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약 10년전쯤 친척들이 다 모인 명절연휴 저녁, 도란도란 이야기중에
큰아버지가 말씀하신 경험담이 지금도 너무 생생해 이벤트도 있고 하니 써봅니다.
글도 잘 안올리고 필력도 부족한 짧은 글이라 제가 느꼈던 재미가 그대로 전달될지 모르겠습니다.
큰아버지는 친가친척들 중 유일하게 180이 훨씬 넘으시고 리더쉽있는 듬직한 장남이십니다.
때는 큰아버지가 청년시절인 70년대 후반 80년대 초쯤이었습니다.
친구랑 어디를 갔다가 돌아오는 늦은밤 차안에서,
큰아버지는 조수석에 앉아계셨습니다.
그옛날 경북 상주 근처라 아무것도 없고 가로등도 없는 캄캄한 시골길에
저 멀리 한 여자와 개가 우두커니 있더랍니다.
회색? 옷에 둥근 모자. 개 또한 회색빛이었고
의아했지만 어느덧 차는 달려 그 옆을 스쳐지나가게됩니다.
큰아버지가 사이드미러를 보니 차가 지나가고 난 뒤에
개가 차를 향해 막 달려오더랍니다.
약간 찜찜했지만 별로 대수롭지않게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불과 채 5분도 지나지않아,
아까 봤던 똑같은 여자 똑같은 개가 아까와 같은 모습으로
저 앞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너무 놀랐지만 입을 꼭 다물고 아무 내색도 하지않고
곧 차는 그 옆을 스쳐지나갑니다.
"봤나...?"
"어.. 나도봤다."
친구도 운전대를 두손으로 꽉 쥐고 긴장한 기색이 역럭했답니다.
그리고 백미러를 보니
또 개가 차를 향해 쫓아오더랍니다.
너무 놀라고 긴장되어 식은땀이 나기 시작하고
남은 길이 천리길같이 느껴지는데, 아니나다를까
또 5분도 되지 않아 코너를 돌아나가니
저 앞에 아까 본 똑같은 여자와 개가 또 있더랍니다.
이제는 정말 이건 귀신이다 생각하여 이를 꽉 깨물고
애써 쳐다보지 않으려 하며 억지로 힘을주고 그 옆을 스쳐지나갔습니다
너무 무섭고 두려웠지만 궁금한 마음이 더 커,
실눈을 뜨고 사이드미러를 보니,
아까와 똑같이 개는 쫓아오고 여자는 우두커니 서있더랍니다.
운전하는 친구는 거의 인사불성 상태로
눈물흘리기 직전의 표정으로 덜덜떨며 입술을 꽉깨물고 있더랍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집에 도착하여
왜그러냐는 할머니 물음에 대답도 않고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쓰고 밤을 지새우셨답니다.
그 일이 있고 몇주 뒤,
큰아버지는 관광버스로 어딘가 놀러갈 일이 생겼답니다.
어느 주차장에 도착해 사람들이 하나둘 내리는데
어느샌가 큰아버지 발밑에 한마리 개가 와서 짖고 낑낑대며 주변을 서성이더랍니다
그때 버스안내양이 버스 뒤쪽에서 "오라이~ 오라이~" 하며
버스를 후진주차시키고 있었는데, 그 안내양의 둥근 모자를 본 순간,
회색빛(?)개와 둥근 모자가 번뜩 생각이 들더랍니다.
몇주전의 그 일이 머리에서 생각난 그때,
안내양의 구두굽이 배수로 구멍같은곳을 헛디뎌 넘어지면서
후진하는 버스 뒷바퀴의 밑으로 머리가 쓰러졌습니다.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난 일이라 뒷바퀴는 안내양의 머리를 밟았고,
큰아버지 말씀으로는 '뻥~!!!' 하며 사람 머리터지는 소리가 들렸답니다.
불과 4~5m 옆에서 벌어진 일이었죠.
머리가 터지고 뇌수가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아수라장이 되었고 어찌어찌 수습이 되고 난 나중에
큰아버지는 혹시 그때 구해달라는 어떠한 메세지를 보낸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셨답니다.
그 개는 다시는 어디서도 볼 수 없었다더군요
- 이상 큰아버지께 10년 전쯤 들었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