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릴 적, 우리 할아버지는 양계장을 하셨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관리 문제 때문에 양계장은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렸지만,
할아버지가 살아계실 때는 여름방학 때마다 놀러가곤 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지금 와서는 어떤 일이었는지 정확히 전후 사정도 기억 나지 않지만,
딱 한 장면만 아직도 뇌리에 박혀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있다.
나는 평소 때처럼 양계장 주변에서 놀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닭장 안에 하나만 덩그라니 놓여 있는 알을 발견했던 것 같다.
다른 알과는 달리 암탉이 품고 있지도 않고, 닭장 한가운데 오직 그 알만이 놓여 있었다.
기묘하게도 그 알 주변에는 닭들이 다가오지 않았다.
마치 저 알은 자신들과는 다른 어떤 존재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마냥..
나는 무엇에 홀린 것 마냥 닭장 안으로 들어가 알을 손에 들었다.
알 안에는 무엇인가가 들어있는지 묵직한 무게가 느껴졌다.
하지만 안에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차가웠다.
나는 멍하니 알을 들고 닭장에서 나왔다.
내가 손에 알을 들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나를 보고는 다가오셨다.
[그건 하느님이니까 이리 주거라.]
할아버지에게 알을 건네 주려는데, 덜그럭하고 알 안에서 무엇인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깜짝 놀란 나는 그만 알을 떨어트려 버리고 말았다.
갈라진 알에서는 새까만 털 같은 것이 보였지만, 할아버지는 그것을 곧바로 짓밟아버렸다.
무엇인가가 찌부러지는 기분 나쁜 소리가 났다.
나는 한참 후에도 그 사건을 잊지 못하고 할아버지에게 물어보곤 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좀체 그 이야기를 꺼내려 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할아버지에게 그에 얽힌 이야기를 들은 것은 몇 해가 지난 후에야였다.
이 양계장이 있는 주변은 옛날 늪지대였는데, 거기에 어떤 신을 섬기는 신사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증조할아버지가 이 땅을 사고 늪을 메우면서, 그 신사는 뒷산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것이다.
늪을 메운 자리에는 양계장을 만들었고, 다행히 닭들이 무럭무럭 자라면서 증조할아버지는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 이후로 아주 가끔, 보기 드물게 무정란 속에 이상한 것이 섞여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할아버지는 결코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하느님이라는 말만 했을 뿐.
그리고 [그건 하느님이니까 죽여야 한다.] 고 한마디 덧붙이셨다.
그 이야기를 듣자, 어째서인지 무척 무서워서 몸이 덜덜 떨렸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건 하느님이야. 그러니까 죽여야지.] 라는 사고 자체가 무서웠던 것 같다.
차라리 [악령이니까 죽여야지.] 라고 말했다면 납득할 수 있었을텐데.
내가 직접 그런 알을 발견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그 후에도 계속 할아버지는 [하느님의 알]을 찾을 때마다 깨 버렸다고 한다.
하느님이 태어나서는 안 된다는 강한 신념이, 할아버지에게는 있었던 것이다.
할아버지의 장례식날, 출관하는 도중에 어디선가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귀를 막고 정신이 없었지만, 나는 어째서인지 마음 속의 울증이 가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때, 뭐라 설명할 수는 없지만 할아버지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은 우리 집안과 관계 없어진 양계장이지만, 가끔씩 나는 그 기묘한 알과 할아버지를 떠올리곤 한다.
그 늪에 있는 신사에서 모셔지던 하느님은 과연 어떤 존재였을까.
아직도 그 양계장에서는 하느님이 들어있는 알이 나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번역 : VKRK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