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친구가 [집 안 분위기가 왠지 좀 이상해. 남편도 영 몸상태가 좋지를 않고..] 라며 상담을 해 왔다.
얼마 전부터, 친구네 집에서 온갖 괴현상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분명히 집 안에는 그 친구 혼자 뿐인데, 계단을 오르는 발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현관 바로 옆에 있는 방에서 방 안을 가로지르는 검은 그림자 같은 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 선까지는 친구도 단순히 기분 탓이라고 생각해 별다른 신경은 쓰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괴현상은 점차 그 도를 더해가,
한밤 중에 친구 귓가에서 [짝짝짝!] 하고 박수를 치는 소리가 들리는가하면,
집 2층 베란다 창문 안쪽에서 커다란 손바닥 두개가 찰싹 달라붙어 있는 게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손바닥을 목격한 그날 밤, 친구는 집 계단에서 굴러떨어져 다리뼈가 부러졌다.
누군가에게 등을 밀려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 정도까지 되자 뭘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생각에
다른 친구의 소개를 받아 영능력자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고, 집에 불렀다고 한다.
뼈가 부러진지 일주일 정도 후에 영능력자가 집을 찾아왔다.
그리고는 현관에 발을 들이자마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집안에는 생령이 있어. 하지만 그 생령은 당신 둘이 만들어낸 거야.
당신들, 최근 1년새에 인연을 끊은 친구가 있지? 그 사람의 험담을 계속 떠벌려서,
당신들이 가진 증오가 이 생령을 만들어 낸게야.]
둘은 할 말을 잃었다.
그 말 그대로였던 것이다.
[굳이 설명을 해주자면 이런거지. 생김새는 당신들이 그리도 미워하는 그 친구의 모습이겠지만,
그 실체는 당신들 마음 그 자체인거야. 그게 영체화되어서 당신들에게 직접적인 해까지 끼치고 있으니,
오늘은 제대로 불제를 올려줄게. 하지만 당신들이 그 증오의 마음을 버리지 못하면 결국 똑같은 일이 반복될 뿐이야.]
그렇게 불제를 올리는 동안, 한 명은 등이, 또 한 명은 머리가 깨질듯이 아팠다고 한다.
불제 이후, 모든 괴현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고 한다.
자기 자신의 증오가 자신을 억눌러 괴롭힌다는 말에 아연실색했지만,
눈물 가득한 눈으로 나를 찾아와 이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을 보니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