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봉걸래

닉네임변경함 작성일 13.10.04 23: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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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에서 한순간의 공포감을 느껴보신적 있으신가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알몸으로 물을 맞으며, 서있는 상태에서 오는 찰라지간의 소름끼침...

그 순간이 정말 무서운 이유는... 내 몸을 보호해줄 단 하나의 도구도 갖추지 못한 채, 내 스스로를 내몸으로만 보호해야 한다는 막연한 두려움때문이 아닐까요?

인간은... 홀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존재랍니다...

그런 연약한 존재가...

그 무엇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곳에서, 막연한 그 무엇인가와 대적해야 한다는 점...

이게 바로, 모든 공포심의 근원이 되는 상황이지요...

샤워실은 그에대한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랍니다...

상상해 보세요...

야심한 밤... 홀로 샤워기에서 나온 물줄기를 맞으며 있는 상태에서... 머리위로 느껴지는 인기척...

서둘러 올려다 보고 싶어도, 쏟아지는 물줄기는 시야를 방해하고, 올려다 본다해도, 무엇인가가 자신을 향해 덥쳐 올 것 같은 그 순간의 두려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은... 당신을 더욱... 끝모를 공포심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렇다고, 샤워기의 물줄기를 올려다보며, 샤워하다가는... 익사하게될지도...

담이 크신 그대에겐... 옵션으로... 불 꺼놓고, 샤워하기를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케케케케...


- 1대대인 우리와 달리 2대대였던 제 동기...

한밤에 복도에서 봤던 물길의 존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네요...

그러다가 내린 결론은...

'누군가가 봉걸.래를 사용했을뿐이고, 자신은 우연히도 물이 고인곳을 밟았을 뿐이다.'
였다네요...

그렇게 마음을 먹고보니, 오히려 편안한 기분이였답니다.

'역시~ 모든일은 생각하기 나름~'이라면서 말이죠...

그렇게 몇일이 지난 어느 날...

새벽에 잠에서 깬 동기는 화장실에 가기위해, 내무실 문을 나섰답니다.

제일 가장자리의 내무실을 사용했기에 건물 중앙에 있던 화장실을 가기 위해선, 비상등만 들어와 있는 다소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가야 했었죠...

어두컴컴한 복도를 지나, 거의 중앙의 화장실에 다다랐을 때, 1층과 2층의 계단부분에서 소리가 나더랍니다.

'스스슥... 척~!'

"?"

'스스슥... 척~!'

1층에 있던 동기는 2층의 계단쪽을 올려다보며, 갸웃거렸다네요...

'이 야밤에 왠 봉걸.래질이야...?'

그러다가 순간...

'보... 봉걸.래??'

몇일전의 그 일이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다네요...

그 와중에 그 소리는 계속되고... 궁금한 동기는 화장실에 들어가는걸 잠시 멈추고, 그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답니다...

'스스슥... 척~!'

.....

'스스슥... 척~!'

.....

'????'

그런데 이상한것이... 소리는 분명 가까워지는데... 봉걸.래질을 하는 사람이 보이질 않았었답니다...

'스스슥... 척~!'

드디어 꺽어지는 계단 바로 윗부분에서 소리가 나더니...

'?????'

'스스슥... 척~!'

"헉!!!"

그 소리의 정체는 봉걸.래질 소리가 아니였었답니다... 온몸이 물에 젖은 그 누군가가... 팔로 자신의 몸을 밀면서, 거꾸로 누워서 내려오고 있었다더군요...

순간 너무 놀란 동기는 화장실에 가려던것도 잊은 채, 정신없이 내무실 자신의 자리로 뛰어가 모포를 뒤집어쓰고, 공포에 떨었었답니다...


- 관련없는 샤워실 이야기는 뭐냐구요...?

관련이 있었죠...

몽유병 아시죠??

당시 2대대엔 유명했던 몽유병 환자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했던건...

잠을 자면, 항상 샤워실에 갔다왔다네요...

혼자서 말이죠...

그러고는 흠뻑 젖어서, 내무반 건물 복도에서 누워서 잠들어 있었답니다...

아! 물론... 샤워실 문은 밤에 잠궈놓습니다...

대체 어디서 젖어오는 건지...??




- 이야기가 끝인줄 알았죠??

아닙니다...

그 일들을 겪었던 제 동기는 그게 물이 아니라고 확신했었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당시 다들 그 인간 봉걸.래(?)와 몽유병 동기를 동일시 하던 분위기였죠...

그런데, 그 동기가 절대로 아니라고 주장을 하더군요...

"절대 아니야! 그럴수가 있겠냐? 너같으면, 계단을 누워서 내려오는게 가능 하겠어? 나 같으면... 아파서라도 깨겠다..."

그때 이야기를 듣던 다른 동기가...

"에이... 젖어서까지도 못깨던데 뭘... 아프긴 하겠지만... 그녀석이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는 존재냐..."

"아냐... 난 지금도 내가 잘못봤다고 생각 안해..."

"???"

"내려오던게... 나와 순간 눈이 딱! 마주쳤단 말이야... 분명 눈뜨고 있었다구..."

"..... 저기... 몽유병이라고, 눈감고 돌아다니진 않아... 눈 뜨고 다녀야 보이지..."

"아...? 그래?? 근데... 상식적으로 어떻게 누워서, 계단을 팔로만 내려오냐..."

"그건... 그런데... 다른 증거는 없잖아... 내가 보기엔 동일인물이야..."

그 때, 제가 물어봤죠...

"야... 근데, 그 몽유병 환자는 어떻게 됐어?? 지금도 훈련받냐??"

그러자, 몽유병과 계단의 인물을 동일하다고 주장했던 동기가 대답해 주더군요...

"아니... 걔네 아버지 빽으로, 그냥 의가사 제대 시켰을 껄..."

"그럼 일부러 그런거 아냐?? 아무리 몽유병이라도... 어떻게 젖었는데도 모르냐... 더구나, 맨날 잠은 복도에서 처자구... 쯧..."

"그럴거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많은데... 본인만 알 일이지 뭐..."

"그럼, 후반기 교육받기전에 나간거야? 훈련소까지 다 마치고...? 나 같으면, 억울해서 못나가겠다..."

"어? 아니... 1주일인가? 1주일반 만인가? 날마다 물에 젖어서, 복도에서 잤으니 뭐... 더 큰 사고 생기기전에 제대 시킨다고, 1주차 적응훈련 할 때 바로 보냈는데...?"

그러자, 놀라서 소리치는 목격자 동기...

"뭐!?!? 진짜?? 난 그 계단 내려오던 걸... 3주차 때 봤단말이야...!!!"

"!!!!!!!!!!"


- 대체... 뭘 본거니 너...

다들... 멍하니 앉아서, 그 녀석의 벌어진 입과... 공포에 흔들리는 눈만 바라보다, 순간의 소름에 몸서리를 쳤던 기억이 나네요...


-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 사람이 반듯이 누워서 팔만으로 계단을 내려오는게 가능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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