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무렵 야마나시현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 죽순을 캐러 갔었다.
봄방학이었는지 골든 위크였는지는 까먹었지만,
우리 집에서는 매년 초봄이 되면 할아버지 집 뒷산에 죽순을 캐러가곤 했었다.
그 날도 예년처럼 다들 아침부터 뒷산에 올라 죽순을 캐고 있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 조가 되고, 나는 할아버지와 한 조가 되어서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
할아버지는 죽순을 무척 잘 찾아내셔서,
나는 할아버지가 파보라는 곳을 파보는 것만으로 쑥쑥 죽순을 캐낼 수 있어 무척 즐거웠다.
그 덕에 오후가 될 무렵에는 가져온 자루가 가득 차게 되었다.
부모님 쪽도 풍년이었다. 슬슬 이제 정리하고 돌아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 죽순을 더 캐고 싶었던 나는 할아버지에게 떼를 써서 조금 더 뒷산에서 죽순을 캐기로 했다.
그리하여 캤던 죽순은 아버지에게 넘겨주고, 할아버지와 둘이서 잠시 죽순을 캐고 있을 무렵이었다.
어디서인지 모르겠는데, 갑자기 이상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감귤 같은 것의 냄새인지, 오렌지 같은 냄새가 풍겨왔다.
어느새 그것은 냄새가 나는 수준을 넘어서 버렸다.
마치 밀실에서 향수병을 확 풀어놓은 것 같이, 주변 전체가 갑자기 오렌지 향으로 가득 찬 것이다.
숨을 쉬면 오렌지가 입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주변을 돌아봤지만 그럴만한 꽃이나 과일 같은 건 없었다.
대나무숲 속이니 당연한 것이지만.
할아버지도 나도 곧바로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돌아가기로 했다.
좁은 산길을 둘이서 죽순을 껴안은채 달려갔지만, 아무리 걸어도 냄새는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점점 무서워져서, 울면서 할아버지 옷자락을 부여잡고 계속 걸었다.
시간으로는 20분 정도 걸렸을까.
터벅터벅 걸어서 간신히 도로가 보이는 곳까지 내려오자 겨우 마음이 놓였다.
어느새 정신을 차려보니 오렌지 냄새는 사라진 후였다.
하지만 정작 큰일은 돌아온 후였다.
어찌된 영문인지 나와 할아버지가 돌아왔을 때는 이튿날 점심 무렵이었던 것이다.
부모님과 헤어지고 꼬박 하루가 지났던 셈이었다.
나와 할아버지로서는 아버지에게 죽순을 건네주고 헤어진지 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고 느꼈었다.
아버지 말에 따르면 저녁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아
걱정이 된 나머지 뒷산으로 찾으러 갔지만, 어디에서도 나와 할아버지를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어디에서 넘어지기라도 한게 아닌가 싶어,
주변 마을 사람들과 소방서에 연락해서 뒷산을 샅샅이 수색했지만 못 찾았었다는 것이다.
그 후 일단 나와 할아버지는 병원에 가서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도 없었다.
결국 나와 할아버지가 할머니랑 어머니한테 잔뜩 혼나는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다.
그 후로도 종종 할아버지 집에 놀러갔었지만, 무서워서 뒷산에는 차마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오렌지 냄새에 관해서도 여기저기 알아봤지만, 전혀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할아버지 집 주변의 노인분들도 전혀 모른다는 말 뿐이다.
번역 : VKR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