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 망우리 고개

lse 작성일 13.11.07 05: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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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무서운 이야기라고 하긴 좀 민망한 수준이라 올리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직접 겪은 경험이라는게 남들에겐 시시해도 본인에겐 특별하고 몇 번이고 썰을 풀고 싶고 그런 것이기도 해서

마침 11월 이벤트가 장소에 관한 것이길래 핑계삼아 이야기 하나 적어볼게요.



1. 망우리 고개

 2008년 여름, 제가 구리에 사는데 한창 살을 빼보겠다고 몇 정거장 전에 내려 집을 가곤 했을 때의 일입니다.

 망우동에서 구리로 넘어가는 길에 망우리 고개라는 곳이 있는데 언덕을 오른다는 것이 아무래도 힘이 들어 운동한다는 기분도 들고 집까지 도착하는 시간도 적당하기 때문에 애용하곤 했습니다.

 그 날도 평상시처럼 몇 정거장 일찍 내려 망우리 고개를 오르고 있었습니다. 언덕을 오르는데 멀리서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하얀 소복을 입은 어린 아이 손을 잡고 서있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귀신인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고개라는 것이 오르다가 갑자기 내려가는 것도 이상하고, 주택가가 드문 곳이긴 하나 어디 초상이라도 났거나 아님 좀 정신 놓은 사람이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냥 올라가는데 여자가 뭐랄까요? 제자리에서 가만히 서서 조금씩 움직이는데 그게 묘하게 아주 느리더라구요.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가만히 서있는 것도 이상한데 이상한 움직임까지 보이니 너무 무섭더라구요. 

 근데 그 때 귀신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면 해코지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게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그렇게 걷는데 근데 이게 미치겠는 게 만약 사람이라면 그냥 미친년이면 제가 안보고 있다가 무슨 변을 당할지 모르잖습니까? 그래서 시선을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겠고 시선은 계속 가고 거리는 가까워지고 진짜 내 걸음이 내 걸음이 아닌 것처럼 걸어가며 눈 마주치지마 시선두지마를 속으로 반복하며  마침내 그 옆을 지나가는 순간 그 여자가 갑자기 그 묘하게 느린 움직임으로 제자리에 주저 앉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고개가 휙 돌아갈 뻔 했는데, 계속 시선을 두면 안된다고 다짐을 되뇌이며 내려왔습니다.

 어쩌면 그냥 제가 과민한 탓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저 역시도 귀신이라기 보단 아마 그냥 이상한 사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날 따라 평상시보다 조금 늦은 저녁이었고 아무래도 고개라는 곳이 거주자가 별로 없어 사람도 드문데 그 날은 유독 차도 거의 안다녀서 불안한 마음이 있었기도 했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망우리 고개라는 곳이 직접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끼고 있는 산에 망우리 공동묘지가 있다는 점 때문에 버스에서 내리기 전부터 그냥 집에 들어갈까 고민했었으니까요.


 다만, 그 분이 귀신이고 아닌 것을 떠나서 몇가지 느낀점이 있습니다. 그 여성분이 내 앞에서 주저 앉았을 때 내가 자신을 보고 있나 안 보고 있나 시험한다는 기분이 들었다는 것, 그리고 제가 그 여성분 얼굴이 기억 안나지만 묘하게 미인이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이 어두운 밤이고, 차도 안다니고 사람도 없고, 공동묘지 같은 무서운 장소에서 하얀 소복을 입은 여자가 서서 묘하게 움직이고 심지어 제가 저게 귀신이란 기분을 느꼈다고해도 저 사람이 귀신이라는 확신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이 귀신을 믿으시는지 안 믿으시는지 전 모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뭐랄까 상관은 없지만 구지 고르자면 없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있다고 해도 지도 사람이었는데 나한테 해코지 해봐야 나도 귀신 밖에 더 돼겠어?라고 생각하는 부류입니다만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귀신을 만나더라도 올바른 대처를 할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별개의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귀신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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