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문예리 작성일 14.03.23 10: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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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멀린]
    아더 왕과 멀린이 실재했던 사람인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마법사로 가장
    명성이 높은 사람은 아마 아더 왕의 전설에 등장하는 멀린일 것이다.
    멀린은 일반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당시
    사람들 사이에 그가 악마의 아들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멀린의 예언은 중세 유럽에 큰 영향력을 미쳤는데 그 때문에 그의 예언서는
    금서가 되기도 했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멀린은 아주 힘이 세고 키가 작은 요정인 고블린들에게
    영국 전체를 둘러싸는 성을 쌓으라고 명령했다고 한다.
    냉혹한 멀린은 고블린들이 지쳐서 쓰러지든 말든 무리하게 일을 시켰다.
    그래서 불만을 품은 고블린들은 자신들의 애인들과 마녀들과 힘을 합쳐서
    멀린을 떡갈나무에 감금해 두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믿는다면 멀린은 아직도 마법이 풀리지 않은 채 떡갈나무 안에
    갇혀 있는 셈이다.
    또 다른 전설에 의하면 멀린이 시칠리아 섬의 세이렌의 딸인 니네브를
    사랑해서 그녀에게 남을 가둘 수 있는 주문을 가르쳐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니네브는 새로운 애인이 생기자 멀린을 나무 속에 영원히 유폐시켰다.
    그런 일이 있고 나서 한참 세월이 흐른 후에 그곳을 지나가던 사람을 보고
    멀린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정말 바보요. 내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했으니 말이오. 이제 나를
    자유롭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부도 없소."
    멀린이 갇혀 있다는 그 떡갈나무는 아직도 살아 있어서 원한다면 언제든지
    찾아가 볼 수 있다. 그 떡갈나무는 십자로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으며 1964년
    영국 정부에서 뿌리 때문에 자동차 통행에 위험하므로 뿌리를 제거하라고
    했으나 그 지방에서는 그 제안을 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떡갈나무가 싹이 튼 것은 멀린의 시대로부터 11세기나 지난
    후라고 하니 그동안 멀린은 어디에 갇혀 있었는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알베르트 폰 보르슈타트]
    13세기 사람인 알베르트 폰 보르슈타트는 30년 동안 점토를 써서 현대적으로
    말하면 로봇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로봇은 걷기도 하고 말을 할 줄도 알며,
    질문에 대답하거나 수학 문제도 풀 줄 알앗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 말을 많이 지꺼려서 학문에 집중할 수 없었던 그의 제자 가운데
    한 사람이 망치로 그 로봇을 부수고 말았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아그립바]
    전하는 바에 의하면 한 젊은 남자가 아그립바의 지혜가 담긴 책을 훔쳐 가려고
    그가 머물던 하숙집에 찾아왔다고 한다. 그는 하녀를 설득해서 아그립바의
    허락도 받지 않고 그의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 젊은이는 흑마술에
    관한 책을 한 권 찾아냈다.
    그 젊은이가 곧바로 책을 펴서 악마를 부르는 주문을 큰 소리로 외우자마자
    악마가 나타나 무엇 때문에 자기를 불러냈느냐고 물었다.
    악마의 흉악한 모습에 질려 젊은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벌벌 떨고만 있었다.
    악마는 젊은이가 자신을 불러내고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화가 나 그를 죽였다.
    집에 돌아온 아그립바는 서재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있었다. 그는
    아주 난감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살인 용의자로 볼 것은 뻔하고 그런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모종의 계략을 세워야 했다. 그는 주문을 외워
    악마를 불러낸 다음, 그에게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시체를 끌고 시장으로
    가서 몇 걸음 걷게 하다가 쓰러뜨리라고 했다.
    아그립바가 명령을 내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안색이 창백한 젊은이 하나가
    시장에 나타났다. 그는 몇 발자국을 비틀거리며 걷더니 세워놓은 볏단 쓰러
    지듯이 풀썩 쓰러졌다. 사람들은 그가 급살병을 맞았다고 생각하여 그의
    죽음을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다.
    아그립바는 16세기 초반에 살았던 독일 사람으로 연금술, 마술, 점성술에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가 사람들 사이에서 마법사로 명성을 크게 얻게 된
    이유는 그가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알고 있다고 사람들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작 아그립바는 외국어에 능통했고 각국의 사람들과
    서신을 교환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을 상세하게 
    알 수 있었을 뿐이었음이 밝혀졌다.

    [파우스트]
    파우스트라고 하면 누구나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작품[파우스트]가 떠오를
    것이다. 파우스트는 실제로 존재했던 독일 사람으로, 스스로 마법사라고
    칭했으나 정작 그의 직업은 점치는 것과 약을 파는 것이었다.
    당시 사람들로부터 경멸을 받았던 파우스트는 알코올 중독으로 죽었다고 하며,
    전하는 바에 따르면 악마와 계악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영혼을 빼앗겼다고 한다.
    그의 사후에 파우스트를 소재로 한 책이 잇따라 출판되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젊음의 회복과 사랑, 권력, 지식 등을 얻는 대신에 악마에게 영혼을 담보로 
    매매를 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내용을 소재로 하는 이야기들은 대개 악마에게
    영혼을 판 사람들이 악마와의 거래를 후회하고 참회하다가 마지막에는 천사가
    악마의 손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으로 끝난다. 권선징악적인 해피 엔딩이라고나 할까?
    어찌 되었든 이렇게 악마들과의 거래를 다루는 이야기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부풀려졌으며 당시에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기꾼 칼리오스트로 백작]
    18세기 후반에 나타난 칼리오스트로 백작은 자기 나이가 5557살로 솔로몬과
    시바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를 위시한 고대의 유명한 사람들과 친구라고
    소개하며 그들과 지냈던 일을 이야기하곤 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 친구들로부터 병을 치료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방법과 다른
    여러 가지 기적을 일으키는 주문을 배웠다고 하며 사기를 쳤다.
    왕실을 위시한 귀족들은 그의 사기에 속아 아름답게 하는 약과 젊음을 되찾을
    수 있는 약을 구하기 위해 그의 집 앞에 장사진을 쳤다. 그렇게 약 20여년
    동안 칼리오스트로 백작은 마술사 흉내를 내며 로마, 런던, 파리 등 당시의
    중심지에서 여와과 귀족, 추기경들의 총애를 받으며 지냈다.
    그렇게 지내던 어느 날 불행히도 그와 한 지방에서 살았던 사람이 그를
    알아봄으로써 생의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그 친구 역시 이탈리아 출신으로
    젊을 때부터 사기꾼으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이었다. 그 사람 역시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고 4년 후에 감옥에서 죽었다.

    [라스푸친]
    미신이 만연되어 있던 고대의 마법사들은 공포심을 조장하거나 막강한 마술의
    힘을 이용해서 더러는 왕이 되기도 하고 부족의 신성한 지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들과는 달리 미신이 많이 퇴치된 20세기에 들어와 국가를 지배한
    마법사가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알 만한 사람은 다아는 라스푸친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몸집이 아주 컸으며 수염을 기른 수도사 출신이다.
    라스푸친은 러시아 어로 '부도덕', '불결'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는 따로
    이름이 있었지만 그의 부도덕한 행동 때문에 그런 별명이 붙었다고 한다.
    라스푸친이 러시아 정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은 1907년 러시아의 어린 왕자
    가 혈우병(피가 멎지 않는 병)에 걸려 죽게 되었을 때였다. 비탄에 잠겨 있던
    러시아 왕실에 라스푸친은 구세주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혈우병을 고치지는
    못했지만 최면술을 이용해서 왕자의 생명을 연장시켰다.
    라스푸친이 왕자의 생명을 연장해 주자 왕비는 감격하여 그에게 관직을 수여
    했다. 이를 계기로 왕실에서 지내게 된 그는 왕실 사람들에게 최면을 걸고
    정계를 장악하기 시작햇다.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던 왕은 반드시 그와
    상담을 하고서야 대신을 임명하거나 해임했다고 한다. 일전에 개봉된
    월트 디즈니 만화에 나오는 자파처럼 왕에게 최면을 걸어서 라스푸친은 정부를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게 되었다. 그에게 반항하는 사람은 모조리 관직에서 
    해임되고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만이 요직을 차지했다.
    그는 최면술 이외에도 다른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생명의 힘'을 가지고
    있어서 칼에 맞아도 죽지 않았다고 한다. 언젠가 과거에 그에게 학대를
    받았던 농부가 길에서 만나자 그를 향해 칼을 사정없이 휘둘러댔다.
    그는 온몸을 수도 없이 난자를 당했지만 끄덕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한번은 나라가 썩어갈 대로 썩어가자 우국충정에 불타는 젊은 장교들이
    그를 죽이지 않고는 나라를 구하기 어렵다는 생각으로 그에게 12명을 즉일
    수 있는 치사량을 지닌 독을 술에 타서 먹였다. 그럼에도 그는 죽지 않았다.
    결국 군인들이 그를 향해 무지막지하게 사격을 가했다. 그래도 의식을 잃기는
    했지만 숨이 끊어지지 않자 군인들은 라스푸친을 얼음처럼 차가운 강물 속에
    던져넣었다. 라스푸친의 죽음을 애석해 한 왕비는 그를 왕족 묘지에 묻었다.
    라스푸친은 죽어서도 그의 힘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살아 있을 때 폭정과 실정을 하여 제정 러시아가 무너지게 되는 부분
    적인 원인이 되었다. 레닌의 혁명이 성공한 것도 어느 정도는 라스푸친의 
    은덕을 입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역사의 바퀴가 어디로 흘러
    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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