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이야기입니다.

가을노트 작성일 13.06.08 16: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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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꾼 꿈인데 소재는 병맛이지만 지금까지도 생생해서 끄적여봤습니다.

 

어젯 밤에 이상한 꿈을 꿨다.


 서울 어떤 연구시설에서 좀비바이러스가 유출되어서
서울 시내로 급격히 퍼지고 있었다.

나는 어딘지 모를 곳에서 사람들에 의해 떠밀리고 있었다.
옆엔 관자놈이 같이 있었는데 둘이 가만히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니
무슨 광신도들 집단이어서 우리는 모두 좀비를 처단하러 가야합니다!
라는 식으로 떼로 무리를 지어서 무슨 산쪽으로 올라가는 중이었다.

... 원래 우리집은 아트레온 건너편에 있지만 꿈속에서 뭔일인지
우리집이 저 산 중턱에 군부대 옆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나랑 관자는 우리집에 거의 한달치의 식량이 있고 하니 집에서 버티다가
좀비들이 좀 흩어지거나 정리되거나 하면 그때쯤 나와서 군부대로 가서
무기를 얻기로 하자고 합의를 보고 인파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근데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지 시간이 꽤 됐음을 갑자기 직감했다.
이대로 이 산 꼭대기에 있는 연구시설까지 들이닥쳤다간
제대로 무장하지도 않은 군중들이 그대로 좀비가 되버려 우리까지 좀비가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관자를 얼른 불러세우고 내 생각을 전했다.
연구시설 머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듯한 철조망앞에 다다르자 우리는 그 무리에서 벗어나 내려가기로 했다. 더이상 갔다간 진짜 좀비들이랑 마주칠 기세다.

내려가는 길에 아이까지 데리고 온 가족을 보았다. 당신 아이한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냐며 데리고 같이 내려가자고 설득해보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무슨 하나님의 성전을 위해서는 우리모두 구원받기 위해 저 사탄들과 싸워야한다 어쩌구저쩌구 하길래 냅두고 우리의 갈길을 가기로 했다.

결국 집으로 가는 것은 포기하고 일단 우리둘의 몸을 피할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저만치 앞에서 휴게소 비슷한 건물이 보이길래 그쪽으로 들어갔다.
그냥 지나쳤어야 했다!
그곳에선 이미 몇몇의 좀비들이 습격해서 사람들이 이리저리 도망다니고 있었다.
좀비가 우리를 발견하고 달려오자 나와 관자는 얼른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가 들어간 곳은 거의 식당과 매점을 겸하는 형태의 시설이었고 중앙에 테이블과 의자, 벽면에는 자판기 그리고 판매대, 여러가지 과자나 음식들의 상품이 있고 한쪽의 주방에는 요리기구 등이 있었다.

먼저 나를 쫒아 들어온 좀비놈을 해치워야 했기에 앞에 보이는 테이블을 걷어차고
의자로 그놈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영화에서 본것처럼 이놈들은 고통이란게 없어보였다. 두세번일까 가격을 해보아도 침을 질질 흘리며 손으로 마구 할퀴려고 했다.
저자식한테 뜯어먹히긴 싫었다.
이래갖곤 죽지도 않고 하니 생명중추인 연수를 파괴시켜야 이놈을 멈추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잔인하겠지만 내가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그놈을 넘어뜨렸다.
의자의 등받이 부분을 세워서 그놈의 목을 콱 찍었다!
내 생각이 맞았던지 이자식이 움직이길 멈추었다.
내가 이렇게 싸울 동안 관자놈은 옆에서 어떻게하냐 어떡해 이지랄만 떨고 보고만 있었다.
관자에게 꿀밤을 선사했다.

잠시 이곳을 머무를 곳으로 해도 괜찮을지에 대해 생각했다.
먼저 식량은 충분했다. 무기 또한 주방에 여러 날붙이랑 주방용 삽같은 쇠붙이 등이 많았기에 일단은 충분했다. 하지만 문이 튼튼하질 못했고 창문을 막을만한도구가 없었다.
과감히 이곳을 버리려는 찰나 좀비 네마리가 들이닥쳤다.

관자자식 날 버리고 존나게 도망쳐버렸다. 이 개자식! 다음번엔 핵꿀밤이다!
주방에 가서 무기를 가져오기엔 동선 사이에 좀비들이 위치해 있어서 붙잡힐 위험이 있었다.
이녀석들은 신나게 미1친놈처럼 뛰어다니진 않았고 빠른 걸음 수준이었지만 이렇게 좁은 실내에선 충분히 위협적이었다. 점점 구석으로 몰리려고 하자 나는 아까처럼 목을 부러뜨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가까이 있는 한놈에게 앞에 있는 테이블을 걷어찼다! 그녀석은 벽에 그대로 쳐박혔다! 나는 아까부터 들고있던 의자를 들고 그녀석에가 달려가 그대로 그녀석의 목뼈 사이에 의자의 등받이를 끼워넣어 주었다.

일단 한놈을 처리했지만 아직도 세놈이나 남아있다.
방금 녀석은 벽 근처에 있어서 벽으로 쳐박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나머지는 그것도 불가능했다!
일단 주방에서 무기를 가져오는 것이 생존에 더 유리할거라 생각하고 가는 동선에 있는 좀비놈을 의자로 후려쳤다!
균형감각은 별로 남아있지 않게 되었는지 볼품없이 자빠지고 내가 주방으로 뛰어갈 길을 터주었다.

주방으로 뛰어 들어가 졸라 큰 조리용 삽을 들고 나왔다.
칼을 선택할까 했지만 리치가 너무 짧아서 저놈들의 손에 붙잡힐 위험이 있었기에 포기했다.

나는 거의 무적이었다! 겨우 삽이지만 생각없이 기다니는 좀비들에 비해
내가 지나치게 똑똑했던 것이다. 다리를 후려갈기고 엎어진놈의 목뼈사이에 삽을 끼워 넣어준 뒤 머리를 삽으로 떠서 창문 밖으로 던져주기만 하면 되었다!

손쉽게 네놈을 전부 처리했지만 공포심과 흥분감에 체력이 빠졌는지 숨이 차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밖에는 내가 처리할 만한 수준의 좀비의 숫자가 아니었다.
창문 밖으로 관자를 찾아보았지만 이미 꽤나 멀리 가버렸는지 보이지 않았다.

건물 뒷문으로 나가니 간이화장실이 몇개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좀비들의 흐름으로 보니 이 산에서 사람들이 많은 시내로 내려가는 듯한 모습이었다.
저 화장실에 들어가서 이 때거지의 이젠 좀비가 되어버린 광신도집단이 지나갈 때까지 숨어 있으면 집으로 가서 숨을 정도는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얼른 간이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숨어있는 와중에 좀비들이 하나 둘 지나갔다. 문 틈새로 녀석들을 지켜보았다.
눈이 무슨 동태가 된 것처럼 뿌옇다.
침을 질질 흘려대고 어딘가를 뜯어먹힌 흔적을 각자 가지고 있었다.
토가 쏠렸지만 참았다.
좀비놈들이 내가 여기 숨은줄 모르고 하나 둘 지나가니 안심이 되었다.

마음을 놓고나니 긴장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때 갑자기 어떤 좀비놈이 발이 걸려 넘어졌는지 화잘실에 쿵!하고 부딪혔다!
나는 긴장을 놓고 있어서 너무 깜짝 놀란 나머지 으헉! 하고 소리를 내고 말았다.

좀비녀석들의 고개가 일제히 내가 있는 간이화장실쪽으로 돌아갔다.
방금 넘어졌던놈은 일어나서 문을 쾅쾅 두드리고 있었다. 이젠 꼼짝없이 끝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번 공포의 파도가 엄습해버리니까 몸이 엄청나게 경직되어 버렸다.
희망의 끈이 보이지도 않는다. 내가 지금 문을 박차고 나가봤자 밖은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의 숫자가 아니었다. 이미 좀비들의 무리는 거의 좀비들의 행렬로 바뀌었고 내 쪽으로 오고있는 좀비들만해도 수십은 되어 보였다.

이제 뜯어먹히고 나도 저런 동태눈깔을 하고 서울 시내를 기어다니며 누군가 내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전까지 저렇게 돌아다닐 생각을 하니 너무나 끔찍했다.
점점더 두드리는 소리는 커져가고 문은 떨어져 나갈 정도로 흔들렸다. 안에서 잠금장치를 꼭 잡고 있었지만 몸은 점점 커져가는 공포심에 돌처럼 경직되고 있었다.

영화 같은 곳에서 귀신이나 살인마를 만나면 배우들이 몸이 굳어서 아무것도 못하고 당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그땐 저런 한심한 놈들 나같으면 끝까지 같이 싸우고 말겠다! 라는 생각에 그들을 한심하게 보면서 저래서 저영화가 재미없는거야 라고 말했었지만 내가 직접 그런 상황에 닥쳐보니 왜 그렇게 굳어버리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점점 더 몸은 누군가 석고로 몸 전체를 깁스하고 있는 듯이 굳어져 갔고 쾅쾅거리는 소음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러다 결국 몸 전체를 한 손가락도 움직일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순간.

꿈에서 깼다.
나는 내 방바닥에 모로 누워있었다.
어 뭐가 뭔지 지금이 꿈속인지 현실인지 잠시 동안 이해할 수 없었다. 몸은 여전히 돌처럼 딱딱히 굳어있었다.
몇분정도 흐르니 손가락부터 움직이기 시작했고 몸의 경직이 그때서야 풀렸다.
아 다 꿈이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너무나도 생생한 느낌에
만약 진짜 좀비바이러스가 퍼지면 어떻게 해야할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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