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ch] 괴담 모음

금산스님 작성일 13.05.30 15: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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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 불의의 사고 >

 


어제, 6월 14일.

내 외아들이 기차 사고로 죽었다.

[다녀오겠습니다!] 라고 활기차게 역으로 달려가던 아들의 모습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열차가 급커브를 돌 때 목을 금속 부분에 부딪혀 즉사했다고 한다.

말 없이 집으로 돌아온 아이 앞에서 나는 울었다.

아직 고등학교에 입학한지 2달 반 밖에 안 됐었는데.

남편과 이혼한 후, 혼자서 성실하고 훌륭한 아이로 키워 왔는데.

 

무엇인가에 홀린듯 나는 아들의 방으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참고서나 문제집이 정연히 놓여 있다.

아들은 이 방에서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잠들고, 아침을 맞이했을 것이다.

 

선반에 있는 아들의 일기장이 눈에 들어와 손에 들었다.

훌훌 넘겨 사고 전날의 일기를 찾는다.

그 아이가 마지막에 남긴 일기를 읽고 싶다.

 


6월 13일.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개조해서 살상력을 높인 모델 건.

즉석 화염방사기.

밤을 새며 만든 폭약.

최루 스프레이.

잭나이프.

장비는 완벽하다.

이제 남은 건 실전 뿐이다.

나를 괴롭혔던 우리 반 놈들, 무시한 뚱보 교사...

그 놈들을 모두 희생의 제물로 바친다.

언제나 내 방을 훔쳐보고 있는 바보 같은 엄마도 죽여 버려야지.

물론 나도 죽을테지만 그런 건 상관 없다.

실행은 내일 모레, 6월 15일.

조회 시간에 뛰어들어 폭탄을 던진다.

도망치려고 출구로 달려들어 서로 밀고 있는 녀석들을 한사람씩 찔러 죽여야지.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

웃음이 멈추지 않는다.

흥분이 멎지 않는다.

 


나는 등골이 얼어 붙는 것을 느꼈다.

 

 

 


2 - < 2층의 창문에서 >


일을 마치고 남자는 언제나처럼 퇴근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시선을 느껴 어느 집의 2층을 우러러 봤다.

 

그러자 초로의 아저씨가 창문 쪽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것도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채...

왠지 불쾌했기 때문에 남자는 아저씨를 무시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남자는 평소처럼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또 어제 그 집의 2층을 바라보니, 아저씨는 역시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운채 손을 흔들고 있었다.

불쾌했기 때문에 남자는 다시 그것을 무시해 버렸다.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이야기에 의하면 그 아저씨는 I씨라는 사람이라고 했다.

정신병인지 치매인지, 어쨌든 정신이 이상해지는 바람에 가족조차 상대해 주지 않아, 쓸쓸한 나머지 매일 2층에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을 흔들고 있단 모양이다.

 

그 이야기를 듣자 남자는 어쩐지 아저씨가 조금 불쌍해졌다.

어느 날, 남자는 퇴근길에 아저씨를 향해 손을 흔들어줬다.

 

그러자 아저씨는 격렬하게 손을 흔들었다.

[저 아저씨, 기뻐하고 있구나...]

그 날 이후로 남자는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아저씨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평소처럼 아저씨와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었다.

그러자 아저씨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띄우며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남자도 그런 아저씨의 모습을 보고 기뻐졌다.

[어이!] 라고 외치며 머리 위로 손을 크게 흔들어 줬다.

 

그러자 아저씨는 창문을 열고, 함박웃음을 지은 채 이렇게 말했다...

[지금 갈테니까! 예이!]

 

그리고 아저씨는 웃음을 품은 채 2층에서 그대로 남자를 향해 다이빙했다.

...아저씨는 담벼락 안 쪽에 떨어졌다.

[콰당] 하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즉시 가족이 달려나왔고, 남자는 무서워진 나머지 그대로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 날 남자는 아저씨가 어떻게 된 것인지 걱정된 나머지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다음 날, 남자는 일을 마치고 퇴근길에 나섰다.

남자는 조금 기분이 나쁜 탓에 평소와는 다른 길로 돌아갈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아저씨가 마음에 걸려 평소 다니던 길로 가기로 했다.

 

그리고 아저씨의 집을 보고, 남자는 아저씨의 장례가 치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남자는 그 자리에서 합장을 하며 [아저씨, 도망가 버려서 죄송해요.] 라고 마음 속으로 사죄했다.

 

그리고 눈물을 글썽이며 아저씨가 언제나 손을 흔들어 주던 방을 올려다 봤다.

응? 누군가 있다...

 

남자는 눈물을 닦고 한 번 더 바라봤다.

그 순간 남자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죽었을 터인 아저씨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것도 얼굴 가득 미소를 띈 채...

 

 

 

 


3 - < 구내염 >


어느날, 이상한 가게를 발견했다.

[인식(人食) 마트...?]

어쩐지 기분 나쁜 이름이다...

그렇지만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그대로 가게 문을 열어 젖혔다.

 

[실례합니다!]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뒤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비웃는 것 같아 부끄럽다.

잠시 후 나온 것은 40대에서 50대 사이인 것 같은 아저씨다.

 

[무슨 일이신가요?]

상냥한 미소를 띈 아저씨의 얼굴에 마음이 놓인다.

[아, 가게 이름이 신기해서요.]

주변을 돌아보니 10엔짜리 껌이나 불량과자 같은 옛날 과자들이 늘어서 있다.

뒤편에는 밥에 뿌려먹는 양념과 기름 같은 것도 있었다.

 

[아이고, 손님이 오시다니 이게 얼마만인가? 10년 전쯤 손님이 사 간 과자에 우연히 벌레가 들어 있던 탓에 손님이 많던 이 가게도 요즘에는 그냥 건물만 세워져 있습니다그려.]

[왜 이름이 인식인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기쁜 듯이 웃고 있는 아저씨를 보니 그럴 마음은 나지 않았다.

 

나는 일단 30엔짜리 초콜릿 하나와 50엔어치 껌을 사서 가게를 나섰다.

 

집에 돌아와 여동생에게 자랑하며 먹었다.

다른 가게의 과자와 그다지 다르지 않게 맛있었다.

매일 싸게 과자를 살 수 있다니 왠지 두근두근 거린다.

 

어느 날, 이빨이 간질간질했다.

거울을 보니 구내염이 여러개 생겨 있었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싶었지만 왠지 낫지 않는다.

한 번은 그 가게를 의심해 보기도 했지만 그래서야 저 아저씨가 불쌍하다.

우선 그 가게의 일은 완전히 잊기로 마음 먹었다.

 

다음날 그 가게에 가니 진열된 과자의 양이 꽤 줄어 있었다.

나는 초콜릿과 불량과자를 사서 가게를 나섰다.

 

[파지직.]

아야!

입 안에서 따끔함이 느껴진다.

나는 집으로 서둘러 돌아와 거울로 입 안을 비춰보았다.

어째서인지 입 속의 구내염이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갑자기 다른 구내염에서도 아픔이 느껴진다.

[으와아, 아파!]

당황해서 그 쪽을 거울에 비춘다.

서서히 고통이 심해져 참을 수 없을 정도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데굴데굴 구르며 아파하고 있는데 또 [파지직] 하는 소리가 들렸다.

거울을 보니 두번째 구내염도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으아아...]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알 수 없는 나로는 공포에 질릴 수 밖에 없었다.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거울로 보고 있는 눈 앞에서 하나하나 구내염이 터져 나간다.

터져나간 흔적 속에서 무엇인가가 꾸물거리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그것은 꾸물꾸물 바깥으로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격통이 몰아친다.

발버둥치며 울었다.

이미 참을 수 있는 수준을 넘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드디어 그것은 입 속에서 뛰쳐나와 방바닥에 하나 둘 떨어진다.

 

그것을 본 나는 무서워 죽을 것 같았다.

바닥에는 무수한 구더기가 꾸물꾸물꾸물꾸물꾸물...

이어서 구더기가 떨어지며 우글우글 몰려 춤을 춘다.

 

입에서는 계속해서 구더기와 피가 흘러내린다.

구더기는 구내염에서 계속에서 흘러내린다.

내게는 계속 엄청난 아픔이 전해진다.

 

결국 정신을 잃을 것 같아진 나는 쓰러진다.

구더기들이 가득 모여 있는 곳으로 얼굴이 떨어진다.

 

[콰직.]

 

싫은 소리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떠 보니 예상대로 바로 눈 앞에 무수한 구더기가 꾸물거리고 있다.

[으... 으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구더기가 입으로 들어온다.

코로 들어온다.

눈꺼풀의 뒷편으로 기어 들어온다.

얼굴 전체, 아니 몸 안에 격통이 흐른다.

나는 어찌 할 수도 없이 쓰러진 채 발버둥만 치고 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그 가게의 이름이 이제야 이해가 간다.

[인식(人食) 마트.]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먹는 것이었다.

이제서야 깨닫고 후회한다.

 

그 아저씨는 분명 교활하고 사악한 사람일 것이다.

과자 하나 하나에 구더기의 알을 주입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조금씩 조금씩 의식을 잃어갔다.

격통 속에서 여러가지를 생각하며.

 

다음 날, 일을 마치고 돌아온 어머니가 발견한 것은 무수한 구더기에게 얼굴을 뜯어 먹힌채 죽어있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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