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몇 년 전까지 경찰에서 근무했었다.
대학을 나온 뒤 도쿄의 경찰서에서 근무했었다.
나는 도쿄대를 나와서 나름대로 엘리트였기에, 경찰서 안에서도 꽤 유망주로 손꼽히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자연히 선배들이나 상사들에게도 인정을 받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 경찰서장과 함께 술자리를 같이 하게 되었다.
나는 옷을 다 갈아 입고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서장은 아직 제복을 입은데다 [아직 할 일이 남았으니 기다리게.] 라고 말할 뿐이었다.
나는 심심한 나머지 자리에 앉아 멍하니 있었다.
그런데 눈 앞에 쾅하고 바인더가 날아왔다.
[자네도 머지않아 알게 될테니까, 심심풀이로 읽어보게.]
그렇게 말하고 서장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두께 2cm 정도의 플라스틱 바인더였다.
표지에는 [아메미야씨(雨宮さん)] 라고 적혀 있다.
무엇일까?
나는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조서나 현장 사진 같은 수사 자료들이 잔뜩 파일링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을 본 나는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었다.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묘하고 오컬트스러운 사건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이 미해결이었다.
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오한이 느껴진다.
여우에 홀렸다는 절도 사건의 용의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지만 결코 사람의 얼굴이라고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무서웠다.
사정 청취 내역도 그저 [케케케.] 하고 웃었다는 것 뿐이었다.
그 외에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이 너무나도 많았다.
그리고 1/3 가량 읽었을 무렵, 서장은 다시 바인더를 가져갔다.
[그래, 거기서 스톱. 그 뒷부분은 자네가 서장이 되면 읽어보라구.]
그렇게 말하고 서장은 그 바인더를 자기 자리의 서랍에 넣고 열쇠로 잠궜다.
머리가 멍하게 식은 땀이 흘렀다.
이후 이케부쿠로의 선술집에서 나는 서장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경찰에도 관할 지서마다 이른바 성적표 같은 것이 있다.
검거율이라던가 범죄율 같은 지표를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경찰에서도 지역 밀착 서비스 등, 여러 측면에서 지역별로 격차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면 관할 지서 중 어떤 수를 써도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사건] 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지역에서는 당연히 사건 해결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지역에 따른 평가를 보완하기 위해,
70년대부터 특수한 조건에 충족하는 기묘한 사건들은 암묵적으로 그 평가에서 제외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이 바로 아메미야씨 바인더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럼 아메미야씨라는 건 누구인가요? 그 바인더에 적혀 있었던..]
내가 묻자, 서장은 가슴의 주머니에서 볼펜을 꺼내 한 글자를 적었다.
靈.
[뭐, 윗쪽에 비라는 글자가 들어가니까.]
나중에 나는 그 파일이 신경쓰여서 서장에게 한 번 더 보여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말고 잊게.] 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 후 그 서장도 다른 사건에 휘말리고, 나도 경찰은 그만뒀지만 여러모로 무서웠던 사건으로 기억하고 있다.
번역 : VKR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