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시절 부대 중사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그 중사님이 하사 시절, 밤에 부대 순찰을 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탄약고 근처를 지나갈 때 수상한 사람 한 명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후레쉬로 비췄더니, 군복을 입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소총도 없는 걸로 봐서 근무자는 아닌 것 같은데,
이 늦은 밤에 부대를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무척 수상했지만 일단 암구호를 물었다고 합니다.
[정지! 손 들어! 움직이면 쏜다! 화랑!]
그러자 다가오던 사람은 잠시 멈추더니 미친 듯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수상하다고 생각한 중사님은 바로 쫓아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중사님은 어둠 때문에 산으로 가는 울타리 근처에서 그 사람을 놓쳐버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어서 보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부대로 복귀하려는데, 갑자기 뒤에서 섬찟한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뒤에 후레쉬를 비췄더니, 울타리 너머에 그 사람이 서 있더라는 겁니다.
그러나 울타리는 도저히 사람이 넘을 수 없는 높이였습니다.
밖으로 나가기 위해서는 빙 돌아서 문으로 나가야만 했죠.
그 짧은 시간에 부대 안에서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건 도저히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구야! 너 도대체 어느 중대 소속이야!]
그러자 군모를 푹 눌러쓰고 있던 그 사람은 고개를 들고 씩 웃은 뒤 산으로 걸어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중사님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은, 몇개월 전에 산에서 목을 매달아 자살한 자신의 동기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