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같은 동네 살던 아는 형이 죽었음.
하도 어릴 때라 당시 기억이 별로 없는데 엄마는 그 일만 생각하면 소름이 끼친다고 함.
내가 좀 컸을 무렵 엄마가 거기에 숨겨진 얘기를 다 해줌. 듣고 보니 정말 소름 돋는 일이었음.
------------------------------------------------------------ 엄마가 해준 얘기.
내가 유치원생이었을 때 복도식 아파트에 살았음.
같은 동에 늘 같이 놀던 형도 살았음.
나, 동네형, 울엄마, 그 형의 엄마. 이렇게 넷이 친하게 잘 다님.
그런데 어느 날 새벽녘,
그 형의 엄마가 현관 밖에서 자꾸만 칙칙- 하는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 자다 일어나 밖을 나가보니
저승사자가 현관 앞 복도에서 엎드려 네발로 기어다니고 있었음
그것도그 형의 집 앞만 왔다갔다.
뭔가 쓸리는 소리는 검은 도포가 바닥에 칙칙 끌리는 소리.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지만 저승사자는 신경도 안쓰고 계속 느릿느릿-
그 집 현관 앞만 왔다갔다 계속 엎드려 기어다님.
하지만 꿈이었음.
다음날
그 형의 엄마는 당연히 무서워 참지 못하고 친한 울 엄마랑 점집에 찾아감.
무당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자 마자
'그 집 손(孫)이 죽는다. 방법이 없다. 이미 바꿀 수 없는 일'
이라고 소름끼치도록 냉정히 말함.
그 형의 엄마는 더더욱 공포와 분노가 쌓여 황급히 돌아가려고 함.
그때 무당이 뜬금 가만히 있던 울 엄마한테 얘기함.
'너네집 손은 산다.'
그 형의 엄마 뿐 아니라 우리 엄마까지 얼이 빠져서 돌아옴.
며칠 후,
나랑 엄마, 동네형과 그 형의 엄마
여느때처럼 넷이 같이 시장갔다 돌아오는 길.
넷이 아파트 입구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동네형이 오줌이 마렵다며 먼저 아파트로 후다닥 뛰어 들어감.
그때 뜬금 나는,
아파트 주차장 아주 구석탱이에 세워진 과일트럭을 발견하고
그 쪽으로 튀어가엄마한테 바나나를 사달라고 졸랐다고 함.
엄마는 사줄 생각이 없었고 얼른 집으로 들어가자고 나를 타일렀지만
왠일인지 갑자기 바나나 타령을 무지하게 하며 트럭 앞에 딱 붙어 집쪽으로 안 들어가려고 했다고 함.
그때.
그새 자기집까지 다 올라간 동네형이
복도 베란다 난간에서고개를 빼꼼 내밀고
'엄마 문 잠겼어 열쇠 빨리빨리!!!!'
하고 소리침.
그 형의 엄마가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는 것을 본 형이 다시 후다닥 내려옴.
아파트 건물 입구로 다시 뛰어 내려온 동네형이 그 순간,
쌩하고 급하게 출발하는 봉고차에 치임.
뻥하고 치여 몸이 붕 떠서 날아갔다고 함. 나는 제대로 못 봐서 기억이 없음.
그 형은 그 자리에서 즉사.
여기까지가 엄마가 해준 그 당시 이야기임.
아.. 그때 그 아줌마가 저승사자 꿈을 꾸고 그 형이 죽었단 얘기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울엄마가 진저리 치는 표정으로 더 얘기함.
너 그때 그 아파트 복도 베란다 난간이 어느정도 높이였는 줄 기억하니?
딱 어른 가슴께까지 올라왔어.
나는 아직도.. 그 애가 난간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던 순간이 기억나 소름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