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등학교 때 일진 4명한테 계속 괴롭힘을 당했다.
거시기 사진을 찍히거나 두들겨 맞거나 반 애들 앞에서 놀림당하거나
책상에 칼로 욕을 새기고 거기에 수정액을 채워 지울 수도 없게 되거나
우유팩을 던지거나 정말 이것저것 당해서 죽고 싶었다.
나는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고등학교는 어떻게든 졸업했지만 대학까지는 갈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은 별볼일없는 백수다.
작년에 갑자기 고등학교 동창회 연락이 왔다.
이제까지 한 번도 날 부른 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나는 스물네살이나 먹은 백수였으니까 물론 거절하려고 했다.
그러다 끈질기게 나오라고 조르던 녀석이
그때 그 일진 중 한명이라는 걸 알았다.
나는 동창회에 나가기로 했다.
동창회에서 모두들 웃고 떠드는 그 앞에서
내 인생을 망친 그 네 명을 보란 듯이 때려주자,
그래서 나가기로 마음 먹었다.
동창회는 최악이었다.
그 넷은 정말로 저질스러웠다.
일진 넷은 동창회에 조금 늦은 내게 다가와 갑자기 용서를 구했다.
「옛날에 왕따시켜서 정말 미안해. 계속 반성했어.
너를 괴롭힌 우리 넷 모두 잘못을 빌고 싶었어.」
라며 나한테 진심으로 사과했다.
동창회가 끝난 다음에도 나를 불러 내어
「이런다고 네 상처가 나을지 모르겠지만 정말로 미안해, 용서해줘.」
이러면서 일진 중 리더였던 애는 무릎까지 꿇고 빌었다.
일진 중 둘은 명문대를 졸업 한 엘리트가 되었고
나머지 둘도 탄탄한 회사에 취업한 훌륭한 사회인이 되어 있었다.
나는 분했다.
일진은 죽을 때까지 아주 나쁜 일진으로 남아있길 바랐다.
그런데 만나보면 아주 훌륭한 사람이 되어있었다.
사회적인 지위도 어느정도 있고 말이다.
반대로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계속 백수.
게다가 계속 너희들을 증오하느라
인간관계 같은 것도 못 만들고 그때 그 상태로 멈춰있다.
사회성 같은 걸 배울 수도 없었다.
나의 증오는 대상을 잃고 다시 나에게 돌아왔다.
나한테 동창회 날은 정말 죽고 싶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