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삿포로에는 심령 스폿으로 유명한 폭포가 있다.
여름철이 되면 한밤중마다 차가 몇 대씩 와서, 젊은이들이 꺅꺅대는 소리가 끝도 없이 울려퍼질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스무살 무렵, 나는 남아도는 시간에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남자 넷이서 낡아빠진 차에 올라타고 그 폭포로 향했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어, 눈이 내릴락 말락 하는 시기였다.
아직 눈이 쌓여있을 때는 아니라 도로는 말끔했다.
하지만 폭포에 가까워짐에 따라 눈은 점차 두께를 더해,
폭포에 도착할 무렵쯤 되니 바퀴자국이 남은 게 눈에 보일 정도로 쌓여 있었다.
시간은 밤 12시를 지나고 있었다.
한여름을 넘긴 탓인지, 우리말고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에는 다른 차도 없고,
쌓여있는 눈은 하얀 도화지처럼 자국 하나 없이 펼쳐져 있었다.
[정말 우리도 시간이 썩어나는구만.]
친구들과 별 내용도 없는 대화를 나눈다.
[여긴 벌써 눈이 왔네.]
[뭐, 북쪽 지방이니까 그런 거겠지?]
[낮에는 화창했었잖아.]
[아까 눈보라라도 친 거 아닐까?]
추측뿐인 대화를 나누며, 주차장을 지나 그대로 심령 스폿인 폭포까지 내려간다.
쌓인 눈과 바람 속에 울부짖는 고목들 때문에, 분위기만은 확실히 음산했다.
하지만 당연하다면 당연하달까, 아무 일도 일어나질 않는다.
일부러 여기까지 왔는데 이게 뭔가 싶어 투덜거리며, 주변을 돌아봤다.
주차장에서 조금 위쪽에 있는 산책길에 발자국이 보였다.
[야.. 이거 좀 이상하지 않아?]
다들 같은 생각이었다.
발자국은 하나 뿐이었고, 크기로 보아 여자 발자국인 듯 했다.
게다가 하이힐 같은 구두인지 점 하나와 면으로 구성된 발자국이다.
그 발자국이 딱 하나, 산 위로 올라가는 쪽으로만 이어져 있었다.
즉, 올라간 흔적은 있지만 다시 내려온 흔적은 없는 것이었다.
[이거 언제 찍힌 발자국일까?]
그것 또한 의문이었다.
방금 전까지 소복소복 내리던 눈도 어느새 그친 후였다.
만약 낮에 찍힌 발자국이었다면 그 위에는 새로 내린 눈이 덧쌓여 있을 터였다.
하지만 발자국은 방금 지나간 것처럼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주차장에서 산책길로 이어지는 사이,
우리 차가 남긴 흔적 때문에 그 발자국의 정확한 출발점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무도 올라갈 것 같지 않은 겨울 산속 산책길로 이어진 발자국..
안쪽으로, 안쪽으로 단 한 사람의 발자국만 이어지고 있었다.
[따라가보자.]
할 일 없는 남자가 넷이나 모여있으면 그런 결론이 나오기 마련이다.
귀신보다는 차라리 곰이 더 무서울 거라는 농담을 던져가며,
우리는 눈에 묻힌 강변 산책길 따라 발자국을 쫓아 걸었다.
5분, 10분, 15분.
갑작스레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발자국은 멎었다.
그 주변에는 새로 내린 눈만 깨끗이 남아 있었다.
그 발자국을 찍은 이가 멈춰선 것처럼 깊이 파여 있는 것도 아니었다.
거기까지 온 것처럼 평범히 걸어가다 다음 걸음을 내딛으려던 순간,
어딘가 공중에서 끌려가기라도 한 것처럼 부자연스러운 모양새로 발자국은 끊겨 있었다.
주변에는 어떤 변화도 없다.
단지 그 때까지 이어져 온 발자국이,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을 뿐..
우리는 잔뜩 쫄아서 주변을 넷이서 찾아봤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한밤중 산 속에, 경사면 옆을 따라 흐르는 강물 소리만 들려왔다.
어느새 눈은 조금씩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돌아가자.] 라고 누군가 말했다.
주차장으로 돌아온 우리는, 입을 모아 [도대체 뭐였을까?] 라며 고개를 갸웃댔다.
이후에도 우리는 이런저런 심령 스폿에 돌아다녔지만, 이 일말고는 이상한 일 하나 겪은 적 없었다.
논리적인 이유를 갖다붙이면 어떻게든 해석은 가능할지 모른다.
하지만 굳이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대신, 기이한 젊은 날의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출처 : VK's Epit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