빠진 그는 동영상과
 
미연시물에 나오는 성체위를 거리낌없이 행할 정도의 폐인이었으니까. 다만 의인화 되자마자
 
목청이 터질 정도의 괴음을 질러대는 매미소녀의 반응에 깜짝 놀라고 난뒤에, 결국에는 테이프로 입을 막고
 
정사를 나누었다. 메뚜기나 여치도 처음은 아니었다. 이 두종류의 의인화로 성철은 의인화된 사람이
 
곤충에게 영향을 받는 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메뚜기와 여치는 전형적인 체육활동을 하는 여성처럼 의인화되었다.

 

 긴 생머리에,보기좋은 근육과 운동으로밖엔 만들어질 수 없는 탄력있는 몸매를

가진 두 여성은, 둘이 함께 성철에게 몸을 허락했다. 비오는달 잡아온 달팽이의 경우에서도 의인화는
 
본래에게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달팽이에게 한두 방울을 떨어뜨리자, 성철은
 
겁이 많아 보이는 커다란 눈을 깜박대는 가녀린 여자를 볼 수 있었다. 느릿 느릿 움직이는 그녀는
 
성철과 몸을 섞을때에도 큰 미동없이 몸을 가만히 있었다.
 
그는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인간아닌 인간들에게 사정을 하면서
 
외롭지 않다고 느꼈다. 과거에 혐오스럽던 자신이 모두 사라진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그의 행복함은 너무나 갑작스레 끝났다.
 

 

여느날과 다를것 없던 날이었다. 성철은 곤충 채집을 위해 마을 뒷산에 있는 들판으로 올라갔다.
 
여지껏 수많은 곤충들을 잡아왔던 곳이었다. 그때 성철의 눈에 노란 날개를 지닌 나비가 보였다.
 
곤충의 성향이나 미적인 부분이 인간화가 되었을때에 상당히 영향을 준다는걸 아는 그는
 
충동에 사라잡혀 나비를 따라갔다. 채에 걸릴듯 말듯 하면서 계속 달아나는 나비를 홀리듯 쫓던
 
그는 그만 앞으로 엎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쨍그랑-! 성철은 목이 부러질듯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보았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안돼! 안돼에!" 성철이 미.친듯 기어가서 절규했다.
 
약병이 튀어나온 돌부리에 부딫혀 깨진것이 보였다. 약은 모조리 흘려져 땅으로 스며들었을 터였다.
 
"우우우우...!" 그는 심한 패닉감에 사로잡혀 몸을 웅크렸다. 그때였다.
 
수십번 보아왔던 빛이 옆에서 강하게 쏘아졌다. 의인화가 이루어질때 곤충에게서 쏘아지던 빛이었다.
 
그는 미.친것처럼 옆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힘껏 눈을 비볐다.


 
아..! 있었다.
 
짧은 단발의 아름다운 여인이.. 날카로운 눈매와 뾰족한 턱이 그녀를 예리하게 보이게 만든다.
 
희디흰 피부가 빛나는 듯 하다. 긴 몸에 큰 가슴과 엉덩이를 지닌, 아름다운 여자였다.
 
성철은 자제심을 잃어 버리고 그녀에게로 돌진했다. 그가 보아왔던 어느 의인화보다 아름다웠고,
 
관능적이었다. 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속에 꽉 들어찼다.
 
흠칫하던 그녀는 정신없이 자신의 성.기를 삽입하려고 하는 성철에게 알았다는 듯 자세를 바꿔
 
다리를 벌렸다. 성철은 삽입시에도 찌푸림이 전혀 없는 곤충들의 무감정한 얼굴을 알고있었다.
 
정신없이 움직였다. 마지막이라는, 더이상 쾌락을 이어갈수 없다는 압박감이 그를 가만히 있게
 
하지 않았다. 더.. 좀 더.. 그렇게 쾌락에 취한 그는 고통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흰손이 자신의 머리를 잡는 것도 느끼지 못했고, 이내 그녀의 날카로운 이빨이
 
자신의 입술을 물어뜯는것도 느끼지 못했다. 얼굴살이 뜯겨 나가 너덜 거리는 와중에도 그는
 
허리를 움직였다.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피로 적시고 계속해서 성철의 얼굴을 물어 뜯었다.
 
눈, 귀, 광대뼈, 볼... 남김없이 뜯어갔다. 질겅 질겅 씹어먹었다.

이윽고 그 열렬했던 사랑이 한차례끝나자 얼굴없는 한 시체만이 들판에 놓이게 되었다.
 
사방에서 피비린내가 났다. 이제 아름답던 한 여자는 없었다.
 
얼굴없는 남자의 시체위로 한마리 암사마귀가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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