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개는 가위의 경험은 약간 공포스러운 경우가 많은 것 같지만 나의 경우는 약간은 즐기는 느낌이다.
온 몸을 꼼짝할 수 없이 축 늘어져 있는 그 상황이 너무 편하게 느껴지고 재미있는 것이다.
그 상태에서 대개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같은 당시에 실재하지 않은 소리가 맴돌기도 하고,
무언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무섭다거나 겁이 나진 않는다.
한가지 재미있었던 가위는 한 여름에 있었던 가위인데,
더무 더운 날씨때문에 방문을 잠그고 발가벗고 이불도 덮지 않고 잠이 들었는데
얼마 있다가 가위가 왔다.
그리고 누군가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었는데,
머리쪽에서 쪼그려 앉아서 지켜보고 있는 그림이 그려졌다. (직접 봤다는게 아니고 느낌이다.)
공포스러움보다는
"아 발가벗고 있는데 가위눌려서 이불도 못덮고 부끄럽네"
하는 생각만 하다가 무시하고 그냥 잠이들어버린 경우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야 내가 방문을 잠그고 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약간 무서워지긴 했다.
대개는 그렇다.
가위중에 일어나는 현상들에 대해서 쿨하게 넘어가고 굳이 풀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그냥 자버리는게 나의 스톼일이다.
하지만 딱 한번 잊을수 없는 공포스런 가위가 있었다.
업무상의 일로 아내와 한달 정도 떨어져 지낸 적이 있다.
혼자있는 밤이 워낙 적적해서 티비앞에 'ㄷ'자 모양으로 배치되어 있는 소파앞에 매트를 깔고 티비를 보다가 잠이 들거나,
평소 듣지도 않던 음악을 틀어놓고 잔다던가,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짱공을 뒤적뒤적하다 폰에 싸다귀를 몇대 맞다가 잠들고는 하였다.
(다들 이런경험 한 두번은 있으실듯)
그날도 늦게까지 예능다시보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자다가 가위가 왔다.
그 당시에 내가 눈을 뜨고 있었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치 제 삼자가 보고 있는듯한 영상이 떠올랐다.
불은 아직 켜져있고 나는 소파를 향해 모로 누워서 자고 있는 상태였다.
가위가 왔는데 뭔가 그동안의 경험과는 다른 쌔한 느낌이 들었다.
나를 보고 있는 어떤 존재가 느껴졌다.
그 이미지는 여성의 모습인데 기억나는건 얼굴을 덮고 있는 긴 머리카락이었다.
본능적으로 깨야겠다는 생각에 손발가락을 열심히 꼼지락 거리려고 하고 있는 찰나,
모로 누워있는 내 몸과 팔 사이에서 갑자기 머리가 (사실 머리라고 해야할 지, 머리카락이라고 해야할지 잘모르겠다)불쑥 솟아오르는 것이었다.
무언가가 끼어들어갈 여지가 없는 공간을 비집고 말이다. 나의 맨살에 생생하게 느껴지는 그 머리카락의 느낌에
소리를 지르며 일어난 나의 잠옷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고 공포감에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후로 아내가 돌아올 때까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지 못했고,
혹시나 또 그런 가위에 눌릴까 노심초사하며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였다.
그 즈음 무게에 게시물들을 탐독하고 있던 중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에겐 가장 공포스러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