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내가 직접 겪은 일입니다.
당시 나는 어느 빌딩에 입주해 있는 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 콜센터는 밤 늦도록 영업을 했기에, 교대 체제로 야간조를 뛸 때도 많았죠.
다만 인건비가 딸렸던 탓인지,
야간조는 정사원 한 명과 아르바이트생 서너명으로 구성되곤 했습니다.
그 모양이다보니 신입사원 때는 나도 뭐 하나 모르는데 아르바이트생들의 질문에 쩔쩔맸던 기억이 납니다.
대처법이라곤 상사한테 전화해 물어보는 것 밖에 없었으니 울고 싶은 기분이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그런 야간조 근무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져 갔습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어느 야간조 근무날.
그 날도 무사히 일을 마치고, 아르바이트생들을 먼저 돌려보낸 후 뒷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전화벨 소리와 말소리로 가득차 있던 콜센터가, 정적으로 가득 차 있는 위화감.
불도 일부 장소를 빼고는 다 꺼져 있어 콜센터 안은 어슴푸레했습니다.
나 혼자 있다는 게 실감나는 기분이었달까요.
몰려오는 전화를 받아내려 잔뜩 놓인 책상 그림자에서 뭐가 튀어나올까 무서워, 서둘러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겨우 정리를 마친 건 일이 끝나고 1시간 정도 지났을 때였습니다.
밤 10시 정도로 기억합니다.
사무실 문을 잠궜으니 이제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안심했을 때..
"쏴아.." 하고 물이 흐르는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습니다.
놀라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그 층에 하나뿐인 화장실이 보였습니다.
그 소리는 분명 변기에서 물이 내려가는 것이었습니다.
아르바이트생 중 누군가인가 싶기도 했지만,
1시간 전에 돌려보낸 아르바이트생들이 아직도 화장실에 있을리는 없다 싶었습니다.
게다가 그 층에는 우리 콜센터말고 다른 업체는 입주해 있지 않았습니다.
그 와중에도 "쏴아.. 쏴아.." 하고 물 내리는 소리는 계속 화장실에서 들려왔습니다.
화장실 안은 불 하나 없이 깜깜했습니다.
두려움에 조금씩 뒷걸음질 치다, 문득 나는 떠올리고 말았습니다.
그 화장실은 물을 내리려면 센서에 손을 가져대야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즉, 불 하나 켜져 있지 않은 그 어두운 화장실 안에서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는 빌딩 계단을 미친 듯 달려 도망쳤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과로로 인해 그 콜센터를 떠났습니다.
작별회 때 선배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나 말고도 귀신을 봤다는 소문이 콜센터 내에서는 파다했던 것 같습니다.
밤에 소복을 입은 여자를 봤다던가 하는 이야기라던가
빌딩이 세워진 곳에 오랜 이력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마 무언가가 씌어있는 곳이겠죠.
지금도 그 콜센터에는 늦은 밤 귀신이 나타날지도 모릅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