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지금도 유령이나 귀신 뭐 이런거 없다고 늘 생각하는 사람입니다만
지금도 생각하면 진짜 뭐였지? 하는 기억 중에 하나입니다.
초등학교 5학년 여름 방학동안 2박3일로 학교 운동장에서 보이스카웃 전진대회? 로 기억하는데
암튼 텐트치고 2박하면서 여러가지 스카웃 과정에 대해 배우는 거였던 것 같습니다.
시골이라 보이스카웃 단원들이 많지도 않았고 여름 날 운동장에 텐트는 채 10동이 넘지 않았지요.
첫 날 여러 교육일정이 끝나고 저녁을 차려 먹고 하루를 마무리 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름 저녁이라 아직 날이 완전히 저물진 않아서 어둑어둑해지려는 찰라였죠.
식사를 마치고 소변을 보러 운동장 한켠에 있던 화장실? 변소라고 부르는게 적절하겠네요.
그 당시엔 학교 건물에 화장실은 언감생신 거의 없었고 운동장 한켠에 외딴 곳에 변소가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살짝 무섭기도 하고 해서 친구들에게 같이 가자고 하기도 그렇고 짐짓 안무서운 척 터벅터벅 변소로 갔지요.
밖에는 어슴푸레했지만 변소안은 거의 캄캄했고 몇 촉안되는 쪼그만 전구만 더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소변 보는 동안 자꾸 뒤통수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어 일부러 건들건들 거리며 휙 뒤를 돌아보기도 했지요.
두어번 그러다 마무리를 하려는데 정말 갑자기 뒷목덜미가 추워지면서 솜털이 와락 일어나는 느낌이 .....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냥 소변 마무리 현상인 듯...ㅎㅎ)
너무 이상한 느낌이라 자크를 올리고 뒤도 안보고 총총 걸음으로 변소를 떠나 텐트쪽으로 걷기 시작했고
더이상 변소 쪽으로 뒤돌아 보기가 넘 무서울 정도로 심장이 쿵쾅 거리면서 급기야 잰걸음에서 뜀걸음으로 바뀌었지요.
크지도 않은 운동장을 가로지르기가 왜이렇게 시간이 더디게 가는지 앞만 보고 부리나케 것는데 텐트쪽에서 학교에서 기르던
진돗개가 제 쪽으로 마구 뛰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개가 그리 반가울지는 .....
그렇게 제 쪽으로 달려오던 진돗개가 웬걸 저를 지나쳐 변소쪽으로 왕왕 짖으며 달려가는 겁니다.
얼핏 고개를 돌려 그걸 보고 더 무서워지기 시작해서 전력질주로 텐트로 돌아와서 숨을 헐떡거리니
친구들이 의아해해서 변소에 귀신이 있는 것 같다고 개가 왜 아무도 없는 변소 쪽으로 짖으며 달려가겠냐며
이야기를 해줘도 친구들은 못믿겠다는 식이었지요. 잠시후 진돗개도 텐트쪽으로 걍 돌아왔구요.
그러나 다음 날에도 해저문 뒤로는 아무도 운동장 변소로 가려는 놈이 없었습니다. ㅎㅎ
진돗개가 뭘보고 저를 지나쳐서 변소로 향해 달려갔을 지 아직도 궁금합니다. ^^;;