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에 해바라기 반이라는 장애아동이 다니는 학급이 있었다.
그 중에, 경도 지적장애를 가진 땅딸만한 남자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를 A라 칭하겠다.
해바라기 반은 일반학급과는 시간표가 달랐기때문에 그들과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기도 하거니와 일반 학생들은 해바라기반의 존재 여부 자체도 잘 모르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이 A는 일종의 학교 유명인이었다.
A는 한번 신경을 빼앗긴 물건은 전부 좌우대칭이 아니면 직성이 풀리지 않았다.
극히 중증의 강박성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A는 이상할 정도로 Symmetry에 집착했다.
좌우 비대칭인 물건은, 본인이 만족할때까지 어떻게든 대칭이 되도록 만지작댔다.
한번도 그 현장을 본적은 없지만, 언젠가 한번 수업중에 A가 괴성을 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A가 학교 정원의 나무의 가지들을 하염없이 꺾는 것을 본 선생님이 그것을 막자, 말리는 선생님의 팔을 잡고 괴성을 지르며,
어떻게든 나머지 나뭇가지들도 전부 꺾으려 몸부림을 치더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며칠 후 학교 정원의 나무 중 하나가 가지가 전혀 없이 나무 막대기가 되어있었던 것을 미루어 볼 때,
A의 집착이 어느정도인지는 상상이 가리라 믿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에 전부 대칭 집착을 하는 것은 아니고 어떠한 기준에 따르는 듯 했다.
정원에 있던 나무들도 한 그루 빼고는 전부 무사했었고,
명백하게 비대칭인 인체모형같은 것은 전혀 개의치 않아했었으니까.
나와 같은 반에 H라는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그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다행히도 목숨에 지장은 없었지만 안타깝게도 오른쪽 다리 무릎 아래부분을 절단해야만 했다.
사고 후 몇 개월이 지나서야 학교에 얼굴을 비추게 되었지만 재활치료때문에 지각하거나 조퇴하는 일이 잦았다.
이러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사고는 일어났다.
H가 재활 치료를 위해 조퇴해서 친구의 부축을 받아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갑자기 복도 쪽에서 여자의 비명이 들렸다.
나도 그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생생히 기억한다.
내 책상은 복도 쪽이었다. 비명소리를 듣고 무슨일인지 밖을 내다보니, A가 H를 밀쳐 넘어뜨리고는
그녀의 왼쪽 다리를 붙잡고 질질 끌고가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나는 반 친구와 함께 뛰어나가서 A를 H에게서 떼어놓았다.
선생님도 달려와서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H는 끌려가면서 왼쪽다리를 잔뜩 긁혀서 군데군데 피가 맺혀있었다.
H를 부축해주던 친구도 얼굴을 맞았다며 울고있었다.
A는 우리가 꼼짝 못하게 붙들고 있는데도 소리소리를 지르며 엄청나게 버둥댔다.
[대칭] 에 집착하는 A를 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눈을 부라리며 침을 줄줄 흘리며 버둥거리는 모습은 소름이 끼쳤다.
일단은 A와 H, 그녀의 친구는 선생님과 함께 교무실로 갔고 수업은 일단 중지가 되었다.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수업은 재개되지 않았다.
그 후에도 H의 다리에 대한 A의 집착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 반 복도를 어슬렁거리거나 우리 교실을 훔쳐보는 A를 나도 여러번 목격했다.
이건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이때 이미 A는 자택 근신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부모의 눈을 따돌리고 학교에 몰래 무단침입해서 교실을 염탐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 이후 H가 다시 등교하게 된 것은 A의 전학으로 학교에 오지 않게 되고도 한참 지난 후였다.
그 후 아무일 없이 우리는 각각 중학교로 진학을 했다.
그 후로 시간은 흘러 성인식 날이 되었다.
초등학교 동창회가 열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건배를 하고 서로의 근황을 물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문득 A의 에피소드를 떠올렸다.
사실 생각해보면 가볍게 입에 올리기에는 조심스러운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술이 들어간 탓인지,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들뜬 탓인지, 아무렇지 않게 입밖으로 꺼냈다.
그러자 이제까지는 즐겁게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 중 몇명이 갑자기 침묵했다.
"너 진짜 모르는거야?"
그중 한명이 조심스레 말했다.
순간적으로 나를 놀리려는 건가 싶었지만 친구들의 표정이 너무 심각했으므로 일단 상세히 들어보았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H가 중학교 2학년때 누군가에게 습격당해서 죽었다고 한다.
당시 지역 신문에까지 대서특필이 되었던 사건으로, 그녀는 왼쪽 다리를 잘려 과다 출혈로 죽었다고 한다.
왼쪽 다리는 길가에 그대로 버려져있었고, 어째서인지 오른쪽 다리의 의족도 같이 팽개쳐져 있었다고 한다.
인적이 드문 길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목격자도 없고 범인도 지금까지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단지 사건 발생 몇개월전 괴성을 지르며 주변을 얼쩡거리던 수수께끼의 인물이 목격되었다고 한다.
A의 행방은 지금도 묘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