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정도 지났을까요.
당시 내 친구 A에게는 대학에서 만난 여자친구인 B가 있었습니다.
나도 여자친구와 사귀고 있었기에, 4명이서 같이 노는 일이 많았었습니다.
그리고 4년 전, 겨울이었습니다.
그 날 A는 밤 늦도록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 2시쯤 집에 돌아왔다고 합니다.
주말이다보니 평소보다 손님이 많아서, 집에 돌아오니 녹초가 되어 바로 잠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뒤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전화를 건 것은 B였습니다.
[무슨 일이야, 이런 시간에?]
A가 잠에 취해 그렇게 말했지만, 언제나 밝게 대답하던 B의 반응이 이상했습니다.
[아직 안 자고 있었구나. 미안해.]
그녀의 대답은 곧 들려왔지만, 어쩐지 전파 상태가 좋지 않은 듯 때때로 지지직거리는 소리가 섞여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어디에 있는거야?] 라고 A는 물었습니다.
[전에 말했었지? 오늘 시골에서 친구가 놀러와서 다같이 드라이브 중이야.]
A는 [아, 그랬었나. 그러고보니 오늘이었구나.] 라고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너무 늦게까지 놀지 말고 들어와. 전파 상태가 별로 안 좋네? 고속도로야?] 라고 말하며
빨리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왠지 그 날은 B가 좀처럼 전화를 끊으려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취직은 이런 곳에 하면 좋을 것 같아.] 라던가
[A군은 위가 약하니까 과식하면 안 돼.] 같이 별 상관 없는 이야기까지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A는 무언가 이상하다 싶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라고 물었습니다.
B는 한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아무 것도 아니야. 미안해...] 라고 계속 반복했다고 합니다.
A는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지만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다음날 만나자는 약속만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A를 깨운 것은 B의 어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였습니다.
해안가의 고속도로를 달리다 B가 타고 있던 차가 핸들을 잘못 꺾어 중앙 분리대에 부딪히고 만 것입니다.
경찰의 말에 의하면 4명 모두 차 밖으로 튕겨나가 즉사했다고 했습니다.
B는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 중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었습니다.
A는 망연자실해져서 B의 집으로 갔습니다.
초췌한 얼굴이 된 B의 어머니는 A에게 울며 매달려
[미안해, A군. 이제 더는 B와 만날 수 없어. 미안해...] 라고 계속 반복했습니다.
그 때, A의 머릿 속에 어제 [미안해.] 를 반복하던 B의 전화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A는 B의 어머니에게 부탁해 B의 휴대폰을 받았습니다.
핸드폰은 B의 오른손에 꼭 쥐어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B가 병원으로 이송된 시간을 듣고, A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은 새벽 2시 35분이었다는 말 때문이었습니다.
분명 B는 병원으로 이송 도중 세상을 떠났을텐데, 그 때 A는 B와 통화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A는 B의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이야기하고, 경찰에게 부탁해 통화 내역을 조사해 보았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B의 전화는 2시 35분이 넘어서도 통화 중이었다고 합니다.
B는 세상을 떠나고서도 A에게 마지막 인사를 전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지금도 이 이야기만 나오면 A는 [그 때 조금만 더 전화를 했어야 했어...] 라며 후회하곤 합니다.
어느덧 4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아직도 B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단지 무서운 귀신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안타까운 일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